나의 자유 이야기 /
토요일 오후. 어쩐지 한가하고 느긋한 기분이 드는 시간이다.
지난주에는 절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동생이 늦장가를 갔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동생이 전화를 했다. 시골 아버님댁에 왔으니 빨리 오라는 것이다.
아내와 난 생각 끝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골로 가기로 했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첫째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 한가한 오후에 걷고 버스 타고를 반복하며 아내와 여유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셋째 나는 언제부턴가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 갖는 여유로움을 벌써부터 즐기고 있었기에 그 즐김을 위해서였다.
아파트 집을 나서서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 거리. 우리는 걸으며 그동안 못했던 아이들 교육문제며 우리 가족 얘기를 진지하게 나누었다.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지나는 차량의 홍수 속에 도시의 바쁘디바쁜 역 앞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리기도 했다. ‘저리도 바쁠까? 사람도, 차도, 신호등마저도….’
하루에 7~8번 다니는 시외 완행버스는 시내를 벗어나더니, 몇차례 손님을 내려주기 위해서 한 번씩 정차할 뿐, 거의 쉼 없이 목적지까지 잘도 달린다. 항상 운전대를 잡고 사방을 둘러보며 긴장해서 차를 몰던 때와 달리 나는 버스 안에서 들과 산과 나무를 바라보며 어느덧 사색에 잠긴다. 옆자리의 아내도 같은 기분인지 한참 동안 우리는 서로 말이 없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나, 버스는 한가한 마을 입구 간이정류소에 우리 내외를 내려준다. 산간 지방이라 금세 해가 져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다. 다시 걷기를 15분여. 농촌의 맑디맑은 공기를 마시며, 초저녁 시골길을 걷는 맛은 나이가 들수록 더없이 좋기만 하다. 눈을 들면 맑은 하늘과 산이 보이고, 걷는 발길 옆에는 들꽃이 드물게 핀 모습이 예쁘다. “우리 차 두고 오길 잘했어~” 나의 말에 “그러게요, 이렇게 좋은데!” 아내도 맞장구. 우리는 이게 좋은 친구를 둔 덕분이라며, 방문할 집 식구들 얘기로 또 한 차례 도란도란 정담을 나눈다. 늦장가를 든 아들을 보며 흐뭇해하시는 아버님과 형제, 친지들 모두 다 웃음이 넘치고, 몇 순배 술로 다들 얼굴이 불콰해졌다. 축하와 덕담들로 이내 집안은 떠들썩한 잔칫집이 되었고, 들뜬 기분에 주고받는 술로 나는 곧 얼큰하게 취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포만감 때문인지 바로 잠이 들었다. 대중교통으로 오가는 시간은 더 걸렸겠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으며, 자연을 바라보며 감사함도 느꼈다. 기름을 아껴 에너지를 절약하고 버스 이용으로 지역 경제에 일조한 것은 덤. 이것이 바로 느림의 자유가 아닐까?
이정호/전주시 우아동3가 ‘느림’을 통해 자유를 늘리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걷기, 불끄고 지내기, 돈 안쓰고 지내는 실천법도 좋겠습니다. 비결을 나눴으면 합니다. bokkie@hani.co.kr로 글(200자 원고지 6장 분량)과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채택되면 고료를 드립니다.
이정호/전주시 우아동3가 ‘느림’을 통해 자유를 늘리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걷기, 불끄고 지내기, 돈 안쓰고 지내는 실천법도 좋겠습니다. 비결을 나눴으면 합니다. bokkie@hani.co.kr로 글(200자 원고지 6장 분량)과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채택되면 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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