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내 나이 23살, 대학교 4학년 졸업반. 대학 4년간의 날들을 돌아보고, 내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혼자 조용히 묻고 싶어, 청승맞지만 발칙한 도전을 해보았다.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바로 그것이었다. 시험 기간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여행지를 정하던 중, ‘밀양’이라는 곳을 우연히 찾게 됐다. 시크릿 선샤인. 이 비밀스러운 햇살이 비치는 곳에서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중간고사가 끝난 2007년 하반기 중반의 지점에서 밀양행 기차표를 손에 쥐었다.
거짓말같이 아름다운 밀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표충사로 가는 길이었다. 될 수 있는 한 걸으며 여행을 해온 터라 다리가 조금 아팠지만 25분쯤 걸리는 그 길을 나는 역시 걷기로 결정했다. 얼마쯤이나 올라갔을까. 숲속의 자그마한 정자에서 아픈 다리를 잠깐 쉬며 사색에 잠겼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의 눈에 울창하게 드리워진 나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그 어느 하나도 올곧게 자라 있는 것이 없었다. 구불구불하게, 때로는 비스듬히 자라있는 나무들의 모습은 도시의 그것과는 달랐다. 이 나무들에는 햇빛의 온기와 신선한 바람이 스며 있었고, 몰아치는 비바람과 폭풍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묵묵히 견디어온 세월이 녹아 있었다. 굽이진, 비스듬한 모양 그대로의 이야기들이 한데 모인 그 숲에는 진정한 ‘생명력’이 활기차게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나 자신 또한 이 무한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 나 스스로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제각기 다른 모양의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에서 진정한 생명력을 가진 온전한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됐다. 내가 사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이 사회도 다종다기한 나무들이 조화를 이룬 숲처럼 모두의 개성을 존중하는 곳이기를 염원하기도 했다.
내가 만약 자동차를 타고 5분 만에 표충사에 올라갔더라면 이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빨리 표충사에 도착해 잠깐 둘러본 뒤, 볼 것도 별로 없다고 투덜대며 서둘러 그 곳에서 빠져나왔을 것이다. 깊은 사색이나 가슴 벅찬 감흥 없이.
안효정/경북대 중어중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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