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문고 3학년 허강철(18)군이 헌혈을 하며 안전수칙 리프렛을 읽고 있다.
1318 리포트 “병원마다 혈액이 부족해 수술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면 저라도 나서서 헌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 상문고 3학년에 재학중인 허강철(18)군은 헌혈만큼 훌륭한 봉사활동도 없다고 말한다. 혈액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의 헌혈만큼 힘이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허군뿐만이 아니다. 요즘 학생들은 ‘헌혈’이 매우 값지고 필요한 것이라고 여긴다. 자신만 알 것 같은 청소년들이 사실 알고 보면 이처럼 성숙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헌혈차가 학교로 오는 날이면 그곳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빈다. 특히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학원, 과외 등으로 시간 내기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1년에 한 번 학교로 찾아오는 헌혈차는 반갑기 그지 없다. 그래서 학생들은 헌혈을 하기 위해 차 앞에서 수십 분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면서도 학생들이 헌혈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진심으로 헌혈을 하고 싶어서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간식이나 선물을 받기 위해 하는 학생도 있다. 심지어는 수업을 빠지기 위해 헌혈에 동참하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늦게 온 학생에게 선생님이 혼을 내면 “헌혈하려는데 줄이 길어서….”하며 주춤거리며 자리에 앉는 모습은 딱딱한 교실에 웃음을 선사한다. 헌혈을 무서워하는 학생도 있다. 수혈에 대한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하면서 덩달아 생기는 헌혈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먼저 헌혈을 한 학생이 장난삼아 “헌혈을 하면 하루 종일 팔이 아프고 어지럽다”고 한 말에 지레 겁을 먹고 헌혈을 피하는 ‘귀 얇은’ 학생도 종종 있다. 그러나 사실 헌혈은 매우 안전하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헌혈 받을 때 사용하는 채혈 바늘, 채혈백 등 모든 소모품은 모두 무균적으로 처리된 것이며 일회용으로 한번 사용 후 모두 폐기하게 되므로 감염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한다. 언론에서 나오는 에이즈 감염 등의 사고도 수혈과정에서 생기는 것이지 헌혈을 하며 생기는 경우는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남성은 약 4800ml, 여성은 약 3500ml의 혈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400ml의 헌혈은 일상생활이나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헌혈에 동참하는 학생들은 헌혈이 위험하다거나 두렵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헌혈을 계속한다는 조재현(18·대구 경원고3)군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헌혈을 하고 생활에 지장을 받은 적은 없다”며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헌혈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헌혈을 한번 할 때 걸리는 시간은 채 15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한번 한 헌혈은 수술을 받는 다른 사람에게 큰 힘이 된다. 헌혈은 비록 시간과 노력은 적게 들지만 타인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봉사활동이다. 내일이라도 길을 지나가다가 혈액원이 보이면 들어가 헌혈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동수/1318리포터, 서울 상문고 3학년 nak-cor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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