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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옛사람의 눈으로 천년을 느끼다

등록 2006-08-06 18:53수정 2006-08-07 13:32

박물관 속 딱딱한 미술체험은 사절
생생한 입말로 그림 읽어 주는 아저씨
아는 만큼 보이는 우리 그림의 참맛
1318책세상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그림은 작가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예술품이다. 그리고 그 정신 속에는 당대 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삶의 현장과 한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의 결정체가 녹아 흐르기 마련이다. 21세기를 일컬어 ‘문화의 시대’라 칭하는 거창한 구호을 접는다 할지라도, 문화가 한 민족의 정체성을 읽어내는 코드가 되고 그것이 바로 돈과 직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방학이 되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서양문화와 예술을 감상하기 위해 유럽으로 가는 짐을 꾸리기 전에 우리 문화와 예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다행히 우리의 것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에게 여러 박물관에서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한 젊은 소장학자의 혼이 고스란히 담긴 재미있는 옛 그림에 대한 책이 있다. 바로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솔 펴냄)이다.

이 책은 ‘한 폭의 좋은 그림은 예술품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과 시대를 말해주는 역사와 문화의 표지가 된다’는 믿음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설파한 저자의 강연을 속기사가 기록하여 만들어졌다. 강연집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구수한 입말체와 함께 군데군데 끼어있는 청중들의 웃음소리, 박수소리는 강연의 현장감을 그대로 옮겨놓아 자칫 문화예술 책이라면 빠지기 쉬운 지루함을 잘 피해나간다. 저자의 전작인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2>를 읽고 감동을 잊지 못하던 독자들이라면 지극한 정성으로 우리 문화와 예술의 혼을 담아 전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상당한 결실을 맺고 있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먼저 김홍도의 대표작들로 독자들을 그림세계로 이끌어 낸다. 담백한 수묵과 천재적인 감각이 묻어있는 시원스런 붓놀림이 느껴지는 풍속화들이 놀랍게도 당시의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이미 잘 알려진 작품 <씨름도>는 과학적인 원리에 따라 잡은 완벽한 구도가 놀랍고 무르익은 씨름판을 둘러싼 함성과 아찔한 현장감이 너무나 생생하다. 작품 <무동>에서는 춤추는 아이의 소매 자락이 춤사위의 절정을 느끼게 해주고, 피리를 불며 한껏 부풀려진 악동의 얼굴에서 가빠지는 호흡을 느껴볼 수 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이기도 한 <송하맹월도>는 또 어떤가. 민족의 표효하는 야성과 겨레의 혼이, 호랑이 분비물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한 화가의 초인적인 리얼리티 속에 숨 쉰다. 정선의 <금강전도>가 음양오행설의 원리에 맞추어 평화로운 이상향의 꿈을 그린 것이라는 설명도 새삼 다가오거니와, 미세한 표정과 검버섯까지 포착한 조선의 초상화를 “세계 최고”라며 찬사를 쏟아 붓는 저자의 주장에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이런 그림 감상에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옛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사람의 마음으로 느끼라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그림을 감상할 때 세로쓰기를 사용했던 옛사람의 눈에 맞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보아야 하고, 대각선 길이의 1~1.5배 정도 거리에서 찬찬히 그림을 감상해야 한다. “안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보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우리 옛 그림의 세계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방학을 보내는 뜻 깊은 일일 것이다.


이현숙/영등포여고 교사,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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