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할 때 떨지 않는다. 논리적 사고력이 생긴다. 글쓰기와 말하기 등 전체적인 언어능력이 좋아진다. 일반상식이 늘어난다. 예의범절도 기른다. 김 교사는 토론수업이 1석5조라고 말한다. 사진은 수지고 2학년1반이 토론수업 장면.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경기 수지고 김종헌 교사
경기 수지고 김종헌(48) 지리 교사는 학교안에서 ‘토론수업 전파자’로 통한다. 지난해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4반 학생들을 상대로 1년 내내 토론수업을 진행했다. 토론 수업의 성과는 도드라졌다. 동료 교사이면서 현재 출산휴가중인 조미송(35) 국어교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발표 수행평가를 했는데 그 반의 발표와 글쓰기 수준이 다른 반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며 “발표내용을 정리하는 수준도 높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떨지 않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성과는 올해 학교 전체에 퍼지고 있는 토론수업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 학생 2명씩 발표자로 나서
찬반 논점·배경 설명 꼼꼼히
1년에 다양한 400개 논제 다뤄 김 교사의 토론수업이 벤치마킹 사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따라하기 쉽다는 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학생중심 수업이다. 먼저 순번에 따라 하루에 학생 2명이 발표자로 나선다. 발표 주제는 ‘선착순 담임선택제’나 ‘교원평가제’ 등 학교와 관련한 주제에서 ‘양극화’ ‘한-미FTA’ 등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하다. ‘실존주의’나 ‘서구중심주의’ 같이 한번에 소화하기 어려운 주제도 있고, ‘방파제는 왜 정사면체 모양일까’와 같이 생활에서 찾은 주제도 있다. 토론수업은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고 저녁을 먹은 뒤에 이뤄졌다. 발표자가 발표를 하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메모를 한다. 발제 자료는 발표 전날에 복사해 미리 나눠주기 때문에 듣는 학생들은 내용을 미리 파악한 뒤에 토론에 임할 수 있다. 발제 자료의 작성요령에 대해 김 교사는 “처음엔 부담이 덜한 메모 형식의 보고서였는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갖춘 논술문 형태를 요구했더니 학생들이 잘 따라왔다”며 “토론이 논리적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이행되려면 최소한 몇개월의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술문을 쓸 때는 1200자~1500자 분량으로 쓰도록 한다. 발표는 써온 글을 무턱대고 읽는 방식은 아니다. 완성된 형태의 논술문을 써왔더라도 배경 설명이나 찬반 논점을 충분히 알려줘야 하는 의무가 발표자에게 있다. 하루에 2명의 학생이 논제 한개씩을 정리하다보니 1년동안 쌓인 논제는 모두 400개 안팎. 반 전체 학생이 한해동안 400개 안팎의 논제를 접한 셈이다. 모든 주제에 대해 깊이있게 파고들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양한 논제를 접하는 과정은 사고의 폭과 다양성을 넓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학생이 정리한 ‘독신자 가정에 입양을 허용해야 하나’라는 주제 발표문을 훑어봤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입양활성화 대책이 배경설명에 등장한다. 그리고 그 뒤로는 찬성과 반대의 논거가 각각 예닐곱개씩 정리돼 있다. 찬성하는 쪽의 논거로는 ‘한부모에 대한 우려는 편견’ ‘독신자도 경제적 능력이 충분함’ ‘최근에는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추세임’ ’정서적·환경적으로 고아로 크는 것보다는 낫다’ 등이 나열돼 있다. 반대쪽 논거로는 ‘정부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될 소지’ ‘육아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달라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 등이 꼽혔다. 김 교사의 수업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지난해 10월 이 토론 수업은 각 반 대표학생들과 동료 교사들, 학부모들에게까지 공개됐다. 그 이후로 토론수업을 진행하는 반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논술 때문에 서울 강남 학원으로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김 교사는 “논술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자기가 어떤 내용을 직접 정리하고 구성해서 남앞에서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돈 안 들이고 하는 논술공부 방법으로는 최고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눈치보면서 토론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내가 출장을 가더라도 스스로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올해부터는 컴퓨터 자판으로 쓰고 프린터로 출력한 글 대신 직접 손으로 써온 글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당장은 직접 쓰는 게 싫을 수 있지만, 손으로 써보는 것이 시험 준비에 유리하다는 게 김 교사의 지론이다. 생각을 깊게 하고 그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건 어차피 아날로그 노동이기 때문에 아날로그적으로 준비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찬반 논점·배경 설명 꼼꼼히
1년에 다양한 400개 논제 다뤄 김 교사의 토론수업이 벤치마킹 사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따라하기 쉽다는 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학생중심 수업이다. 먼저 순번에 따라 하루에 학생 2명이 발표자로 나선다. 발표 주제는 ‘선착순 담임선택제’나 ‘교원평가제’ 등 학교와 관련한 주제에서 ‘양극화’ ‘한-미FTA’ 등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하다. ‘실존주의’나 ‘서구중심주의’ 같이 한번에 소화하기 어려운 주제도 있고, ‘방파제는 왜 정사면체 모양일까’와 같이 생활에서 찾은 주제도 있다. 토론수업은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고 저녁을 먹은 뒤에 이뤄졌다. 발표자가 발표를 하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메모를 한다. 발제 자료는 발표 전날에 복사해 미리 나눠주기 때문에 듣는 학생들은 내용을 미리 파악한 뒤에 토론에 임할 수 있다. 발제 자료의 작성요령에 대해 김 교사는 “처음엔 부담이 덜한 메모 형식의 보고서였는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갖춘 논술문 형태를 요구했더니 학생들이 잘 따라왔다”며 “토론이 논리적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이행되려면 최소한 몇개월의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술문을 쓸 때는 1200자~1500자 분량으로 쓰도록 한다. 발표는 써온 글을 무턱대고 읽는 방식은 아니다. 완성된 형태의 논술문을 써왔더라도 배경 설명이나 찬반 논점을 충분히 알려줘야 하는 의무가 발표자에게 있다. 하루에 2명의 학생이 논제 한개씩을 정리하다보니 1년동안 쌓인 논제는 모두 400개 안팎. 반 전체 학생이 한해동안 400개 안팎의 논제를 접한 셈이다. 모든 주제에 대해 깊이있게 파고들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양한 논제를 접하는 과정은 사고의 폭과 다양성을 넓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학생이 정리한 ‘독신자 가정에 입양을 허용해야 하나’라는 주제 발표문을 훑어봤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입양활성화 대책이 배경설명에 등장한다. 그리고 그 뒤로는 찬성과 반대의 논거가 각각 예닐곱개씩 정리돼 있다. 찬성하는 쪽의 논거로는 ‘한부모에 대한 우려는 편견’ ‘독신자도 경제적 능력이 충분함’ ‘최근에는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추세임’ ’정서적·환경적으로 고아로 크는 것보다는 낫다’ 등이 나열돼 있다. 반대쪽 논거로는 ‘정부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될 소지’ ‘육아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달라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 등이 꼽혔다. 김 교사의 수업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지난해 10월 이 토론 수업은 각 반 대표학생들과 동료 교사들, 학부모들에게까지 공개됐다. 그 이후로 토론수업을 진행하는 반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논술 때문에 서울 강남 학원으로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김 교사는 “논술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자기가 어떤 내용을 직접 정리하고 구성해서 남앞에서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돈 안 들이고 하는 논술공부 방법으로는 최고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눈치보면서 토론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내가 출장을 가더라도 스스로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올해부터는 컴퓨터 자판으로 쓰고 프린터로 출력한 글 대신 직접 손으로 써온 글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당장은 직접 쓰는 게 싫을 수 있지만, 손으로 써보는 것이 시험 준비에 유리하다는 게 김 교사의 지론이다. 생각을 깊게 하고 그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건 어차피 아날로그 노동이기 때문에 아날로그적으로 준비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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