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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쑤우프,엄마의 이름

등록 2007-05-20 15:31

쑤우프,엄마의 이름
쑤우프,엄마의 이름
정신지체 엄마의 ‘과거에서 찾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
1318 책세상 / 쑤우프,엄마의 이름

5월이 시작되면 3층 아줌마는 몸도 마음도 분주하다. 시골 장에서 구해 온 들깨를 깨끗이 씻고 말려서 기름을 짜고, 지난해 담아 두었던 간장을 달이고 된장을 퍼서 며칠 전에 닦아놓은 병에 담아 볕 좋은 베란다에 조로록 세워두고, 돌나물과 돌미나리로 향 좋은 물김치를 담그고…. 어버이날을 맞아 찾아올 3남매의 자식들에게 들려줄 ‘엄마표’ 음식을 준비하는 아줌마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이다.

그런데 들기름 병이고 간장 병이고 된장 단지고 모두 네 병이 넘으니 하나는 오랜 시간 가족처럼 지내온 이웃사촌에게 전하는 ‘사랑’이다.

<쑤우프, 엄마의 이름>은 가족은 누구를 말하는지, 가족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열세 살 소녀 하이디는 알 수 없는 부분이 구부러지거나 망가져서 고장 난 기계처럼 정신지체를 가진 엄마와 단 둘이 산다.

바로 옆집의 버니 아줌마는 어느 날 자신의 아파트 문 앞에서 태어난 지 일주일쯤 되는 아기를 안은 채 비옷을 입고 진흙이 말라붙은 맨발로 서 있는 엄마를 발견한 이래 거실 벽장 속에 있는 문을 통해 하이디의 집을 드나들면서 엄마와 하이디를 가르치고 보살핀다.

같이 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광장공포증이 생긴 아줌마는 바로 엄마에게 분유 타는 법이며 목욕물의 온도를 알아보는 법을 가르치고, 엄마에게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은 뭐든지 엄마 대신 해 주었다.

하지만 엄마가 아줌마에게 말 해 줄 수 있었던 것은 하이디라는 아기의 이름과 ‘소비잇’(So Be. It)이라는 엄마의 이름뿐이었다. 버니 아줌마가 아무리 가르쳐도 엄마가 쓸 수 있는 말은 23개뿐이었는데 쑤우프는 그 중에는 오직 엄마만 쓰는 말이었다.

엄마와 함께 생전 처음 버스를 타러 나갔다가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바짝 지나치는 바람에 놀란 엄마가 옛 기억이 나는 듯 끊임없이 중얼거리다가 맨 나중에 낮은 소리로 흐느끼며 한 말, 쑤우프. 과거를 단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가 무척이나 소중해서 꼭 붙들고 잊어버리지 않으려 붙인 특별한 기억이 쑤우프가 아닐까?

하이디는 엄마만 알고 있으나 말해 주지 못하는 쑤우프의 뜻을 알면 자신이 누구인지, 또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점점 더해 가다가 부엌서랍 맨 아래에서 발견한 사진기 속의 필름에서 인화한 사진을 보고 엄마를 알기 위한, 그래서 자신이 누군지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버니 아줌마에게 엄마를 부탁하고 13년 전의 엄마가 있던 곳, 뉴욕 주의 리버티에 있는 힐탑 요양원으로 가는 길은 하이디가 인간관계와 삶의 진실을 깨달아 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진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조심하지 않으면 자기가 하는 거짓말에 속을 때도 있다. 거짓말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들어 주기도 한다.’

가고 오는 데만 각각 나흘씩 걸리는 거리를 어린 나이에 혼자 여행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쑤우프’라는 말을 찾아 떠난 하이디는 힐탑 요양원에서 따뜻한 사람, 냉정한 사람 등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겪은 뒤에 마침내 그 말의 뜻을 알게 되고 엄마의 이름 ‘소비잇’의 의미까지 알게 된다.

<쑤우프, 엄마의 이름>은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고 가족관계에서는 혈연이 필수가 아니라 ‘사랑’이 필수라는 것을 잔잔한 울림으로 전하면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김정숙/신도림중학교 교사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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