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시인의 교과서 미술기행
정지원 시인의 교과서 미술기행 /
[난이도 수준-고2~고3]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 앞의 소녀들’과 ‘대본 낭독’ 르누아르의 그림은 막 감아올리는 연분홍 솜사탕처럼 화사하고 달콤하다. 이내 사르르 녹아버리고 말 것 같은 아련한 첫사랑의 촉감. 그의 그림은 포근하고 상냥한 사람의 품에 폭 안긴 것처럼 향기롭다. 르누아르 특유의 다정다감한 색채가 사는 게 불에 탄 횡사목 같은 날이면 얼마 전 함박눈으로 쏟아진 첫눈처럼 다가와 우리를 감싸 안는다. 르누아르의 그림 속 사람들은 웃고 춤추며 그늘 하나 없는 얼굴로 일상을 즐긴다. 만개한 꽃그늘 아래서 환하게 빛으로 일렁이는 원형의 시간들. 르누아르에게 그림은 소중하고 즐겁고 예쁜 것의 표징이었다. 그림은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원칙은 남루한 삶의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쳐본 자만이 켤 수 있는 성냥팔이 소녀의 반쯤 젖은 성냥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살랑거리는 햇살과 꽃길, 아름다운 여인들과 여유로운 풍경들로 생기발랄한 세상을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경쾌한 춤곡이 나뭇잎 사이로 물결무늬를 그리며 잠시 쉬었다 가는 이 유쾌한 순간들을. 그곳엔 오직 기쁨과 사랑스런 눈길과 아늑하고 곱디고운 청춘의 노래만이 있을 뿐이다.
르누아르의 여인들은 우수에 찬 눈매와 여릿여릿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 살굿빛 동그스름한 뺨과 부드럽고 순수한 얼굴이 첫사랑의 감수성을 닮았다. 누드의 경우에도 풍만하지만 천격으로 흐르지 않게 조율해낸 엄정성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냉철한 객관적 비판을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빼어난 색채감각을 타고났지만 가벼움이나 현란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빛과 색으로 인간과 세상을 찬찬히 살펴나간 화가. 숨을 거두기 전, 이 겸손하고 위대한 화가는 꽃을 그리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이걸 좀 이해하기 시작했어.”
르누아르는 따뜻한 불꽃의 화가다. 그 불꽃은 신성하고 소박한 모닥불을 닮았다. 그래서 추운 날이면 사람들을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 앞으로 둥글게 모이게 한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들이 불앞에서 발그레 익어가다 보면 나처럼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을 모닥불 곁에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처럼, 르누아르가 꿈꾼 행복한 빛의 세상도 무한한 발견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고 다시 웃음을 머금게 된다.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깊고 조용한 순간이다. ‘피아노 앞의 소녀들’은 사랑스럽다. 금발의 소녀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진홍색 옷을 입은 친구는 악보를 보고 있다. 곧 두 소녀의 붉은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지고 맑은 노랫소리가 피아노 선율을 따라 울려 퍼질 것이다. 르누아르는 빛이 닿는 손길마다 사람도 꽃이나 나무처럼 신비롭게 피어난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시간이다. 햇빛을 빨아들인 듯 물결치는 머릿결, 흰색과 금색, 주황색과 연두색의 세련된 조화가 원추리꽃 같은 소녀들의 즐거운 시간을 온화하고 기품 있게 그려내고 있다.
‘대본 낭독’은 볼수록 재미있는 그림이다. 오직 르누아르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속눈썹이 촉촉하게 젖은 보호본능을 마구 자극하는 사랑스런 여자는 지금 아주 슬픈 대사를 듣고 있다. 비극의 한 장면인 듯하다. 곧 눈물이 또르르 흐를 듯한 얼굴로 귀를 열고 손가락을 깍지 낀 채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 아리따운 여자를 앞과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두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젊은 여자를 중심으로 전경에서 대본을 펼쳐든 채 눈을 맞추며 열렬히 낭독하고 있고 후경에는 침착한 성품으로 보이는 수염을 기른 남자가 그 두 사람을 내려다보듯이 바짝 서서 지켜보고 있다. 여자는 누구에게 자신의 사랑을 나누어줄까? 내 생각에는 눈을 맞춘 사람일 것 같다. 등을 보고 하는 사랑은 외롭다. 하지만 이 가난한 예술가가 바친 뜨거운 사랑이 결혼이란 현실의 벽을 통과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택은 행복에 대한 신뢰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까.
르누아르는 우리에게 행복할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며 즐겁게 춤추듯 살라고 말한다. 사는 건 원래 서러운 거니까, 하면서 쓴 약을 삼키듯이 꿀떡 삼키곤 웃으라고 한다.
빛으로 세상을 만났고 빛으로 사람의 아름다움을 그린 불꽃의 화가 르누아르. 그는 오늘도 우리에게 행복의 불꽃을 나누어 준다.
[난이도 수준-고2~고3]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 앞의 소녀들’과 ‘대본 낭독’ 르누아르의 그림은 막 감아올리는 연분홍 솜사탕처럼 화사하고 달콤하다. 이내 사르르 녹아버리고 말 것 같은 아련한 첫사랑의 촉감. 그의 그림은 포근하고 상냥한 사람의 품에 폭 안긴 것처럼 향기롭다. 르누아르 특유의 다정다감한 색채가 사는 게 불에 탄 횡사목 같은 날이면 얼마 전 함박눈으로 쏟아진 첫눈처럼 다가와 우리를 감싸 안는다. 르누아르의 그림 속 사람들은 웃고 춤추며 그늘 하나 없는 얼굴로 일상을 즐긴다. 만개한 꽃그늘 아래서 환하게 빛으로 일렁이는 원형의 시간들. 르누아르에게 그림은 소중하고 즐겁고 예쁜 것의 표징이었다. 그림은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원칙은 남루한 삶의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쳐본 자만이 켤 수 있는 성냥팔이 소녀의 반쯤 젖은 성냥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살랑거리는 햇살과 꽃길, 아름다운 여인들과 여유로운 풍경들로 생기발랄한 세상을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경쾌한 춤곡이 나뭇잎 사이로 물결무늬를 그리며 잠시 쉬었다 가는 이 유쾌한 순간들을. 그곳엔 오직 기쁨과 사랑스런 눈길과 아늑하고 곱디고운 청춘의 노래만이 있을 뿐이다.
불꽃의 화가 르누아르는 빛으로 세상을 만났고 빛으로 사람의 아름다움을 그렸다. 르누아르의 그림 ‘피아노 앞의 소녀들’
그래서 우리는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고 다시 웃음을 머금게 된다.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깊고 조용한 순간이다. ‘피아노 앞의 소녀들’은 사랑스럽다. 금발의 소녀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진홍색 옷을 입은 친구는 악보를 보고 있다. 곧 두 소녀의 붉은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지고 맑은 노랫소리가 피아노 선율을 따라 울려 퍼질 것이다. 르누아르는 빛이 닿는 손길마다 사람도 꽃이나 나무처럼 신비롭게 피어난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시간이다. 햇빛을 빨아들인 듯 물결치는 머릿결, 흰색과 금색, 주황색과 연두색의 세련된 조화가 원추리꽃 같은 소녀들의 즐거운 시간을 온화하고 기품 있게 그려내고 있다.
르누아르의 그림 ‘대본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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