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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동사에서 가지친 명사

등록 2007-12-23 15:58수정 2007-12-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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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 [난이도 = 중등~고1]

10.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①

11.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②

12.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③

한국어에서는 동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어휘 면이나 문장구조 면에서 다 그러한데, 그 중에서 오늘은 어휘 쪽을 살펴보기로 하자.


어느 언어에서나 동사와 명사는 가장 중요한 품사를 이룬다. 그런데 한국어 낱말 중에서 가장 먼저 생겨났을 법한 것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낱말들(이것을 ‘기본어휘’라고 한다)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띈다. 즉, 대부분 동사가 먼저 생겨나고 거기서 명사가 가지쳐 나왔다는 것이다.

동사에서 나온 명사들 중에 가장 흔한 것인 ‘-ㅁ’ 계열이다: 살다 → 사람, 살림, 삶 ; 자다 → 잠 ; 꾸다 → 꿈 ; 웃다 → 웃음 ; 울다 → 울음 ; 걷다 → 걸음 ; 얼다 → 얼음 ; 쉬다 → 숨 ; 이르다 → 이름, 지다 → 짐(등짐), 놀다 → 노름, 추다 → 춤….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이’ 계열 명사들이다: 살다 → 살이(하루살이) ; 놀다 → 놀이 ; 먹다 → 먹이 ; 걷다 → 걷이(가을걷이) ; 돌다 → 돌이(탑돌이) ; 잡다 → 잡이(고기잡이, 손잡이, 왼발잡이, 골잡이) ; 말다 → 말이(김말이, 두루마리) ; 부치다 → 부침이….

다음으로 ‘-개/게’ 계열이 있다: 덮다 → 덮개 ; 막다 → 마개 ; 쓰다 → 쓰개 ; 감다 → 감개(줄감개) ; 찌다 → 찌개 ; 부치다 → 부침개 ; 싸다 → 싸개(오줌싸개). 집다 → 집게(빨래집게)…. 이 ‘-개’와 비슷한 것으로, 그리 흔치는 않지만 ‘-애’로 끝나는 것들도 있다: 부치다 → 부채, 놀이 → 노래….

마지막으로 ‘-기’ 계열이 있다: 내다 → 내기, 보다 → 보기(돋보기), 끝내다 → 끝내기. ‘-기’는 영어의 ‘-ing’와 마찬가지로 동사를 명사형으로 만드는 접미사다. ‘팔굽혀펴기’ ‘보기 좋다’ ‘먹기 때문에’ ‘가기 위해서’ 따위에 쓰인 ‘-기’가 다 여기에 해당한다.

어떤 국어학자는 ‘신 → 신다’ ‘띠 → 띠다’ ‘품 → 품다’ 같은 예를 들면서 한국어의 동사와 형용사가 명사에서 나왔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정반대되는 예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이런 관점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아무튼 이렇게 한국어에는 동사에서 유래한 명사가 많기 때문에, 여러분이 교실에서 배운 ‘동족목적어’ 표현에 해당하는 구문이 쉽게 만들어진다: 잠을 잔다, 꿈을 꾼다, 짐을 진다, 춤을 춘다, 먹이를 먹는다, 걸음을 걷는다, 얼음을 얼린다, 숨을 쉰다, 부채를 부친다, 김말이를 만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너털웃음을 웃는다’ ‘서러운 울음을 운다’ 같은 시적 표현으로 쉬이 발전한다.

지난 글에서, 동사는 감각과 경험의 세계요 명사는 관념과 추상의 세계라는 얘기를 했었다. 몸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한 경험이 쌓여서 지적 추론과 이성적 사유로 나아가는 것이 인지능력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고 한다면, 동사가 먼저 생겨나고 명사가 나중에 만들어지는 것 역시 더없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동사는 영어로 ‘verb’다. 이 낱말에서 나온 ‘verbal’은 ‘동사’의 형용사형이기도 하지만, ‘말’ 또는 ‘언어’의 형용사형도 된다. 적어도 이 낱말만 본다면, 동사는 말(즉 언어) 전체를 대표하는 품사다.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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