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김아람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칼럼] Interesting American story 그 스무번째 이야기
얼마 전 한국 집에 전화를 했더니 이번에 대학교1학년이 된 동생이 전화를 받으면서 이런저런 푸념을 털어놓았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약 한달 반정도 되었는데 학교생활과 병행하려니, 힘이 들고 , 자기 친구들은 공부만 하고 아르바이트 같은 것도 하지 않고 편하게 학교생활 하는데 왜 자신만 이렇게 피곤한 생활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응석을 부렸다.
힘들어서 한 말이었겠지만 너무나 어리게 보이는 동생의 말을 듣고 할말이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바로 이런 부분들은 나 또한 느꼈던 부분이기에 웃으면서 이겨내라는 말만 해줄 뿐이었다.
나 또한 대학교 1학년 때 집안 사정에 의해서 처음으로 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드리기 위해 장학금을 타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당시 힘들기는 했지만 무언가 스스로 생활을 하고 있고, 조금이나마 내 문제를 내가 풀어간다는 느낌에 기분은 좋았었던 생각이 났다.
하지만 내 동생의 친구들처럼 내 친구들 또한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으로 비싼 음식들도 잘 사먹고, 백화점 가서 쇼핑도 잘하고 편하게 학교 다녔던 친구들이 있었다. 솔직히 그 당시 그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3년 뒤 4학년이라는 마지막 학년에 서 있을 때 나는 그들 보다 한 단계 더 올라 서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 내 생활비와 교통비를 벌기 위해 시작되었던 아르바이트는 내가 스스로 내일에 대해서 계획을 잡고, 스스로 공부를 하고, 생활을 하는 독립적인 부분을 키워주는데 한 몫을 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조그마한 영역에도 내가 스스로 해결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친구들 보다 더 확실한 선택과 장래를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이 미국에서는 특별하거나 누군가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미국인들 특히 갓 성인이 된 대학생들에겐 독립이란 말은 더 자연스러운 말로 들리기 때문에 어쩌면 과소비나 물질적인 욕심을 내는 면보다는 자기 것에 만족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4학년까지 혹은 취업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여도 부모님께서 주시는 용돈으로 , 등록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그 등록금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거나 압박감이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학생들은 소수의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스무 살,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 대학이라는 등록금부터 거의 대부분을 부모님이 아닌 자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미국 학생들의 경우 등록금은 거의 개인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강의가 없는 날이나 오후시간, 주말, 방학 등을 이용해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래서인지 식당에 가보면 간단한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오는 미국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자신이 돈이 없다면 같이 외식을 권유하더라도 정중히 사양한다. 개별 분담 값을 내기 때문에 식당에 가서도 8명 친구들끼리 갔다면 각 그 8명의 해당하는 음식의 값이 서로 다른 영수증으로 각자 자리 앞에 놓인다. 내가 돈을 내겠다고 말하면, 그 친구의 대답은 당연 노땡큐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서로 내주고 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모습은 이러하다.
이런 모습은 친구들 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외식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에 놀러 갔던 콜로라도에서 미국친구 가족과 같이 여행을 가게 되었다. 친구 앤드류는 대학생이었고, 누나와 오빠가 있었는데 둘은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식구 아니던가. 하지만 밥을 먹은 뒤 계산은 서로 각자였다.
웨이터가 아빠로 보이는 사람에게 가서 영수증을 보이자, 각자 계산을 해달라는 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언니와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신이 먹은 음식값과 팁을 내놓았다. 가족과의 여행에서도 분리적인 이런 모습은 절제와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한 결혼 전 자녀에게 독립된 삶을 살수 있게 잡아주려는 엄격한 모습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한국 유학생들을 살펴보면 두 분류로 나뉘어 진다. 반 정도의 친구들은 오직 자신의 장래만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공부를 한다. 다른 한 분류는 부모님에게 아무렇지 않게 돈을 요구하며 학업보다는 비싼 차나 비싼 옷, 쇼핑, 먹고 노는 일에 더 많이 신경 쓰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내 미국 친구들은 종종 오해를 했다고 한다. 왜 자식에게 돈을 저렇게 많이 주는지, 어떻게 비싼 차를 부모가 바로 바로 사주는지, 자식이 말만 하면 바로 해결해주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이지 그런 질문을 하는 미국친구들에게 이런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진다.
독립과 맞물려 생각할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자유라는 것이다. 유난히 우리나라는 자유를 부르짖는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나는 중, 고등학생 때 엄격한 제한과 규칙 속에 갇혀 청소년 시기를 보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어느 것에도 제한이 없는 대학교에 가서는 내가 하고 싶은 전공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쁨 보다는 어떠한 구속에서 풀려났다는 자유가 먼저 다가오고, 그것이 공부와 학업의 기쁨보다 더 큰 것이다. 부모님들 또한 입시라는 틀 안에 갇혀있다가 대학이란 문을 통과한 자식들을 보면 뿌듯함과 대견함으로, 그들이 자유란 틀을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시기에 먼저 안아주고 챙겨주기 바쁘다.
스스로 자신의 학업과 생활에 책임을 져야 할 성인의 나이에도, 충분히 자격이 되는 나이임에도 부모에게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친구들은 성인이 된 후로부터 모든 것들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스스로의 제한과 스스로의 룰을 만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보다 어린 대학친구들을 봐도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방탕한 생활을 한다던지, 일에만 매달린다던지, 학업보다는 돈을 먼저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공부와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부분은 누구의 몫도 아닌 자신의 몫이다. 성인이 되어 주민등록증이 나와 지갑에 넣고 다닐 것만 아니라, 성인이 된 책임감과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
그것은 힘들고 피곤한 일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자신의 계획아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독립적으로 인생을 계획하는 성인의 첫 관문이라 생각한다.
칼럼 김아람 aram1004t@nate.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