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소닷넷 회원들과 청소년들이 17일, 〈미친소 때려잡기 청소년 거리행진〉 행사를 진행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사회] 미친소닷넷, 1차 청소년행동의 날 <미친소 때려잡기 청소년 거리행진>진행
토요일 주말, 서울 명동에서 미국산 광우병위험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청소년들의 게릴라 시위가 벌어졌다.
촛불문화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중고교 10대 청소년이 17일 오후 4시 30분, 1차 청소년 행동의 날 <미친소 때려잡기 청소년 거리 행진>을 진행했다. ‘2MB 뭥미’라는 문구가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차려입은 2백여 명의 청소년과 시민들은 명동 아바타몰 앞에서 자리를 잡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다채로운 공연과 자유발언을 선보였다.
청소년들은 “경제를 살린다고? 국민목숨부터 살려”, “검역주권은 안드로메다로 보내셨나요?”, “미친소·미친교육 완전쩔어” 등의 문구가 적힌 형형색색의 피켓을 들고, “청소년도 국민이다”, “우리를 무시하지마”, “2MB 미친소 너나 먹어!”등의 구호를 큰소리로 외쳤다.
청계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빠짐없이 참여했던 고은수(고1)군은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달리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눈이 있다”며 “이익에 눈 먼 사람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세중(고3)군은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인지 의심스럽다”며 “이명박 정부가 자기 뜻대로 하려고 국민을 죽이는 강경책을 시행하고, 경찰은 사법처리 운운하면서 청소년의 외침을 막으려고 하는데 당장 그만둬라”고 말했다.
매 촛불문화제마다 도포차림에 삿갓을 쓰고 참여하는 한 시민은 학생들의 정당한 참여를 가로막는 학교와 교사에게 일침을 가했다. 학교에서 시키지 못하는 인성교육을 현장에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니 방해하지 말고 오히려 진정한 교육이 뭔지 배우고 가라는 것.
사회를 맡은 청소년 기획단 김태희, 조아라 양은 “선생님과 학교에서 촛불문화제 참여를 막아도 우리는 부끄럽거나 두렵지 않기 때문에 당당하게 나왔다”고 밝히며 더 많은 청소년과 시민들이 함께할 것을 권유했다.
이번 거리행진을 준비한 청소년 기획단은 FTA를 반대하는 내용으로 개사한 트로트 ‘빠라빠빠’에 맞춰 힘찬 율동공연을 펼쳤다. 다소 미흡한 측면도 있었지만 청소년만의 특유한 재치와 분위기로 행사를 이끌어 나갔다. 그 중 연극동아리 학생들은 광우병 소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을 경고하며 10년 후 피해사례가 발생하기 전에 국민의 힘으로 막아내자는 메시지를 담은 짧은 공연을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천안에서 온 한 남학생은 “요즘 언론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일단 우리가 먼저 비판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청소년이 깨어있는 생각을 갖고 나서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도 역시 청소년들의 행사참여를 막기 위한 교육당국의 훼방은 계속됐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며 “서울교육청 4시30분/창덕여중으로/교감, 교무, 생활부장집결명령/촛불집회학생봉쇄위해”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현장에서도 교사와 경찰로 보이는 중년남성들이 팔짱을 끼고 학생들을 주의 깊게 살피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상명(고2)군은 학생들의 촛불문화제 참여를 막아달라는 내용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집어 던지면서 “기성세대가 벌여놓은 일, 학생들이 해결하겠다는데 왜 막느냐”며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나섰는데 도움은 못 줄망정 탄압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정반연 카페 운영자 ‘쥐사냥꾼’은 “전북 덕진고에서도 수업을 받던 고3 학생이 경찰의 취조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며 “청소년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떳떳하게 자신의 권리를 말하는 것 일뿐 어른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이들은 2차 청소년행동의 날 거리행진 때는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청소년들은 “더 이상 촛불만 들어서는 안된다”며 “종이비행기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청와대로 날리는 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광우병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의미로, ‘2MB 뭥미’가 적힌 해바라기 모양의 버튼을 제작해서 달고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 30분 송아지, 공룡 등의 복장을 차려 입은 학생들을 시작으로 200여명의 청소년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명동일대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아바타몰에서 출발해 을지로1가 지하도를 지나 광교, 청계광장으로 가면서 “너나 먹어 미친소! 미친소를 청와대로!”를 외쳤다. 특히 이명박이 만든 청계천 광교 위에서는 참가자들이 일제히 다리 밑을 바라보며 나들이 나온 사람들에게 피켓을 선보이면서 함께할 것을 제안해 인상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청소년들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시민들은 일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옳은 일 한다며 지지를 아끼며 사진을 찍거나 함께 구호를 따라 외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명동에 왔던 한 남성은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웠다”며 현장에서 합류해 청계천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은 6시 30분 경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광우병 소고기 반대 목소리를 이어갔다.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시민들은 청소년들을 향해 힘찬 함성으로 환호했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한 청소년이 이명박 대통령도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라는 글을 적고 행사에 참여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빠라빠바’에 맞추어 힘찬 율동을 선보인 청소년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 자리에서 청소년들이 청와대에서 종이비행기 시위를 한다고 발표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청소년들은 명동에서부터 청계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시민들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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