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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촛불 불구속 입건 청소년,
“촛불집회 현장은 나에게 학교였다.”

등록 2008-08-01 14:40수정 2008-08-01 14:54

촛불집회 참여하다 불구속 입건 처리 당한 정원길(19)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촛불집회 참여하다 불구속 입건 처리 당한 정원길(19)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사회] 촛불로 인한 첫 번째 사법처리 심경고백
경찰에 4번이나 연행되고(6/11, 6/29, 7/13, 7/26), 급기야 불구속 입건(7/26)까지 되고나서도 촛불집회에 나오는 청소년이 있다.

그는 바로 포항에서 살고 있는 정원길(19)군. 인터넷에서는 ‘명박아몇씨야’로 통하는 그는 지난 6월 3일 이후 서울에서 두달째 촛불집회에 나오고 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전교에서 2등을 할 정도로 우수한 성적이던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그동안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세금을 도맡아 내왔다. 착실하게 살던 그는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촛불집회 영상을 보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에 미안해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때로는 찜질방에서, 때로는 여의도공원에서 노숙을 하며 참여한 결과, 그는 촛불로 인한 첫 번째 사법처리 청소년이 되었다. 미안해서 촛불에 참여했고, 연행되는 어른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스크럼을 짠 결과다.(6월 11일의 경우 9명의 시민이 끝까지 앉아서 농성을 하고 있어, 함께하다 연행됐다. 또한 6월 29일의 경우, 한 시민이 목졸린채로 연행되는 모습을 보고, 걱정되어 지켜보다 연행됐다. 7월 13일은 정 군과 함께있던 동생이 머리가 끌린채로 연행되어, 동생을 찾다가 연행됐으며, 26일엔 함께온 청소년 11명과 함께 경찰의 연행을 막다가 연행됐다.)


하지만 그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공무집행방해를 했다는 혐의만큼 무서운 청소년이 아니었다. 가수 ‘씨야’를 좋아하고(씨야 팬클럽 운영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금은 1980년대가 아닌 2008년이라고 말하고 싶어 ‘명박아몇씨야’라는 인터넷 이름을 쓴다면서는 살며시 웃기도 했다.

그러나 촛불을 이야기하고, 사회를 이야기하는 순간 표정은 진지했다. 정 군은 지난 31일, 인터뷰 자리에서 “정의를 위해 나섰기 때문에 사법처리가 두렵지 않다”며 “국민이 승리할 때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할 것이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경찰서 유치장에 가봤는데, 무섭지 않았나요?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유치장에 가봤어요. 지금까지 3번 정도 되요. 유치장에 있으면 답답하고 불안하죠. 2시간 자고, 조사받고, 다시 2시간 자고 조사받아본 적도 있어요. 26일에는 새벽 5시에 경찰서로 이송되었는데, 바로 시작해서 끝나니 오후 12시더라고요.”

- 지난 26일에는 스크럼 짜다가 연행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보신각 근처 패스트푸드점 2층에서 같이 온 친구들, 동생들과 쉬면서 구경하고 있었어요. 근데 경찰이 어른들을 연행하는 거에요. 동생들이 먼저 가서 지켜주자고 말했어요. 저는 동생들이 가니까 당연히 함께했죠.

12명 정도가 스크럼을 짜고 어른들을 보호했어요. 방패에 찍혀서 손톱이 날라갔어요. 한 여학생은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경찰이 가면을 당기다 놓는 바람에 안구 각막이 손상됐어요. 병원에 가보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 경찰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는 없었나요?

“조사 받을 때, 핸드폰을 압수했고요. 가방에서 BB탄 총이 나오고, 말가면이 나오니 다 압수했어요. 비비탄 총이 있었다고 저에게 공무집행방해라고 하는거에요. 경찰들에게 쐈다고. 근데 절대 쏘지 않았어요. BB탄 총 가지고는 친구들과 깡통놀이한 것 밖에 없어요. 말가면도 제가 평상시에 쓰고다니는 거거든요. 다 압수했어요.(지금 정 군은 말가면 대신 이명박 대통령 가면을 사서 집회 때 쓰고다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가면을 쓰고, 장난스럽게 ‘어머나’ 포즈를 취하는 정 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명박 대통령 가면을 쓰고, 장난스럽게 ‘어머나’ 포즈를 취하는 정 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근데 유치장에서 조사받으면서 느끼는 건데, 자기 생각을 가지고 경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없이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경찰도 있는듯해요. 조사받을 때 ‘왜요?“라고 답변하면, ’잘해주니 만만하냐‘고 이야기해요. 청소년에게 담배를 권하기도 하고. 수갑도 채우려고 하고. 반말로 조사하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서 조사해요.

인권침해도 그렇지만 경찰이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 전화받고 어머니가 쇼크로 쓰러져서 병원치료 받고 있어요.”

-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촛불집회 참여 했나요?

“6월 3일이 처음 참여한 날이에요. 인터넷 동영상과 뉴스를 보니 저보다 어린 학생들, 여자애들이 집회를 나가는 거에요. 어른들도 많았고요. 미안했어요. 혼자 집에 편하게 있다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 생각에 바로 서울에 왔어요.”

(6월 3일 이후 그는 촛불의 전환점이 된 사건마다 현장에 있었다. 물대포를 맞는 순간에도 촛불현장에 있었고, 시청에서 분신시도 사건이 있을 때도 가장 옆에서 지켜봤다.)

- 촛불 참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그전까지는 전경이 뭔지도 몰랐고, 조중동이 뭔지도 몰랐어요. 다 촛불집회 나와서 알았어요. 시민분들이 저에겐 선생님이었고, 거리가 교실같은 느낌이었어요. 헌법 1조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도 촛불 나오면서 알았어요.”

- 연행된 청소년이 비행 청소년들이란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런 주장을 하는 일부 어른들에게 묻고 싶어요. 무엇이 비행인가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어른인데, 어른이 못하면 우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손으로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에요. 앞으로도 자발적인 참여로 청소년이 나온다면, 좋지 않은 시선보단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국민이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할 거에요.”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국민이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할 거에요.”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 훈방처리되지 않고 입건된 것이 두렵진 않은지? 언제까치 촛불집회에 참여할 것인가요?

“두렵지 않아요. 사람 죽인 것도 아니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 나온 것인데 잘못한 것 없어요. 오히려 칭찬해줘야할 일이에요.

저는 국민이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할 거에요. 공안탄압도 없고, 돈 있는 사람이나 돈 없는 사람이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 때까지 함께할 거에요. 교육감 선거도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다는 정책이 있었잖아요. 수준별 이동수업, 결국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에요. 저, 기초생활수급자거든요.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쓸 데 없이 불러서 ‘돈 내라’고 했어요.(정 군은 이 일을 ‘핍박 받았다’고 표현했다.)

국민들이 이겨야해요. 동전을 던지면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아무도 몰라요. 예측할 수 없는 거에요. 이기는 것이 다소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졌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이 이길 수밖에 없어요.”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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