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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이대로는 안 된다

등록 2008-09-09 14:51수정 2008-09-09 14:56

[청소년칼럼] 경쟁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나 효과있는 것, 경쟁교육만이 능사가 아냐
“요즘 학생들은 지식의 양이 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똑똑해졌지만, 예전보다 인격이 바르지 못하고 남을 배려할 줄도 모른다.”

한 중학교 교사가 한 말이다. 실제로 지금 우리나라는 중고등학생들은 지나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중학생들도 특목고 입시준비, 고교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등학교 배정문제(내신성적 순 배정)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경쟁, 경쟁, 그리고 또 경쟁
비즈니스 세계에서나 필요한 경쟁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겨우 3~4시간동안 잠을 자고, 그외 깨어있는 시간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부에 열중한다. 그동안 자습시간과 수업시간에 공부도 안하고 엎드려서 자기만 했던 학생들도 모두 공부한다. 쉬는시간과 점심시간도 없다. 마치 고 3학생들 같은 풍경이다. 앞으로는 국제중 입시로 초등학생들도 고 3 학생들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위와 같은 경쟁이 꼭 필요하다.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들의 이익도 매우 증가한다. 카르텔(kartell)이나 트러스트(trust) 같은 독과점 형태를 띌 경우 그 피해는 고스러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크게 증대되어 기업과 해당 근로자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고 그 나라의 국가경제도 크게 발전한다.

하지만 교육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독일의 경우 40년전 부터 경쟁 없는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는데, 드높았던 독일의 교육수준이 현재는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많은 사람들이 비판 하고 있다. 독일 역시 많은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개혁의 내용은 2013년 부터 김나지움의 졸업학년을 13년에서 12년으로 낮추고, 각 학교별로 관장하던 아비투어시험(수능시험)문제도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출제하게 한다는 것이다. 오전반 수업도 오후반으로 늘리고 있다. 이 같은 독일의 교육 개혁 핵심은 교육의 경쟁력을 통한 교육수준의 향상이다.

성적 낮은 독일, 학생은 오히려 행복해

실제로 독일교육은 침체되고 있다. 각종 교육관련 지표에서 독일은 선진국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매우 신뢰성있다고 국제가 인정하고 있는 PISA(학업성취도국제비교) 평가에서는 수학 20위, 읽기 18위, 과학 13위로 중위권에 불과하다.(우리나라는 각각 4위, 1위,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제규모 3위, 1인당 국민소득이 35,000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막강한 경제력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독일 학생 중 약 20%는 독해력 시험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으며 복잡한 텍스트를 이해하는 능력이 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은 어려운 수학과 자연과학 텍스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가 최고 수준의 학생들의 경연장, 올림피아드에서의 성적은 어떨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경우 독일은 15위(우리나라는 4위)이고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도 10위권 대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교육 경쟁력 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 먼저 경쟁력 속에 묻혀버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얻었다. 또한 바람직한 인격형성을 위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독일학생들은 개개인의 성품이 착하고 양보를 잘하는 점이 돋보이고, 친구들 간에도 예의가 바르고 서로 배려하는 점이 남달랐다. 그룹끼리 활동할 때도 그룹 안에서도 노동분담이 일어났고, 무엇보다도 그룹 안에서 세력다툼이 없었고 평등했다.

또 다른 예로는 핀란드를 들 수 있다. 핀란드는 일제식 고사가 없고 시험성적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지나친 관심을 쏟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같은 과도한 입시경쟁도 없다. 치열한 경쟁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교육 시스템을 갖추었으며, 경쟁보다는 평등을 중시하여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국가가 무상교육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취업을 대비하여 직업교육도 해주고 있으며, 교사들의 질을 높여서 공교육 전체의 질도 높다.

PISA에서 핀란드는 읽기와 수학에서 2위, 과학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경쟁력도 최고 수준이다. 알타이어계의 한국어와 비슷한 우랄어계의 핀란드어를 사용하고 있어 언어학적으로 영어와는 매우 다른 구조로 되어 있지만, 영어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배우는 국가 중에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핀란드의 이러한 점들은 결코 교육은 과도한 경쟁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을 넘어서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 필요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교육정책을 시행하려고 한다. 전국 교육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서울시 교육감도 이명박 대통령과 교육정책이 비슷한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2010년까지는 대입 3불정책(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이 유지된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는 폐지될 가능성이 커 앞으로 입시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교육은 경쟁이 최고의 보약이 아니다. 경쟁을 붙일 때 소수 엘리트나 단기적인 교육경쟁력은 수준이 높아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어 학습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에만 치우친 현 교육시스템으로는 학생들의 잠재된 능력을 기르지 못하여,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결코 이익이 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경쟁에만 치우친 교육정책보다는 공교육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시행하여야 한다.

김성진 기자 mybung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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