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국제중 전환을 앞둔 서울 영훈중. 국제중 설립을 환영하는 현수막에 마을주민, 동창회, 학부모는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빠져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 학생들 입 모아 “우린 차별받기 싫어요”
내년 3월 국제중학교 전환을 앞둔 서울 강북구의 영훈중학교. 국제중 전환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찬·반 양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사자인 학생들의 여론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국제중, 학생들의 의견을 묻다
23일, 하교길의 영훈중학교를 찾았다. ‘학교가 내년부터 국제중학교로 바뀌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에 대해 교문을 빠져 나오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더니 백이면 백 모두가 알고 있다고 대답해주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최근 언론에서도 많이 접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럼 학교가 국제중학교로 바뀌는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라고 물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학생들은 처음에는 “우리랑 별로 관계가 없는 일이라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하면서도 이내 조심스러운 눈초리로 주위를 살피며 그동안 느껴왔던 바를 털어놓았다.
“국제중학교로 후배들이 들어오면 솔직히 저희는 무시당할 거 같아요. 공부 잘하는 애들 들어오고 확실히 차이가 날테니깐...”(1학년 안 모양)
“선생님들끼리 국제중 이야기 자주 하시는걸 들었는데 저희한테 혜택이 오는건 아무것도 없어서 기분이 안좋죠.”(1학년 김종우)
“국제중으로 바뀌면요 우린 그냥 다녀야하는데 걔네들은 교복도 더 예쁜걸로 바뀌고 선생님들도 실력있는 선생님들 오신다는 소문도 있어요. 아님 2, 3학년들은 전학 보낸다는 얘기도 있구요. 완전 찝찝하죠.”(1학년 정지은)
“제 일이 아니라 실감이 안 나긴 하지만 어른들이 성적으로 차별하는건 당연히 있을거 같아요.”(2학년 이혜림)
영훈중 학생들, 국제중 전환 이후 차별 걱정
영훈중학교가 내년에 국제중으로 전환되면 현재 1, 2학년 학생들은 새로 들어오는 국제중 신입생들과 같은 학교 건물을 사용해야 한다. 학생들은 한 학교에 성적 차이가 큰 학생들이 같이 다니게 될 때 겪게 될 차별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년에 졸업하게 될 3학년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어떤 선생님이 그러셨는데요, 너희들 나중에 졸업하면 영훈중학교 나왔다고 하지말고 영훈국제중 나왔다고 말하라고...좀 그래요.”(3학년 조효정)
“아 이젠 우리 후배들은 없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3학년 손모 군)
몇몇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의 중학교 배정 문제를 걱정하기도 했다.
“제 동생은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인데요, 우리 학교 국제중으로 바뀌면 걔는 20분 더 걸리는 성암여중으로 가야해요. 그게 불편할거 같아요.”(3학년 김준성)
“저희 동네에는 가까운 곳에 중학교가 별로 없어요. 제 동생도 더 먼 학교로 가야될 거 같아요.”(3학년 황모 군)
실제로 영훈중학교가 사라지면 이 지역(강북구 미아5동 일대)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최소 500m~1km 이상 떨어진 인근의 다른 중학교로 배정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그 학교들마저 정원이 모두 찬다면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내년에 겪게 될 영훈중학교의 이런 저런 변화에 대해 어떤 학생은 부모님이 하신 말씀을 기자에게 들려주었다.
“작년까지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이렇게 바꾸는게 어디 있냐고...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하셨어요.”(1학년 임유리)
최근 교육·청소년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제중학교 설립 문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대통령도 소신껏 하라고 말했다’며 국제중 설립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국제중 설립으로 발생될 여러 가지 문제점과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지만, 이번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정책 결정자들이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사를 수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궁정 기자 zptciw@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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