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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용산 참사 부상자들 “우린 벌레 취급도 못받았다”

등록 2009-02-02 15:00

19일, 20일 용삼참사 과정을 이야기하는 김성환 씨. 그는 지금과 같은 참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제공
19일, 20일 용삼참사 과정을 이야기하는 김성환 씨. 그는 지금과 같은 참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제공
[사회] 19일, 20일 용산 참사 과정 회상, “이젠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용산 참사로 인해 부상을 입은 철거민들이 당시 상황과 심경을 고백했다.

용산 4구역에서 2004년부터 낙지집을 개업해 영업해온 김성환 씨는 지난달 29일, “용산 참사 당일, 우리는 인간 취급을 못받았다”고 회상했다.

“지금과 같은 참사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보증금과 권리금을 합쳐 2억 5천만원을 투자해 장사를 시작한 김 씨. 그러나 정작 재개발로 인해 7천 4백만원만을 보상받게 되었다.


자신의 생활터전을 지키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간 김 씨는 “지금같은 참사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며 “참사를 생각했다면 시작을 안했다. 막상 일을 당하니 우리나라 공권력이 서민을 위한 공권력이 아니라, 가진자만을 위한 공권력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자신을 망루 4층에서 뛰어내리게 한 경찰특공대의 진압도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망루에서 뛰어내린 부상자를 폭행하는 모습도 충격으로 남았다. 그는 “부상당한 사람에 대해 응급조치는 하지 않고, 오히려 살려고 뛰어내려 부상입은 사람을 가격하고 공격했다”며 “우리 목숨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게 진압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 취급도 못받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지금까지 돈이 있던 없던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부하며 살았는데, 지금부터는 우리 후손들에게 험악한 세상을 보여줘선 안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 소방관, 용역은 한 패였다… 사십 평생 가장 무서운 날”

불탄 망루에서 뛰어내리다 다리 골절을 당한 지석준(40)씨도 “사십 평생 가장 무서운 날이었다”고 용산 참사를 겪은 심정을 고백했다.

당시 지 씨는 옥상까지 짐만 옮겨주고 내려오려고 했지만, 용역들이 막는 바람에 내려오지 못했고 이는 참사까지 이어졌다.

지석준 씨는 “개발하는 사람들은 세입자의 심정을 모른다”  ⓒ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지석준 씨는 “개발하는 사람들은 세입자의 심정을 모른다” ⓒ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지 씨의 불길한 예감은 19일부터였다. “용역들이 폐타이어 등을 이용해 불을 질렀다”고 증언한 지 씨는 “철거민들이 소방서에 신고를 했다. 소방관은 불은 껐지만, 정작 불을 지른 용역들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 씨에 따르면 아무도 용역을 제지하지 않았고, 그 바람에 용역은 불을 지르고, 소방관이 와서 불을 끄는 것이 한동안 계속됐다고 한다. 지 씨는 “경찰, 소방관, 용역이 한 패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말했다.

중구 지역에서 할머니와 함께 식당을 하다 강제철거 당한 지 씨는 “우리는 살인범도, 테러리스트도 아닌데, 특공대까지 투입해서 이렇게까지 진압을 해야했느냐”고 주장했다.

자신이 용산 철거민을 돕는 등 철거민 활동을 시작한 계기도 설명했다. 8년여 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장사를 한 지 씨는 하루 아침에 재개발 소식을 들었다. 조합에 찾아가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을 세워놓았느냐. 당신들이 우리 심정을 아냐”고 따졌지만 돌아온 대답은 “나는 세입자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세입자의 심정을 모른다”였다는 것.

“당장 영업보상금으로 천만 원 받는다고해서 어딜 가서 장사를 하느냐. 서울이 전부 재개발 지역인데, 장사할 때가 없다. 이사가도 쫓겨나고, 또 이사가고 쫓겨나고. 사람을 배려한 개발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선대책 후철거가 개발 원칙 아니냐. 자꾸 허리 띠 졸라 매라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 졸라 맬 때가 없어 구멍을 더 뚫어야할 판이다.”

“부상당했는데, 발로차고… 이젠 누굴 믿어야하나”

남양주시 지금동에서 철거 당한 후 용산 철거민을 도와주다 온몸에 부상을 입은 부상자는 특공대를 실은 컨테이너가 망루를 친 순간을 기억했다. 그는 “망루가 휘청거리면서, 우리가 한쪽으로 밀렸다. 이제 모두 끝났고, 집에 돌아갈 줄 알았다”고 말했다.

허리보호대로 교정하고, 손발을 붕대로한 한 부상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허리보호대로 교정하고, 손발을 붕대로한 한 부상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하지만 그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찰이 강제진압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불길을 피해 사람들이 망루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나도 당황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가 구석으로 이동했다. 너무 뜨거워서 견딜 수 없었다. 눈을 감고 뛰어내렸고, 잠깐 기절했다”고 말했다.

주차장 쪽으로 떨어진 그는 소방관이 깨워서 부축해줬다고. 소방관이 “걸을 수 있느냐”고 말하는 순간에도 경찰들이 와서 자신을 발로 찼다.

물대포를 맞아 속옷까지 다 젖은 그는 구급차를 타고 “왜 이렇게 춥냐”고 했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정말 억울하다. 우리가 살기 위해 이렇게 나섰는데, 어떻게 벌레 취급보다 더 하냐”고 눈물을 흘린 그는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됐냐. 시민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으면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라는게 말이되냐”고 말했다.

계속 눈물을 흘린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있는자들의 목소리만 듣고 재개발이다, 뉴타운이다 하고 있는게 그게 옳은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사람이 부상당했는데도 발로 차는 인간들이 어딨냐. 이젠 누굴 믿고 세상을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네들은 잘못한 것 하나 없고, 없는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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