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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보다 문화] 제 3화 : 국립오페라합창단은 노래하고 싶다
구준표, 대한민국 서열 1순위의 신화 그룹의 후계자.
사람들은 나보고 돈에 환장한 속물이라고 하지만, 그건 틀린 소리다. 특히 지금 내가 F4와 내 여자 친구 금잔디 (뒤에서 “누가 니 여자 친구래!” 라는 소리가 들린다. 부끄러워하기는)와 같이 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를 보러 가는 모습을 보면 내가 문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실은 원래 오페라를 보러 가는 것은 스케줄에 없던 일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술술 넘어갈 선물인 홍대 음반 매장 인수 계약서를 본 잔디는 갑자기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고, 다시 우리 관계는 서먹해졌다. 그때 지후에게서 전화가 왔다. “잔디가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오랜만에 공연이나 보러 갈까?”
오페라가 싫다는 잔디를 겨우 끌고서 지금 나는 한가롭게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아까부터 뒤에서 나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들린다.
단원 : …우리는 문화부와 국립오페라단에서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제대로 된 대접도 없이 우리를 6년간 부려먹다가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하나 때문에 해고하는 오페라단에 우리는 분노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해고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준표 : 어이, 지금 여기서 뭐하는 짓거리야. 시끄럽게. 단원 : 아, 서명하러 오셨나요? 여기 서명판이 준비가… (준표가 서명판이 놓여져 있는 책상을 발로 걷어찬다.) 준표 : 서명이고 자시고, 말 좀 대충 들어보니까 직장에서 짤린 백수들 같은데, 백수는 백수답게 집에서 짜져 있어야지. 우빈 : 그래, 너희들 모습 너무 더티하다고. 당장 셧 업하고 튀는게 너희들에게 어울려. 이정 : 집에서 박물관을 해서 잘 알지. 돈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안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내 흔든다.) 이거나 먹고 눈 앞에서 꺼져. 단원 : …왜, 왜들 이러세요? 저희는 단지 잘못된 처우에 저항하기 위해서… 준표 : 저항 좋아하시네. 저항할 자신이 있으면 우리들 발차기나 피해봐. 자, 오랜만에 몸 좀 풀어들볼까? (지후는 뒤로 물러나 방관하는 자세로 사태를 지켜보고, 준표, 우빈, 이정은 단원들에게 공격을 가하려 한다.) 잔디 : 야, 이 XX들아!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왜 폭력이야! 준표 : 너 지금 같은 서민이라고 얘네들 감싸주는 거야. 얘네들은 백수인 주제에 우리들 뒤에서 귀를 간지럽게 했다고. 용서할 수 없어. 잔디 : 그래, 이 사람들 백수야. 너희같은 사람들 때문에 잘린 거라고! 우빈 : 레이디- 설마 우리의 파이트 모션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그럼 뒤로 돌아서서 기분 좋게 울리는 사운드나 들으면 된다고. 지후 : 너희들, 가만히 있어봐. 너희같은 사람들 때문이라. 흥미로운데. 잔디는 뭔가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나본데, 좀 들려줄 수 있니? 잔디 : 네. 중요한 사실이라고 하기에도 뭣하지만, 이 사람들은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에요. 이정 : 국립 단원이라고? 그럼 처우가 매우 좋았을 거 아냐. 잔디 : 국립은 국립이지, 하지만 이 사람들은 비정규직 단원이었어. 국립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열악한 대우를 받아야 했어. 최저 임금 수준의 월급에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삶을 보내야 했지. 하지만 이런 처우에도 불구하고 7년 동안 버틴 요인은 단 하나, 언젠가는 정규직으로 올려주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어. 하지만, 그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말았어. 그들에게 온 것은 정규직 승진이 아닌 합창단 해체와 계약 해지였어. 너희들 집안 모두 경영을 하니까 비정규직 보호법이 뭔지는 다들 알고 있지? 2년 동안 일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승진을 시켜야 했기 때문에, 돈을 아끼기 위해서 모두 해고한거지. 이정 : 흠, 난 별로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 요새 경제도 안 좋은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우리야 돈이 워낙 많으니 마음껏 써도 문제가 없지만, 서민들이 모인 곳이라면 사정은 다르겠지. 그리고 자르기 가장 만만한 것들이 바로 비정규직들이라고. 아쉬워 할 것 없어. 잔디 : 가끔 너가 하는 말을 들으면 박물관 집안 자식이 맞나 싶다. 비정규직이 가장 만만하다는 이야기는 넘어가더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 잘랐다는 이야기는 명백한 거짓말이야. 이정, 휴대폰 꺼내봐. 네가 너에게 충격적인 자료를 보여줄게. (잔디가 이정의 휴대폰으로 뭔가를 찾는다.) 자, 이걸 보라고. 이정 : 이건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예산 내역서 아니야. 이게 뭐 어쨌다고. 잔디 : 총계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봐. 이정 : …이, 이럴 수가! 예산을 줄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늘어났잖아! 정부 지원금도 대폭 늘어났는 걸. 작년에 지원금 42억에 예산이 91억이었는데 올해는 지원금이 50억에 예산이 94억이라니. 뭐가 어떻게 된거야. 잔디 : 문화부는 분명히 문화 예산 총액을 늘였지. 다만, 문제가 있다면 기존의 지원 사업은 삭감하고 보수적인 곳의 예산을 증가했다는 거야. 국립오페라단도 ‘해외 진출’이라는 명목 아래에 그런 지원의 수혜자가 되었어. 그럼에도 불가하고 합창단의 예산은 늘지 않았어. 재작년과 작년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계속 예산은 3억원 수준이었어. 3억원의 비용으로 40여명이나 되는 단원들의 쥐꼬리만한 월급, 출장비를 지급하려니 합창단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지. 오페라단은 이런 열악한 환경을 개선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그 3억원마저도 예산 집행을 중단하고 합창단을 폐쇄했어. 이게 어딜봐서 예산 절감을 위한 행동이야? 단지 합창단을 정규직으로 편성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준표 : …잔, 잔디.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너한테 심한 말을 한 것 같다. 신, 신화 그룹의 후계자답게 너에게 정식으로 용서를 구하지. 어떻게하면 니 마음이 풀릴 것 같니? 잔디 : 으음, 아! 좋은 게 생각났어. 일단은 너가 쓰러트린 책상을 일으켜 세워. (준표가 책상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너하고 F4 전부가 합창단원들의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 거야! F4 모두 : 뭐라고, 고? 우리가 이런 사람들과 같이 서명 운동을 해야 한다고? 지후 : 그래, 잔디야. 난 단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을 뿐이야. 난 빠지는 것이… 잔디 : 안 돼요, 선배.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이 더 나쁜 거라고요. 얼른 하세요. [잠시 후, F4 전원이 깃발을 들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F4를 보고 여자들이 많이 몰려와 서명 책상 주위가 북적거린다. F4는 기분 좋은 미소를 애써 지으려고 하지만, 아직도 얼굴에는 당혹감이 새겨져 있다.] 그렇게, 나 구준표는 잔디의 말대로 합창단원들의 서명을 도와야 했다. F4의 매력에 반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꼭 사인회같은 분위기가 들었지만, 뒤에서 째려보는 잔디의 눈빛 때문에 사인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대단한 사건은 그 다음 날에 벌어졌다. 모든 신문 1면에 ‘신화 그룹 2세, 합창단원들을 도와줘’라는 표제와 함께 서명운동을 하는 사진이 실린 것이었다. 기자들은 하나같이 평소의 가식적인 선행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선행을 본 것 같다고 칭찬을 하였다. 내 선행이 아니고 잔디의 강압으로 인한 선행이었지만 괜찮다. 이걸로 신화 그룹의 이미지는 올라 갔으니 다행이 아닐까. 금잔디, 진짜 너는 알 수록 신기한 아이야. 문화에 관심있어하는 너 덕분에 싸우기도 하지만, 이렇게 좋은 광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야. 좋았어. 보답으로 잔디를 우리 F4의 럭셔리한 문화로 초대해 볼까…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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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 …우리는 문화부와 국립오페라단에서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제대로 된 대접도 없이 우리를 6년간 부려먹다가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하나 때문에 해고하는 오페라단에 우리는 분노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해고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준표 : 어이, 지금 여기서 뭐하는 짓거리야. 시끄럽게. 단원 : 아, 서명하러 오셨나요? 여기 서명판이 준비가… (준표가 서명판이 놓여져 있는 책상을 발로 걷어찬다.) 준표 : 서명이고 자시고, 말 좀 대충 들어보니까 직장에서 짤린 백수들 같은데, 백수는 백수답게 집에서 짜져 있어야지. 우빈 : 그래, 너희들 모습 너무 더티하다고. 당장 셧 업하고 튀는게 너희들에게 어울려. 이정 : 집에서 박물관을 해서 잘 알지. 돈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안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내 흔든다.) 이거나 먹고 눈 앞에서 꺼져. 단원 : …왜, 왜들 이러세요? 저희는 단지 잘못된 처우에 저항하기 위해서… 준표 : 저항 좋아하시네. 저항할 자신이 있으면 우리들 발차기나 피해봐. 자, 오랜만에 몸 좀 풀어들볼까? (지후는 뒤로 물러나 방관하는 자세로 사태를 지켜보고, 준표, 우빈, 이정은 단원들에게 공격을 가하려 한다.) 잔디 : 야, 이 XX들아!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왜 폭력이야! 준표 : 너 지금 같은 서민이라고 얘네들 감싸주는 거야. 얘네들은 백수인 주제에 우리들 뒤에서 귀를 간지럽게 했다고. 용서할 수 없어. 잔디 : 그래, 이 사람들 백수야. 너희같은 사람들 때문에 잘린 거라고! 우빈 : 레이디- 설마 우리의 파이트 모션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그럼 뒤로 돌아서서 기분 좋게 울리는 사운드나 들으면 된다고. 지후 : 너희들, 가만히 있어봐. 너희같은 사람들 때문이라. 흥미로운데. 잔디는 뭔가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나본데, 좀 들려줄 수 있니? 잔디 : 네. 중요한 사실이라고 하기에도 뭣하지만, 이 사람들은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에요. 이정 : 국립 단원이라고? 그럼 처우가 매우 좋았을 거 아냐. 잔디 : 국립은 국립이지, 하지만 이 사람들은 비정규직 단원이었어. 국립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열악한 대우를 받아야 했어. 최저 임금 수준의 월급에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삶을 보내야 했지. 하지만 이런 처우에도 불구하고 7년 동안 버틴 요인은 단 하나, 언젠가는 정규직으로 올려주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어. 하지만, 그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말았어. 그들에게 온 것은 정규직 승진이 아닌 합창단 해체와 계약 해지였어. 너희들 집안 모두 경영을 하니까 비정규직 보호법이 뭔지는 다들 알고 있지? 2년 동안 일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승진을 시켜야 했기 때문에, 돈을 아끼기 위해서 모두 해고한거지. 이정 : 흠, 난 별로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 요새 경제도 안 좋은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우리야 돈이 워낙 많으니 마음껏 써도 문제가 없지만, 서민들이 모인 곳이라면 사정은 다르겠지. 그리고 자르기 가장 만만한 것들이 바로 비정규직들이라고. 아쉬워 할 것 없어. 잔디 : 가끔 너가 하는 말을 들으면 박물관 집안 자식이 맞나 싶다. 비정규직이 가장 만만하다는 이야기는 넘어가더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 잘랐다는 이야기는 명백한 거짓말이야. 이정, 휴대폰 꺼내봐. 네가 너에게 충격적인 자료를 보여줄게. (잔디가 이정의 휴대폰으로 뭔가를 찾는다.) 자, 이걸 보라고. 이정 : 이건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예산 내역서 아니야. 이게 뭐 어쨌다고. 잔디 : 총계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봐. 이정 : …이, 이럴 수가! 예산을 줄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늘어났잖아! 정부 지원금도 대폭 늘어났는 걸. 작년에 지원금 42억에 예산이 91억이었는데 올해는 지원금이 50억에 예산이 94억이라니. 뭐가 어떻게 된거야. 잔디 : 문화부는 분명히 문화 예산 총액을 늘였지. 다만, 문제가 있다면 기존의 지원 사업은 삭감하고 보수적인 곳의 예산을 증가했다는 거야. 국립오페라단도 ‘해외 진출’이라는 명목 아래에 그런 지원의 수혜자가 되었어. 그럼에도 불가하고 합창단의 예산은 늘지 않았어. 재작년과 작년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계속 예산은 3억원 수준이었어. 3억원의 비용으로 40여명이나 되는 단원들의 쥐꼬리만한 월급, 출장비를 지급하려니 합창단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지. 오페라단은 이런 열악한 환경을 개선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그 3억원마저도 예산 집행을 중단하고 합창단을 폐쇄했어. 이게 어딜봐서 예산 절감을 위한 행동이야? 단지 합창단을 정규직으로 편성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준표 : …잔, 잔디.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너한테 심한 말을 한 것 같다. 신, 신화 그룹의 후계자답게 너에게 정식으로 용서를 구하지. 어떻게하면 니 마음이 풀릴 것 같니? 잔디 : 으음, 아! 좋은 게 생각났어. 일단은 너가 쓰러트린 책상을 일으켜 세워. (준표가 책상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너하고 F4 전부가 합창단원들의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 거야! F4 모두 : 뭐라고, 고? 우리가 이런 사람들과 같이 서명 운동을 해야 한다고? 지후 : 그래, 잔디야. 난 단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을 뿐이야. 난 빠지는 것이… 잔디 : 안 돼요, 선배.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이 더 나쁜 거라고요. 얼른 하세요. [잠시 후, F4 전원이 깃발을 들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F4를 보고 여자들이 많이 몰려와 서명 책상 주위가 북적거린다. F4는 기분 좋은 미소를 애써 지으려고 하지만, 아직도 얼굴에는 당혹감이 새겨져 있다.] 그렇게, 나 구준표는 잔디의 말대로 합창단원들의 서명을 도와야 했다. F4의 매력에 반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꼭 사인회같은 분위기가 들었지만, 뒤에서 째려보는 잔디의 눈빛 때문에 사인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대단한 사건은 그 다음 날에 벌어졌다. 모든 신문 1면에 ‘신화 그룹 2세, 합창단원들을 도와줘’라는 표제와 함께 서명운동을 하는 사진이 실린 것이었다. 기자들은 하나같이 평소의 가식적인 선행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선행을 본 것 같다고 칭찬을 하였다. 내 선행이 아니고 잔디의 강압으로 인한 선행이었지만 괜찮다. 이걸로 신화 그룹의 이미지는 올라 갔으니 다행이 아닐까. 금잔디, 진짜 너는 알 수록 신기한 아이야. 문화에 관심있어하는 너 덕분에 싸우기도 하지만, 이렇게 좋은 광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야. 좋았어. 보답으로 잔디를 우리 F4의 럭셔리한 문화로 초대해 볼까…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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