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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두가 생각하며 즐기는 문화가 좋은 문화

등록 2009-03-05 15:05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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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보다 문화] 제 4화 : 럭셔리하다고 다 좋은 문화는 아니지
약속 시간이 5분 남았다. 그동안 알 수 없는 일이 참 많이도 일어났다.

예술의 전당 앞에서 오페라 합창단의 서명에 F4를 끌어들인 이후, 참 많은 사건이 벌어졌다. 모든 신문 1면에 F4가 서명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진이 박히고, 전부 다 똑같은 기자가 쓴 듯 한 가지 질문이 기사 끝에 붙어 있었다. 그렇게 거만하다고 소문난 F4를 서명에 끌어들인 여자는 누구인가? 알고 보니, 내 얼굴이 사진에 정면으로 나와 있던 것이었다. 그것도 쨰려보는 사진이 말이다!

그 후로 많은 의혹과 스캔들이 신문과 방송에 펼쳐졌다. F4 중 한 명의 친척에서부터 정말로 내가 나오기 싫어했던 F4 중 한 명의 여자 친구, 심지어 F4의 흑막이라는 추측까지 다양한 소문이 난무했었다. 이렇게 바쁜 일 주일을 보내고 나서 F4의 이름으로 편지가 도착했다. ‘광고해 줘서 고맙다. 우리가 너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지.’ 광고는 뭐고, 좋은 것은 또 뭐야.

그러고 보니 어떤 기사에서 이번 사건이 보도된 이후에 신화그룹, 일심건설의 인지도와 주가가 급상승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았다. 그것 때문에 초대하는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5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흘러가고 내 눈에는 F4의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준표 : 오, 마이 허니. 많이 기다렸지?

잔디 : 정각에 딱 맞춰 왔네. …그런데 갑자기 왜 영어. 너가 우빈이도 아니고.

준표 : 우빈이가 그러던걸? 이렇게 하면 여자들이 더 잘 넘어온다는데.

잔디 : (나 때문에 그런 거였군.) 하여튼 간 갑자기 4명이 날 왜 부른거야?

이정 : 저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우리들이 찍힌 사진이 신문에 실리고 나서 우리들 집안 회사의 평판과 인지도가 좋아졌어. 특히 평소에 진보적인 사람들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었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훌쩍 뛰어올랐지. 너 덕분에 광고를 한 셈이지.

지후 : 그래서 그 보답으로 너에게 우리 F4의 화려한 문화를 보여주려는 거야.

우빈 : 어디 한 번 신나게 놀아보자고, 안 그래? 베이비-!

준표 : 자, 일단 첫 번째 코스로 가자고. (갑자기 잔디의 손을 잡더니 끌고 간다.)

잔디 : 야! 야! 손 놔. 가도 내가 알아서 갈 거니까 빨리 손 놓고 가.

[첫번째 장소 : 모 백화점의 VIP 전용 매장]

잔디 : 여기는 그냥 백화점이잖아. 물건 사려고 온 거였어?

준표 : 겉보기에는 그냥 백화점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백화점에도 다 비밀이 있다고. (지갑에서 카드키를 꺼내더니 구석에 보이는 문에 카드 장치에 긁는다.)

잔디 : 야- 엄청 나다! 시내 백화점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

이정 : 서민들은 이런 것을 잘 모르겠지만, 잔디 너는 준표와 사귀고 (잔디 : 뭐라고 했어?) 아니, 잘 아는 사이니까 특별히 들여보내준거야. 보통 서울 시내 유명 백화점에는 우리 같은 VIP 고객들을 위한 가게가 따로 있다고.

준표 : 원하는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도 돼.

잔디 : ….

[두번째 장소 : 서울 시내의 구석 거리]

잔디 : 아, 결국은 아무 것도 사지 못했어. 세상에 니트가 백 만원이 넘어가는 것이 말이 돼?

우빈 : 후훗- 잔디, 아직 놀라지 말라고. 이제 부터 우리 F4의 럭셔리한 문화가 시작되니까.

잔디 : 그런데, 너무 한적하잖아. 이런데에 뭐가 있다고.

준표 : 아까도 그랬지. 원래 이런 곳일수록 그 안에 화려한 것이 있다고. (다시 카드를 꺼내들고 어떤 건물의 문에 달려 있는 카드 장치에 긁는다.)

잔디 : 뭐, 뭐야. 이런 평범한 건물 안에 이렇게 화려한 곳이 있단 말이야…?

준표 : 화려한 곳이라니, 우리 F4가 즐겨 다니는 대한민국 1%만을 위한 프라이빗 (사설) 클럽이라고. 원래 이런 곳, 아무나 못 오는 건데. 너를 위해서 특별히 문을 열어주는 거야.

지후 : 뭐해, 빨리 들어오지 않고. 마침 음식도 차려져 있네. 가서 먹자.

잔디 : (안색이 안 좋아진다.) …저기, 지후 선배, 그리고 준표야. 나, 그냥 갈래.

준표 : 왜, 무슨 일이야? 너한테는 이런 곳도 부족한거야?

잔디 : 부족한 것이 아니고, 너무 과한 것 같아. 이런 문화가 좋은 문화라고는 생각하진 않거든.

준표 : 도대체 뭐가 어때서? 원래 고급스러운 문화일수록 돈이 많이 드는 법 아닌가?

잔디 :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러겠지. 하지만 너희들이 다니는 곳을 보면서 든 생각이 있어. 너무 너희들끼리 노는거 아니야? 마치 돈 많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보통의 서민들을 몰아내고, 끼리끼리 놀고 있잖아. 이건 너희들만의 자랑스러운 문화일뿐, 별로 보고 싶은 모습은 아니었어?

이거 알아? 가장 좋은 문화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즐기는 문화가 좋은 문화야. F4 모두에게는 미안하지만, 너희들이 데려간 곳은 화려할지는 몰라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는 아니었어. 그런 점이 부담스러웠던 거야.

준표 : …그래, 알았어. 내 딴에는 너를 위한다고 한 일인데, 또 너한테 부담을 줬구나. 우리는 너보다 가진 것은 많지만, 정작 문화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다시는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잔디야, 너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곳으로 내가 가줄게.

잔디 : 그래? 그렇다면 (얼굴에 살짝 미소를 짓는다.) 거기로 갈 수 있겠어?

[잠시 후, 홍대 카페 빵]

카메라를 든 남자 : …저기, 손님. 실례지만, 어디에서 많이 본 얼굴이 아닌가요?

준표 : 무슨 소립니까. 저흰 F4같은 사람들 아닙니다. (다른 사람 전부 : 야! 야! 야! 그런 걸 왜 말해!)

정말로 나는 운이 없는 것일까. 나는 F4에게 마침 인디 밴드 공연이 잡혀 있던 홍대에 있는 카페 빵으로 가길 원했고, 그 때까지는 그냥 기분 좋은 마음으로 공연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하필 그 공연은 인디 밴드 계의 기대주인 어떤 밴드의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어서 많은 기자들이 포진해 있었고, 우리는 공연을 보면서 주위에, 특히 우리 주변에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 처럼, 다시 한 번 모든 신문 1면에 기사가 나게 되었다. ‘F4와 의문의 여자, 인디 밴드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 나타나.’ F4가 오만한 모습에서 서서히 진정한 문화를 깨닫는 것은 좋지만, 나는 ‘의문의 여자’ 따위는 아니라고!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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