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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인디 음악에서 한국 음악의 미래를 찾다

등록 2009-03-12 15:13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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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보다 문화] [한국대중음악상 특집] 제 6화 : 희망은 때론 비주류에 있다

3월, 슬슬 봄이 오는 달이다. 그리고 신화고등학교의 자랑, 봄축제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나는 별로 신화고등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았고, 거의 반강제적으로 다닌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등학교를 다닌 이유가 있었다. 지후 선배같은 좋은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부유한 재단을 가진 신화고등학교다운 계절 축제때문이었다. 처음 전학오고 나서는 한동안 아이들의 괴롭힘 때문에 제대로 축제를 즐기지 못했지만, 이제 새 학년이 된 만큼 제대로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누군가의 압력으로 인해 이번 축제의 실행위원 중 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구준표 이 자식, 아무리 나를 위해 준다고 해도 그렇지. 나는 단지 ‘편하게’ 축제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는데, 제멋대로 해석하는 바람에 결국 실행위원이 되었다. 나는 축제 실행 위원같은 막중한 위치에 있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하지만 어쩌겠는가. 준표는 항상 제멋대로 였는 걸. 그래서 나는 지금, 학생회실에서 축제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준표 : …전원 만장일치. 이로써 안건 3, ‘신화고등학교 축제에 어떤 기업을 초청할 것인가?’ 가 통과되었음을 선고한다. (망치를 세 번 두드린다.)


그럼 다음 안건을 진행하지. 안건 4, ‘신화고등학교 축제에 어떤 가수를 초청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겠다.

지후 : 봄답게 고상한 가수를 초청해야지. 팝페라 가수 임형주를 초청하는 건 어때?

이정 : 그건 지후 선배 취향이잖아요. 요즘 유행은 최신 아이돌 가수라고요.

잔디 : 에이, 아이돌은 저번 축제에도 계속 불렀잖아. 이번에는 다른 가수들도 불러보자.

준표 : 잔디 말이 옳지. (이정 : 뭐야, 벌써부터 여자 친구 편애하는 거야? / 잔디 : 니 멋대로 나를 준표 여자 친구로 만들지마!) 마침 레퍼토리도 질렸고, 잔디 말대로 다른 가수들을…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진선미 - 진저, 써니, 미란다 - 3인방이 들어온다.)

진저 : 준표 선배, 이제까지 참아왔지만 이번 결정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어요.

써니 : 맞아요. 신화고 축제의 꽃은 역시 아이돌! 그런 아이돌을 초청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화고인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행위라고요.

미란다 : 솔직히 잘 모르는 가수 초청해서 쪽팔리게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준표 : 너희들은 뭐야? 축제 실행 위원도 아닌 주제에 어딜 함부로 들어와?

잔디 : 맞아! 갑자기 들어와서 지금 뭐하는 거야!

진저 : 어머, 여기 준표 선배 때문에 겨우 기가 산 서민 한 마리 납셨네. 하긴 니까짓 서민 주제에 아이돌 가수가 얼마나 보배로운지 잘 모르겠지. 미란다! 이 불쌍한 서민을 위해 대한민국 아이돌을 자세히 설명해줘 봐.

미란다 : 아, 아이돌! 이 세상에 가수들은 많고 많지만 그 중의 꽃은 당연 아이돌! 그런 아이돌의 진면목을 모르는 자에게 매력을 낯낯이 설명해 주겠어요.

먼저, 동☆신기! 동☆의 신이 일어난다는 이름답게 얼마나 매력적인 노래를 부르는가! 거기에다가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예능이면 예능! 그런 화려한 실력으로 일본과 중국에 진출해 아시아의 신이 되고 있는 존재지.

그리고, 슈○주니어! 사람들은 창고 대방출이라고 그들을 비하하지만, 13명의 매력이 모이면 그들은 강력한 존재가 된다고. 어떤 감독은 그들을 위한 영화를 남겼으니, 그 영화를 보지 않은자, 절대 비하하지 말지어다.

S※501! 하찮은 서민들은 그들을 일컬어 ‘에스※※501’이라고 부르지만, 엄연히 ‘더블※※501’ 이라는 이름이 있거늘. 화려한 외모로 노래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드라마에도 나오고 있는 매력적인 존재이지.

빅★! 대폭발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대들답게 2008년 대한민국을 그들의 노래로 수 놓았지. 빅★이라는 이름으로 뭉칠 때에도 멋있지만 따로, 각자 활동할 때도 멋있지 않는가!

이렇게 대한민국의 아이돌이 넘처나는 데, 이 하찮은 서민께서는 이번 봄축제에 부르지 말자고 하시니 수준을 알 만 하군요, 하하하!

써니 : 하긴, 너같은 서민이 아이돌의 매력을 어찌 알겠어. 그렇지 않아, 하하!

지후 : 너희들 지금 뭐하는 짓거리… (지후의 앞을 잔디가 가로 막는다.)

잔디 : 됐어요, 지후 선배. 얘네들 따위는 제 말발로 물리칠 수 있으니까요.

진저 : 호-! 자신이 있나 본데.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걸. 신화고에는 아이돌의 팬들이 엄청 많다고. (보이스 레코더를 꺼내 든다.) 지금 니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이 안에 들어가고 있어. 만약 아이돌을 폄하하는 말을 했다간, 넌 죽음이야.

잔디 : 나는 아이돌을 폄하하자는 것도 아니고, 아이돌의 노래가 수준 이하라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다른 노래를 들어야 할 때도 있어.

써니 : 다른 노래라니? 너는 지금 동☆신기의 명곡 ‘주☆-MI☆☆TIC’ 같은 노래들을 무시하는 거야?

잔디 :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나는 분명히 아이돌의 노래가 수준 이하라고 하지 않았어. 솔직히 말해서, 요즘 나오는 아이돌의 노래 중에서는 수준도 괜찮고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노래들도 많아. 하지만, 왜 아이돌의 노래만 들어야 한다는 거지?

TV의 10대 취향 음악 프로그램을 봐. 너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악이 정기적으로 나오지만, 어딘가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수준이 좋은 노래도 많지만 유행을 지나치게 따르는 가사와 리듬 전개, 댄스 반 발라드 반의 일률적인 구성. 이런 식의 노래만 모이면 아무리 좋은 노래가 모여도 지루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지. 들을 때에는 그냥 들썩이지만, 듣고 나면은 어딘가 그 노래가 그 노래같다는 느낌이야.

그런 점에서 비주류 음악 - 즉, 인디나 오버 그라운드 음악이 대안이라고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거야. 그들은 비교적 유행에 좌우받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지. 댄스가 유행이면 댄스, 발라드가 유행이면 발라드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파고 싶은 장르를 파고 들어간다고. 한 우물만 파고드니까 자연스럽게 그 장르의 노래는 명곡이 되는 거야. 이제는 대중적이라고 할 만한 가수인 넬이나 자우림, 크라잉넛, 노브레인 같은 가수들도 인디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파고 들었다고.

시간이 있으면 MBC의 ‘음악여행 라라라’, EBS의 ‘EBS 스페이스 - 공감’, 아니면은 KBS의 ‘이하나의 페퍼민트’를 듣지 않겠니? 아이돌의 노래와는 다른 느낌의 노래들이 너희들의 귀를 울리게 할 거야.

한 가지 더 말해둘까? 나는 아이돌의 인기를 흐리는 존재는 너희같은 극성 팬때문이라고 생각해. 팬은 가수의 의지를 북돋아주는 좋은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팬들을 무시하고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고집은 너를 망칠 뿐만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망치는 독이야. 정말 생각이 있는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TV 출연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펼칠 수 있게 노력하라는 말을 할거야. 이상은처럼 말이야.

진저 : …훗, 제법인데? 우리들의 공격을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야.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여기서 그만두겠어. 하지만, 다음에 또 보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진선미 3인방들이 회의실 문을 세게 밀치고 나간다.)

잔디 : 뭐야?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인정 안 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알 수가 없어.

준표 : …잔디, 너 대단한데? 신화고의 진선미 3인방을 말빨로 무너뜨린 것은 너가 처음일거야.

잔디 : 뭐, 간단했어. 한 가지에 집착하는 인간은 쉽게 무너진다고.

준표 : 하여튼, 아까 내가 말했던 대로 이번에는 아이돌 대신 다른 가수들을 불러보지. (잔디를 쳐다본다.) 대신, 그 가수를 고르는 역할은 금잔디에게 맡기기로 한다. 이의없지?

좋아. 아무도 말이 없는 것 보니까 만장일치로군. 안건 4가 통과되었음을 선고하지. (망치를 세 번 두드린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나서, 긴 시간 동안의 축제 회의가 막을 내렸다.

일 주일 후, 신화고등학교의 백미, 봄축제가 개막하였다. 준표와 F4들이 정신없이 데리고 가는 바람에 정작 ‘이번 축제를 제대로 즐겨야지!’라는 소망을 잘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초청 가수들의 기념 공연은 F4와 같이 VIP석에서 즐길 수가 있었다. 분명 아이돌 일색이었던 기념 공연에서 색다르고, 신선한 음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은 기분 좋은 모습이었다. …진저, 써니, 미란다 3인방도 겉으로는 시시하다는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달라진 모습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왠지 이번 축제 실행 위원, 억지로 하긴 했지만 잘 한 것 같다. 단색 일변도의 문화에서 다양하고 생기가 넘치는 문화를 신화고에 퍼트리는 계기를 마련했으니까.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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