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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청소년이 바라본 ‘황석영 파문’

등록 2009-05-18 14:09

[정치] 진보적 문인 황석영의 어이없는 변신
이 칼럼을 쓴 김용제 기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 기자입니다. 칼럼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14일 아침 여느 때 처럼 학교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신문을 폈다. 첫 장엔 요즘 이슈화된 사건들. ‘음, 그렇군’하며 뒷장으로 넘겼고, 천천히 신문을 보던 중에 갑자기 황당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뭔가.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 알려진 황석영 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따라갔단다. 그것도 “이 대통령은 중도,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할 것”이라 말하면서.

황석영이라는 사람은 지난 대선 때 시민단체들을 모아 침통한 표정으로 비상시국까지 벌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을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현 정부에 도움을 준단다. 방북 경험도 많고 실제로 북한 엘리트층 몇몇과 친분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그에게 받을 도움은 단연 대북정책일 게다.

나는 황석영 씨의 발언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자기모순에 빠진 그의 모습과 일부 수구언론에서 자주 보던 익숙한 형태의 발언들을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황 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에 대해 “일부에서는 보수 우익으로 규정하는데 중도실용 정권이다. 본인도 그렇게 말했고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봤다. 하지만 취임 뒤 촛불시위 등 여러가지 꼬이면서 자기 정립을 해 나갈 정신이 없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중도(中道)란 무엇인가. 보수와 진보를 적절하게 수용하고 비판하여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나? 지금까지 정책들을 전부 되짚어 보더라도 그런 것들은 전혀 없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법권을 휘둘러 노골적으로 촛불시위자들을 잡아들이고 핍박하는 것이 중도인지 나는 모르겠다. 부자들 감세를 위해 서민들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중도인지 나는 모르겠다.

실용(實用)이란 무엇인가. 이념이나 어느 세력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실제 효율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게 하는 것이 실용이다. 신문법에도 분명히 신문발전위원회가 있는데, 문제있는 민간자율기구인 에이비시(ABC) 협회에 ‘신문광고에 관한 막강한 힘’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실용인지 나는 모르겠다. 서민들의 애환을 치료하기 위해 근본적인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가서 목도리나 감아주고 오는 것이 실용인지 나는 모르겠다. 한국에도 닌텐도가 나와야 한다면서 게임개발자들이 비명을 지르는 막장 정책을 쏟아내는 것이 실용인지 나는 정말 궁금하다.

또 그는 “정치를 모범생만 할 수 있냐, 앞으로 권력이 사회단체 등으로 분담이 되고 하면, 얌전하고 모범적인 사람이 나와서 해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한국 정치에서는 야간 출신이 정치를 더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의 한국 정치’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알 것 같다. 여기저기서 불만많고, 아우성대고 멍청한 국민이 지도자의 정책을 불신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국민을 꽉 휘어잡을 수 있다면 ‘꼼수도 잘 쓰고, 비겁한 짓도 잘하는 사람’이 더 잘 할거라는 것인가. 너무 비약 같은가? 그의 다른 발언들을 보면, 내 말이 그다지 억지같이 보이진 않을 것이다.

그는 현 정치 구도에 대해 “영호남 토착인 한나라당, 민주당으로는 진보, 보수를 따지기 어렵다”며 “진보, 보수를 할 단계까지는 못 갔으나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서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이자 진보로 본다” 고 말했다. 또 “나는 2005년부터 중도론을 얘기해온 사람이고 (진보, 보수) 양극단이 선거 과정에서 진영 싸움을 벌이고 줄세우기를 하는데 이건 너무 소모가 심하다. 전세계가 비정규직, 청년실업 문제에 직면하고, 생산관계도 바뀌어 고전적 이론 틀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나는 ‘진보, 보수를 할 단계까진 가지 못했다’ 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뒤에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이자 진보로 본다는 말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은 힘의 원천은 ‘부동산 구라 정치’였다. 여기저기서 ‘재개발!’ 거리며 열심히 재개발 깃발을 휘두르고, 나중에는 ‘그런 계획은 없다’ 잡아떼기로 마무리한 대(對) 서울시민 사기사건이었다. 서울 시민은 실제로 재개발이 되더라도 돈 없는 서민들이 이익을 볼 리가 없다는 것도 모른 채 재개발 떡밥에 낚여 표를 줬던 것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진전’이자 ‘진보’인가? 그렇다면 위에서 이 정부를 ‘중도’로 봤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보수,중도,진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일반적인 견해와 매우 다르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또 고전적 이론 틀로는 안 된다고 말 했는데,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을 심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인가? 무슨 이열치열인가? 맞불인가? 전세계적 위기라는 허울 좋은 변명 속에 비정규직 강화 정책은 보이지 않나보다.

그리고 그 다음 문단에서 나는 격정적인 클라이막스를 경험했다. 황씨는 “용산 참사 같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라고 말했지만 “해외 나가서 살면서 광주 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70년대 영국 대처 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일종의 ‘자기 자신에 대한 배신’ 이다. 황석영, 그가 누구인가. 민주문화운동을 전개하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써서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울분을 토하게 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프랑스가 어쩌고 영국에서 30~40명이 죽었고 하는 헛소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민주화의 과정에서 피를 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겪어가면서 사회가 민주화가 되고 성장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주 ‘사태’라고 말하며 영국,프랑스와 비교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진실로 의심스럽고 궁금하다. .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가해자는 버젓히 호화로운 집에서 경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그 뒷배경인 검은 권력은 지금도 득세하며, 피해자들은 아직도 상처를 안은 채 생활한다는 것을 과연 그가 모르는 것인가? 대의를 위해서 희생했으니 우리는 시시콜콜한 잘못을 따지지 말고 큰 틀에서 가자는 것인가?

그의 변신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또 다른 진실이나 목적을 알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말 자체가 모순되고 거짓인데 누군들 그를 믿어줄까. “진보진영으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한 황씨는 진보진영이 그를 왜 욕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단지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욕을 하는지, 진실 앞에 눈을 감고 억지 소리를 하는 것에 욕을 하는지 말이다.

마치 일제치하에서 변절한 지식인을 보는 느낌이다. 그의 모습에 이광수의 모습이 비친다. 나는 그가 이 의문점들을 해소해 주길 바란다. 자신이 존경하던 사람이 한순간에 변절해버리는 것이 팬들에게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일지 알아주길 바란다.

김용제 기자 takro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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