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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화는 정권의 홍보 수단이 아니다

등록 2009-05-20 15:17

[청소년칼럼]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사퇴를 보면서
이 칼럼을 쓴 성상민 기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 기자입니다. 칼럼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결국 또 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로 잘 알려진 시인 황지우가 19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직을 사퇴하였다. 3년의 재직기간 동안 문화 예술의 진흥을 위하여 정성을 다한 그도 MB 정부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였다. 18일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그의 해임·파면을 요구한 것이다. 해임을 한 구체적인 이유는 공금 유용, 근무지 무단 이탈, 교육과정 부실 등의 이유라고 한다.

황 총장은 사퇴 이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근무지 무단 이탈건을 제외하고 문광부에서 제기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였다. 또, 3월 초에 문광부 예술국장이 방문해 암암리에 사퇴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폭로하였다. 문광부에서 제기한 의혹들이 사실인지 단순한 서류 처리 문제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 고위직 관리가 직접 찾아와서 사퇴를 종용하는 뉘앙스를 풍긴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시기도 묘하다고 할까. 문광부 담당자가 방문한 이후, 바로 정부의 감사가 시작되었고, 결국 황 총장은 자진 사퇴하게 되었다. 단지 황 총장만의 일일까. 자진사퇴를 거부하던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도 사퇴가 거론되는 시기에 정부의 감사가 이루어졌고 해임·파면되었다. 우연의 일치라면 참 놀라운 우연일 것이다.


이런 손길은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되었던 고위직 관료가 사퇴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KBS2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진행하던 가수 윤도현 씨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되었고, 심지어는 최근에 나온 8집 「공존 (共存)」의 뮤직비디오마저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를 건너는 장면은 도로 교통법을 위반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KBS에서는 상영이 금지되었다. 최근 가수 신해철 씨도 예전에 SBS에서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에서 하차한 이유가 음악 준비가 아니라 정부와 방송국의 압력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나마 사정이 난 MBC에서도 김미화 씨가 방송에서 하차당할 뻔한 일이 일어났다.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 예술인의 활동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손길은 여기에서도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월에 시상식이 열렸던 한국대중음악상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을 거부하는 바람에 규모를 크게 축소해야만 했다. 5월 21일에 개막하는 서울환경영화제도 문화체육관광부의 늦장 지원금 집행때문에 영화 상영을 제외한 나머지 행사를 최소화해서 열 예정이다. 두 행사 모두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진보적 인사’가 관련이 되어있거나, 촛불 집회 참석 단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작년까지 추진되었던 독립영화, 다원문화 관련 예산이 촛불 집회와 연관이 있는 예술가가 참여했다는 이유로 크게 줄거나 전액 삭감되었다.

물론 MB 정권으로서는 최악의 지지율을 당장이라도 끌어 올리고 싶고, 문화 예술을 그 도구로 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MB 정권은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현재의 주된 문화 향유층인 20 - 30대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문화를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친MB 성향 인사가 방송문화 관련 고위층에 올라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도, 20 - 30대의 공감을 받지 못하면 문화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KBS에서 유인촌 문광부 장관의 제의로 ‘정권 홍보 버라이어티’를 제작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여지까지 검토했던 것이 대부분 추진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조만간 그런 프로그램이 안 나올 이유는 없다. 하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화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정권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관료를 볼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 것인가? 차라리 버라이어티를 제작하는 비용으로 삭감된 독립 영화 예산에 투자하는 것이 더 실용적일 것이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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