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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나라 교육정책, 제대로 가고 있습니까?

등록 2009-08-06 15:29수정 2009-08-06 15:33

[청소년칼럼] 한 외국인으로부터 얻은 교훈, ‘빨리빨리 교육정책은 가라’
이지원 기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 기자입니다. 칼럼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빨리빨리’만 없애면 됩니다.”

우리 학교에 계신 한 원어민 선생님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그 분은 미국에서 오신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셨다. 그런데 ‘한국의 여러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가’라는 내 질문에 “No Bballi-bballi”라고 답했다. 천천히 여유 있게 다니라는 말인가? 이 단순한 논리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외국인의 말이 정확한 핵심을 찝어낸 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들에 대해 알아보고 있을 때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은 상당 부분이 사교육비 줄이기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특목고 입시도 간소화하려는 것이고, 학원 운영 시간도 단축시키려는 것이며, 내신을 강화하고 방과후 학교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또 다른 부분에서는 학교를 자율화하여 좀 더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물론 맞다. 사교육비를 줄여야 하며 학교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외국인의 통쾌한 한 마디에 비추어 보면 현재의 교육 정책들이 바로 ‘빨리빨리’의 완벽한 사례라는 느낌이 든다.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상관없이 눈에 보이는 숫자와 현상들만을 수습하기 위한 정책은 성공한다 하더라도 정말 교육의 질을 높이리라는 보장이 없다.

예를 들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학원들의 운영 시간을 줄이고 수강료를 낮춘다고 하자. 그러면 분명 학생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교육을 비판하지만 사실 학교에서는 해 주지 않는 학생 수준에 맞춘 친절한 수업이라든지 사고력을 요하는 독서 토론 수업 등을 사교육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사교육을 장려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만약 학교 수업의 질을 높이지 않은 채 학원만 억압한다면 학생은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질 좋은 수업을 못 듣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교육의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의 실력을 기르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사교육을 잠재우려면 학교 수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

특목고 입시도 마찬가지다. 사실 수학 시험과 어려운 영어 시험을 빼버리면, 특목고 학생들의 수준만 낮아지는 것이다. 시험이 아무리 쉬워도 남들이 특목고 대비 학원을 다 다니면 안 다닐 용기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제로 유명 특목고 대비 학원인 T학원을 보면, 수학 시험이 없어지자 학원 시간표에서 수학만 빠졌지 수강생이나 실적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이 글을 통해 모든 교육 정책들을 비판하고자 함은 절대 아니다. 입학사정관제, 자율화 정책, 교원평가제 등의 정책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들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이 정책들이 단순히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뜨거운 문제들만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고자 하는 정책들이 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빨리 빨리 처리해서 문제들을 빨리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것 말이다.

교육정책들의 목표는 장기적이어야 한다. 공교육, 특히 수업의 질을 높이고 사람들의 의식을 개선하여 그에 따라 눈에 보이는 현상들도 점차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변화는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들의 반응이나 숫자들에 연연하지 않고 우직하게 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부디 “No 빨리빨리”라는 단순한 한 마디를 새기고 천천히, 바르게 교육의 질을 높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지원 기자 ginny624@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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