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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넉달 전 대법 판결보다 진전…‘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좁은문 열리나

등록 2021-06-24 17:54수정 2021-06-25 02:44

신념에 따른 입대 거부 ‘첫 무죄’
대법 “피고인 내면에 분명한 실체…타협적 양심이라 보기 어렵다”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군인권센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평화적 신념에 따라 현역 입대를 거부한 남성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군인권센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평화적 신념에 따라 현역 입대를 거부한 남성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비폭력·반전주의 신념에 따라 입대를 거부한 병역거부자에게 24일 처음으로 무죄가 확정되면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도 앞으로 폭넓게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기소된 이들의 재판절차를 멈추고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한겨레> 23·24일치 1면)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대법원이 이날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우(활동명·3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이유는 병역을 거부한 그의 ‘양심’이 진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피고인의 신념과 신앙이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상고이유서 등을 통해 ‘5·18민주항쟁에서 시민들이 총을 든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시우씨가 ‘학살 현장에서 최소한의 공동체 방어를 위해 고민하는 과정 가운데 무장할 수밖에 없던 맥락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점 등을 지적하며 “물리적 폭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 등을 볼 때, 그의 신념이 타협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원심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은 그의 병역거부를 두고 “전반적 삶의 모습이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다”며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의 이번 선고는 지난 2월 홍정훈(32)씨와 오경택(33)씨 사건 때 내린 판단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대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 즉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홍씨에 대해 “병역거부가 비폭력·평화주의보다는 주로 권위주의적 군대문화에 대한 반감 등에 기초하고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오씨에 대해서도 그가 5·18 민주화운동 때 총을 든 시민들에 대해 ‘폭력 행위라고 비판하긴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목적, 동기, 상황에 따라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가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수용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에 대한 판단이 해당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총을 든 5·18 시민군’에 대해 시우씨와 오경택씨 모두 비슷한 취지로 답을 했지만, 해당 답변을 포함해 개인의 삶에 대한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엇갈린 게 대표적이다. 재판과정에서 진정한 양심을 가려낼 심사기준이나 방법이 사실상 없는 만큼 병역거부자들이 대체역 심사위에서 실질적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수정 변호사는 “대법원뿐 아니라 하급심에서도 지난달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오수환(3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며 “병역거부자들에게 양심의 진정성을 심사위에서 심사받을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석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 판결 전에 기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검찰이 소를 취하하거나 판사가 ‘혐의없음’ 판단을 내려 그들이 자신의 양심을 떳떳하게 밝히고 심사를 받아 우리 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영 신민정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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