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구글은 각국의 현지 법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존중하면서’ 현지 법을 존중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실제로 구글이 현지 법을 존중한 사례는 적지 않다. 타이에서는 푸미폰 국왕을 모독한 동영상을 유튜브 사이트에서 차단했고, 이란·파키스탄 등에서는 이슬람을 모욕하는 동상을 유튜브로 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독일판 구글에서는 나치 관련 콘텐츠는 차단된다. 각 나라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한 조처다. 또 아동포르노와 같은 콘텐츠는 전세계 유튜브에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정치적 내용과 국경을 넘어서는 콘텐츠를 놓고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지난해 터키 정부는 터키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모독하는 비디오를 유튜브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튜브는 이에 동의하고 접속을 차단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가 터키 안에서만이 아니라 전세계 유튜브에서 해당 영상을 막아 달라고 요구하자, 유튜브는 거부했다. 터키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해 6월부터 터키 전역에서 유튜브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구글은 2006년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천안문 사태’와 같은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 달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구글은 국제적 비난과 함께 미국 하원 청문회에 불려 나와 질책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이 사건 이후 구글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원칙을 크게 강화했다. 구글은 2008년 10월 야후·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각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과 사용자 정보 요구에 맞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행동강령을 만들어 지키기로 하고 국제적 인권단체 등과 함께 마련한 ‘글로벌 네트워크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다. 중국에 대한 구글의 태도도 달라졌다. 지난달 중국에서 티베트 봉기 관련 동영상으로 말미암아 유튜브가 차단당하자, 니콜 웡 구글 법률고문은 “각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맞선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구글이 이번에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관리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세계 검색시장의 63%를 점유하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국제시장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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