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학교 기숙사 앞에 서울대 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과 얼음집(이글루)을 배경으로 스리랑카에서 온 유학생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이 내린 눈으로 시민들은 출퇴근 전쟁을, 상인들은 매출 급감 등을 겪었으나, 눈을 즐기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폭설로 인한 교통마비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일부 시민들은 제설작업을 마치고 쌓인 눈으로 얼음집·눈사람 등을 만들며 “100년 만의 폭설”을 즐겼다.
5일 낮,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기숙사 곳곳에 얼음집(이글루)이 탄생했다. 너비 1m가량에 세 사람 정도 들어가 있을 만한 크기였다. 기숙사에 사는 대학생들이 전날 밤 만든 것이다. 기숙사 앞에서 만난 대학생 김아무개(25)씨는 “기숙사에만 세 곳, 공대 앞에 또 얼음집이 세워져 있다”며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구경하러 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밤 서울대 학내게시판엔 “기록적인 폭설 때문에 과외 및 약속이 모두 없어진 친구 네 명이 모여 7시간에 걸쳐 만든 것”이라며 “우리 말고도 얼음집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구경오라”는 내용의 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혜화경찰서 앞에도 너비 50㎝ 정도의 얼음집이 등장했다. 혜화서 강력팀 이아무개 형사(45)는 “제설 작업을 마치고 짬나는 시간에 만든 것”이라며 “종로5가 등 제설작업에 힘을 쏟은 경찰·의경,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제설작업을 마친 주택가 곳곳에는 눈사람이 생겨났고, 눈썰매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ㄷ아파트 공터에서 홍아무개(37·회사원)씨는 플라스틱 눈썰매로 퇴근 뒤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홍씨는 “눈이 많이 와서 출퇴근은 불편했지만 아이들과 눈싸움도 하고 눈썰매도 타면서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지(G)마켓에서는 지난 4일 하루 동안 ‘플라스틱 눈썰매’가 1400개(지난해 대비 10배)나 팔려나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은 물론 효자동 길거리에서 스키를 타는 ‘스키용자’들도 등장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차량 통행이 거의 끊기다시피 한 효자동 인도 앞에서 한 성인 남성이 실제 스키를 타는 모습의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편, 트위터·미투데이 등 ‘마이크로 블로그’는 특유의 기동성을 발휘해 폭설로 인한 교통 통제 상황이나 각종 눈 관련 화제를 퍼날랐다. 이날 오후 ‘미투데이’에선 “손발이 얼 때까지 눈사람 4개를 만들었다”(노란토끼) “시무식을 간단하게 마치고 전직원이 옥상에 올라가서 눈싸움했다”(배꼬미) 등의 메시지가 화제로 떠올랐다.
‘교통대란’의 재발이 우려됐던 5일 오전까지 실시간으로 “2호선 잠실역 사당 방면 현재 8시 상황 어떤가요?”라고 묻거나,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는 제설작업이 완료돼 양방향 모두 평시와 다름없는 속도로 통행 가능합니다”라는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정유경 박수진 기자 edge@hani.co.kr
사진제공 서울대학교 신동호.
정유경 박수진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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