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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학번 친구를 닮았어요

등록 2007-10-11 17:24

크로제 에르미타주 2001년산
크로제 에르미타주 2001년산
[매거진 Esc] 이주의 와인 문화방송 제영재 피디의 ‘크로제 에르미타주’
사람들마다 잊을 수 없는 연도가 있을 거예요. 1996년에 저는 대학에 입학했고, 거기서 재미있고 왁자지껄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96학번’이라는 빈티지를 달고 있습니다. 어느덧 만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만나면 즐겁고, 자주 모여 잔을 기울이는 친구들이지요. 지난해 국외 출장을 갔다 귀국하는 길에 파리를 들렀는데, 96학번 친구들과 함께 마시려고 96년산 와인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만난 지 10주년 기념으로요. 크로제 에르미타주 1996년. 이 와인을 학교 앞 자주 가던 호프집에 모여, 주인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마셨습니다. 마리아주(궁합이 맞는 음식)는 노가리포.

첫맛은 약간 강한 듯싶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느낌이지만 한 잔을 채 마시기도 전에 여러 맛을 보여줍니다. 잔이 비워질 때쯤에는 이미 풀어져 있네요. 변덕스럽달까 변화무쌍하달까, 어쩐지 그런 모습이 우리 친구들을 닮은 것도 같습니다. 솔직히 서로 첫인상들이 좋지는 않았는데,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면서 긴 터널 같던 20대를 잘 넘겨왔습니다.

론 지방의 포도는 거친 풍토를 이겨내며 자란다네요. 그런 점도 어쩐지 본격적인 취업난 세대였던 우리들과 비슷하네요. 어쨌든 와인을 즐겁게 마시는 데 더 중요한 건 와인이 얼마나 좋으냐가 아니라 같이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겠지요. 아직 숙성이 덜 된 우리들은 아마도 와인보다 소주를 더 자주 마시겠지만, 그래도 가끔 한번씩 옛날 생각하며 와인 한 잔 기울이는 것도 즐거울 듯합니다. 물론 너무 많이 마시지만 않는다면요.

크로제 에르미타주/프랑스 이기갈(E.Guigal)/13.5%/문의 신동와인(02)794-4531.

정리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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