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
“가을 최고의 축제에 또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 선수들을 대신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 3차전이 끝난 25일 인터뷰에서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했다.
이병훈 케이비에스엔(KBS-N) 해설위원은 “빈볼은 공을 놓는 지점이 달라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의도적인 빈볼은 피할 수도 없기 때문에 서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승부욕은 오히려 경기 외적인 요소로 번지고 있다. 몸쪽 깊숙한 곳을 노리는 위협구와 타자를 직접 노리는 빈볼의 경계가 애매해지면서, 승부는 온데 간데 없고 선수들끼리 감정싸움만 남은 양상이다. 3차전에서 빈볼을 던지다 퇴장당한 이혜천은 벤치로 돌아가며 자신의 모자를 찢으려 했고, 김동주는 선수들이 벤치로 돌아간 후에도 에스케이 덕아웃을 향해 손으로 목을 긋는 과격한 행위를 했다. 팬들도 선수들에게 보다 높은 책임의식을 갖게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날 전광판을 통해 “물병을 던지지 말라”는 문구가 나오자 마자 보란 듯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었다. 경기장 대치 상황에서는 홍성흔이 제지하고 있던 리오스의 이름을 연호하며 흥분을 부추키기도 했다.
양팀 수장들 역시 “보는 분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뿐 잘잘못을 인정하는데 부족했다. 대신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은 김동주를 향해 “동점 상황에서 몸 맞는 볼을 던질 수 있나. 야구를 배워야지 창피하지 않냐”며 나무랐고, 두산 김경문 감독은 “이렇게 까지 해서 이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데 그쳤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3경기 중 2경기에서 선수들이 투수의 공에 맞는 사태가 일어났고, 그라운드에 두 차례나 대치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승부를 향한 욕심이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 방법이 잘못된 이상 팬들 앞에서 몰상식한 행동은 삼가려는 노력쯤은 해야하지 않을까?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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