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상 기자
타임아웃 /
“일본 동료선수들이나 일본 언론을 상대할 때 곤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일전에서 결승 홈런을 쳤던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으로 출국할 때 기자들이 했던 질문이다. 이 질문의 내용은 비단 기자 뿐 아니라 많은 야구팬이나 국민들도 한번쯤 생각했던 것이다.
올림픽 활약에 힘입은 것이었을까? 이승엽은 일본으로 돌아간 다음날인 지난 28일 1군에 복귀해 1루수 겸 6번타자로 요코하마전에 선발출장했다. 비록 3타수 무안타였지만, 5회 1사에서 몸맞는공으로 나가더니, 시즌 첫 도루에 이어 7번타자 아베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는 활약을 펼쳤다. 안타가 없어 타자로서 그의 활약이 빛을 잃긴 했지만, 우려했던 일본 언론의 태도는 한국인들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29일자 인터넷판에서 “올림픽에서 명암이 갈린 이승엽과 아베가 도루와 안타를 연결시켜 팀 승리에 기여했다”며 이승엽의 도루사진을 곁들여 보도했다. 특히 1회 중심타선의 세 타자가 연속홈런을 날린 활약에 가려져있던 6번 이승엽과 7번 아베의 활약을 애써 보도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이런 보도는 일본 언론이 한국인 타자인 이승엽을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럼에도 이승엽은 갈길이 바쁘다. 하라 감독은 다음달 6일까지 이승엽이 활약을 하지 못하면 2군으로 내려보내겠다고 밝혔다. 하라 감독은 “(외국인 투수) 번사이드가 진구구장 3연전 최종일인 다음달 7일에 돌아온다. 이 때까지 10일동안이 이승엽이 승부를 걸어야 할 기간이고, 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올림픽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타석 결승포를 날렸던 이승엽으로선, 올림픽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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