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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맨손체조 하나도 생각하면서 ‘핫~둘’

등록 2006-09-04 18:26

스스로 새로운 게임 규칙 만들기도
아기때부터 움직임 통해 지능 계발
으라차차 생활 스포츠 ⑧ 뉴질랜드 머리 쓰는 체육시간

‘하~악 하~악.’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감싸고 있는 초록빛 잔디밭 위로 아이들의 숨소리가 울림을 자아낸다. 맨발로 자연의 기운을 오롯이 받아 들으며 뜀박질하는 아이들. 중간중간엔 모험심을 자극하는 작은 장애물도 있다. 뒤로 처진 아이들을 향해 “계속 달려!”라고 외치는 선생님의 외침이 이어진다. 멜론스베이 초등학교 2학년 앤톤(6)은 완주 뒤 숨을 할딱이면서도 “꽤나 힘들었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하루 중 체육시간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 머리 굴리는 체육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바닷가 마을에 자리잡은 멜론스베이 초등학교는 요즘 체육 교과과정을 새롭게 바꾸는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운동부족에 따른 비만 아이들이 급격히 증가하자, 지난해부터 정부차원에서 체육교육 강화에 부쩍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 학교가 내년부터 적용하기 위해 연구 중인 새 교과과정의 핵심은 ‘생각하는 체육’이다. 체육에도 창조적 사고를 적용해야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학교 교장 앨런 포이는 “예전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따라하기만 하면 됐던 맨손체조도 학생들이 ‘내가 이 동작을 왜 해야 하는지, 이 운동을 하면서 얻는 효과는 뭔지’ 따위를 생각하면서 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구기종목도 마찬가지예요. 패스가 잘 안 되면 어디가 잘못된 건지 스스로 생각하며 고쳐나가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훨씬 재미있어 하고 실력도 늘죠.”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새로운 게임과 규칙을 만들어 해보기도 한다. 체육시간이 몸뿐 아니라 머리도 함께 굴리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움직이면 머리 좋아져요

체육 관련 정책을 마련·집행하는 뉴질랜드 정부 산하기관 스파크(SPARC)가 몇 년 전 어린이 330명을 대상으로 점프·잡기·던지기 등 기본적인 몇몇 동작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했을 때 기준을 통과한 이들은 12명뿐이었다. 대다수 아이들의 동작은 부자연스러웠고,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는 데 익숙해진 시선은 정면에만 고정돼 주변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후 스파크는 ‘액티브 스쿨’(Active School)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선학교에 권장하고 있다. 5~13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액티브 스쿨’은 점프·잡기·던지기 말고도 방망이로 공때리기, 박자에 맞춰 움직이기, 몸과 시선을 반대로 움직이기 등 다양한 동작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스파크 쪽은 이런 기본동작이 아이들의 지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실제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고 설명한다. 신체 각 부위를 활발하게 움직여야 이와 연결돼 있는 두뇌능력이 발달된다는 것이다.

■ 아기 때부터 움직임 습관화

같은 차원에서 스파크는 갓 태어나서부터 5살이 되기까지의 단계적 움직임을 권장하는 ‘액티브 무브먼트’(Active Movement) 프로그램도 개발해, 부모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눈동자·손가락 움직이기부터 만지기·구르기·흔들기·차기·균형잡기 등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이성(IQ)과 감성(EQ)을 계발하고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요람에서부터 움직이고 운동하는 습관을 심어줌으로써 평생 운동과 함께 하는 삶으로 이어지는 토대를 닦아주는 효과는 덤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다.

오클랜드/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운동 꾸준히 하면 국가에 큰 이득” - 스파크 생활체육 책임자 뎁 허들

‘움직이기 위해 태어났다.’

스파크가 추구하고 있는 철학이다. 스파크는 학생·시민의 생활체육 분야를 담당하는 ‘힐러리위원회’와 국가대표급 엘리트체육 분야를 담당하는 ‘스포츠재단’이 5년 전 합쳐진 것이다.

생활체육을 뜻하는 ‘푸시 플레이’(Push Play) 분야의 책임자 뎁 허들(사진)은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꾸준히 즐기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뛰어난 엘리트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법”이라며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은 서로 유리된 분야가 아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두 단체를 통합한 취지를 설명했다.

“컴퓨터 게임 등에 빠져있는 요즘 아이들은 운동량이 확실히 부족하다”는 그는 “그렇다고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하면서 운동을 강요하는 건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게임인 디디아르(DDR)나 게임기와 연결된 장갑을 끼고 실제 권투를 하듯 조작하는 게임 등을 권장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장난만 친다며 금지한 곳도 있는데, 되레 이를 권장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스파크는 태어나면서부터 24살까지 체계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달 중순께 발표할 계획이다. 미리 좀 알려줄 수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대적인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미리 김을 뺄 순 없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중대한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요. 또 학교나 직장에서의 대인관계도 원만해지죠. 이런 개인적 효과말고도 사회 전체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많아요. 사회 구성원이 아프지 않으면 그만큼 생산력이 높아지죠. 게다가 의료비용도 줄어드니 국가로선 엄청난 이득 아니겠어요?”

뉴질랜드가 생활체육을 개개인에 국한한 사안으로만 내버려 두지 않고 국가적 주요사안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그의 이 한마디 속에 녹아있다.

웰링턴/글·사진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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