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재 기자
타임아웃 /
‘생명 연장의 꿈.’
한 때 한 유산균 음료 광고 문구로 쓰이던 말이다. 요즘 케이비엘(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 이 유행어가 떠돌고 있다. 도전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찍히지 않기’ 위해 땅에 엎드린 채 움직이는 걸 꺼린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신임 전육(62) 총재가 부임하면서부터 나타났다. 전 총재는 지난달 1일 부임 이래 “효율성”을 내세워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경기이사·사업이사직을 새로 만들었고, 사무국장제를 부활시켰다. 출범 11년이 된 프로농구의 발전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조직개편 개정에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너무 독선적이고 거칠다는 것이다. 1997년 케이비엘 창립 원년 멤버들인 팀장 셋은 한꺼번에 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신설된 업무지원 태스크포스팀으로 가 총재의 특별지시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지만 사실상의 보직해임이다. 이 가운데 두 팀장은 나름대로 업무역량을 평가받아왔고, 스포츠 마케팅 분야 박사과정에 있는 브레인이다. 때문에 직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새로운 총재 아래서 어떤 ’칼’바람이 불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한 직원은 “모든 걸 다 바쳐 일해도 내부 승진은 딴 나라 얘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육 총재는 일부 구단 이사들의 힘을 업고 케이비엘에 입성한 경우다. 그동안 농구인이 총재가 되거나, 추대 형식으로 자리에 오른 것과는 다르다. 팀장의 보직해임에 일부 구단 이사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사업을 기획하고 비전을 세우고, 추진력을 발휘해야 하는 연맹 총재는 각 구단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전체 농구발전을 위해 때로는 쓴소리도 해야 한다. 전육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농구 전 경기 방송중계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힘부터 모아야 한다. 더욱이 시즌을 한달 앞두고 아직 타이틀 스폰서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겨울 스포츠의 꽃’ 프로농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먼저 귀하게 여겨야 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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