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회인검도 최강자인 박은정 5단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일산 충효검도관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일산/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떳다! 아마고수] 박은정 검도 사범
‘마이너스 시력’ 이겨내고
사회인대회 3차례 정상
“멋진 머리치기 승리가 꿈” 얼굴 보호를 위한 호면 사이로 박은정(37·대한검도회 공인 5단) 사범의 눈이 번뜩인다. ‘일족일도’(단칼에 공격 가능한 한 걸음 거리)에 예외가 없다. “허리! 머리이이이~.” 살을 벨 듯 섬세한 검기, 기합은 단호하다. 몸받음(부딪히기)과 코등이(칼자루를 맞대기) 싸움 뒤, ‘퇴격(빠지기) 머리·손목·허리 치기’ 연타가 이어진다. 부·동·심. 이 모든 움직임은 흔들림 없는 마음 속에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일산 충효검도관에서 만난 박 사범은 한국사회인검도대회 3회 우승을 차지한 최고의 ‘아줌마 검객’이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업혀서 학교를 다녔을 만큼 몸이 약했다. 시력도 마이너스 2.35로 나빠서 근거리 사물이 ‘덩어리’ 정도로 구분된다. “약하니까, 격한 운동을 해서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학 때 새벽 5시면 일어나, 하루 4~5시간씩 운동을 했다. “당구 배우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인다잖아요? 자려고 하면 검도할 때 발 움직임이 눈앞에 그려지는 거에요.” 본격적으로 검도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1994년 한국사회인검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 때 발을 밟혀서 발톱이 빠졌어요. 잘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인데 결국 우승 했죠.”
첫 아이를 낳고 3년간 운동을 하지 못했다. 역시나, 2000년 대회 때 8강에서 무너졌다. “너무 오래 쉬니까 겁이 나더라구요.” 처음처럼, 다시 시작했다. 이듬해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셋째를 낳은 2005년에는 아예 6개월 만에 대회에 출전해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3년 뒤인 지난해 세번째 우승도 차지했다.
그는 검도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했다. “쉬운 일이 없잖아요. 그걸 뛰어넘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초심자 시절 남편 윤형철 관장(충효검도관)을 만났다. 큰 딸 주희(11)는 고사리 손으로 엄마와 대련을 한다. 5살 막내도 호구 입을 나이가 됐다.
‘아줌마, 검객’이란 이름처럼 ‘1인2역’을 맡았지만, 어느 쪽도 소홀할 수 없다. 새벽 5시면 일어나 주부 역할을 시작한다. 오후엔 검도장에서 훈련과 지도를 번갈아 하다 밤 10시가 넘어야 하루 일과를 마친다. 주변에선 “아직까지 대회에 나오냐”는 농을 던진다. 우스갯소리라도 그는 마음이 아프다. 넘어야할 벽이 없으면 더는 발전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 목표를 세워뒀다. “허리와 손목을 내줘야 상대 머리를 칠 수 있어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의 이치다. “공격을 당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아직 머리치기 기술이 잘 안돼요. 정말 멋진 머리치기로 이겨보는 게 꿈이에요.”
일산/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회인대회 3차례 정상
“멋진 머리치기 승리가 꿈” 얼굴 보호를 위한 호면 사이로 박은정(37·대한검도회 공인 5단) 사범의 눈이 번뜩인다. ‘일족일도’(단칼에 공격 가능한 한 걸음 거리)에 예외가 없다. “허리! 머리이이이~.” 살을 벨 듯 섬세한 검기, 기합은 단호하다. 몸받음(부딪히기)과 코등이(칼자루를 맞대기) 싸움 뒤, ‘퇴격(빠지기) 머리·손목·허리 치기’ 연타가 이어진다. 부·동·심. 이 모든 움직임은 흔들림 없는 마음 속에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일산 충효검도관에서 만난 박 사범은 한국사회인검도대회 3회 우승을 차지한 최고의 ‘아줌마 검객’이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업혀서 학교를 다녔을 만큼 몸이 약했다. 시력도 마이너스 2.35로 나빠서 근거리 사물이 ‘덩어리’ 정도로 구분된다. “약하니까, 격한 운동을 해서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학 때 새벽 5시면 일어나, 하루 4~5시간씩 운동을 했다. “당구 배우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인다잖아요? 자려고 하면 검도할 때 발 움직임이 눈앞에 그려지는 거에요.” 본격적으로 검도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1994년 한국사회인검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 때 발을 밟혀서 발톱이 빠졌어요. 잘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인데 결국 우승 했죠.”
박은정 5단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한 호면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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