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상반기 소비자 히트상품]
기존 명성에 새로운 기능 더해
합리적 가격으로 만족도 높여
기존 명성에 새로운 기능 더해
합리적 가격으로 만족도 높여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인 의식주뿐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자기 개발이나 외모를 가꾸는 데는 망설임이 없다. 가치 중심의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경기침체기에는 수십만원 하는 옷을 살 수 없을 바에야 수만원대의 화장품이나 속옷으로 심리적 만족을 대신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이른바 불황기에 나타나는 ‘립스틱 효과’, ‘란제리 효과’가 그것이다.
경기침체기의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욕구를 간파해 광고·마케팅 전략을 짜거나 관련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기존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몇 가지 기능을 강화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소비자가 단지 값싼 상품을 원한다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도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상품에 지갑을 연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한겨레>가 뽑은 <상반기 히트상품>에도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15개의 히트상품 가운데 애경의 ‘2080 청은차’나 진로의 ‘제이’(J), 서울우유의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는 기존 브랜드가 쌓아놓은 명성에 새로운 특성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번 히트상품 심사에는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소비자학), 김석원 닐슨컴퍼니코리아 상무가 참여했다.
애경의 ‘2080’ 브랜드는 지난 5월 국내 치약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출시 11년 만이다. 애경 쪽은 “지난해 말에 내놓은 한방 성분 강화 치약인 ‘2080 청은차’가 잘 팔린 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2080 브랜드 이미지에 차 문화와 한방을 접목한 것이 먹혀든 것이다. 애경은 최근 ‘2080 키즈’를 출시하는 등 2080을 앞세운 브랜드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이’(J)는 ‘참이슬’로 성공을 거둔 진로가 젊게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소주’ 하면 떠오르는 쓴맛 등의 이미지를 벗고 상쾌함을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일환으로 여성 애주가들을 붙잡으려는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제이는 ‘19.5-1=18.5’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몸무게나 치마의 길이를 줄이는 것처럼 소주의 도수도 낮췄다는 뜻으로 여성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우유업계 1위 브랜드 서울우유는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다소 비싸더라도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을 겨냥했고, 이 전략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특히 저지방이나 성분 강화보다는 ‘신선함’을 강조하는 상품 이름은 소비자 신뢰를 얻는 데 한몫하고 있다.
경기침체기에도 참살이(웰빙) 경향은 수그러들지 않는데, 히트상품에도 이와 연관된 상품들이 여럿 있다. 발효유 부문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한국야쿠르트의 ‘하루야채’ 역시 먹거리 안전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스탠드 부문의 ‘엘이디(LED) 스탠드’, 광동제약의 ‘비타500’, 중외홀딩스의 ‘피톤케어 휘산기’ 등이 참살이 열풍을 타고 선정된 히트상품들이다. 초고속인터넷 부문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케이티(KT)의 ‘쿡’은 경기침체기의 우울함을 웃음으로 날려버리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갑이 얇아 밖으로 나들이 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즘, 집에서 ‘쿡’ 박혀 있는 게 낫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쿡의 광고 문구로 화제가 됐고, 결과적으로 이른 시간 안에 이 브랜드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없을 정도가 됐다.
경기침체기에 소비자 욕구를 빠르게 읽어내지 못한 기업들은 경기회복기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기존 상품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동시에 소비자 편의성과 기능을 강화시킨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상반기 소비자 히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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