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외신, 월마트·까르푸 철수에 “까다로운 소비자탓” - “재벌탓” 엇갈린 진단
세계적 유통공룡들의 잇단 한국 철수는 무엇 때문일까.
까다롭기로 이름난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한 까닭일까? 아니면 재벌경제 체제의 폐쇄성에 기인한 한국 시장의 ‘특성’ 때문인가?
세계 2위 유통기업 까르푸가 이랜드에 한국내 32개 매장을 팔고 철수한 데 이어, 세계 1위의 월마트가 8년 만에 이마트에 팔고 한국을 떠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현재 전세계 6141개의 점포에서 32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세전이익만 17조8천억원을 올리는 부동의 세계 1위 유통업체다. 유통만이 아니라 <포천>이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할 때 매출액 기준 등으로 세계 1위에 단골로 선정되는 기업이다. 매출 100조원대인 세계 2위 까르푸를 3배 이상 넘어서는, 말그대로 ‘세계적 유통 공룡’이다. 그런 월마트가 왜 한국의 토종기업 이마트에 16개 매장을 팔고, ‘불명예’스런 철수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
세계적 유통공룡들의 잇단 불명예 한국철수, 왜?
이에 대한 한국내 언론의 평가는 공통된다. 한국소비자들의 까다로운 특성에 맞추지 못하고, 미국식 유통방식을 고집하다가 실패한 ‘현지화 부적응’ 때문이라는 게 주된 평가다. 이 평가는 월마트의 ‘창고형 디스플레이’와 이마트의 ‘백화점식 고급스런 디스플레이’로 압축된다. 한국 유통업계는 외국계 유통업체의 실패로 크게 두가지 원인을 지목한다. 하나는 구매력을 좌우하는 규모의 경제에 누가 먼저 도달했느냐이다. 또 하나는 월마트나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고집하는 ‘창고형 매장’ 등 글로벌 운영방식이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월마트나 까르푸는 매장 구성에 있어 창고처럼 물건을 천장까지 쌓아놓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에 견줘 한국형 할인점은 선반 형태의 매장 구성과 고급스런 내부 장식 등 소비자의 눈높이와 욕구에 철저히 맞추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세계적 유통기업’들의 ‘단순한 영업방식’이 한국에서 실패했다는 해석이다. 까르푸와 월마트의 철수에 이어 노키아, 네슬레, 구글 등 해당분야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한국에서 맥을 못추고 토종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사실은 일부 언론으로 하여금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무덤”이라는 식의 기사를 내놓게도 만들었다.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는 “한국은 세계적 상표의 무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월마트의 한국철수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세계적 상표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IHT는 월마트와 까르푸만이 아니라 노키아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2004년부터 사실상 휴대전화 판촉을 중단했으며, 세계적 명성의 구글과 네슬레도 한국시장에서는 제대로 힘을 못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유독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하면 한국 내에서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면서 지난달 한국에서 철수한 까르푸와 마찬가지로 월마트도 한국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소개했다.
기사는 굿모닝신한증권의 나홍석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려 “월마트는 한국에서 사업을 한국화 하는데 실패한 대표적인 세계적 대기업이다. 한국 주부들이 쇼핑을 할 때 무엇을 원하는지를 읽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전했다.
그러나 소매점 유통에서 시작해 세계적 유통혁명을 가져오며, 월마트식 경영론을 세계에 널리 알린 세계 최대기업 월마트가 ‘원시적인 영업방식’으로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에게 패퇴했다고 보는 시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유독 한국 소비자만 까다로울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월마트의 철수를 한국 경제의 재벌 지배 상황에 기인한 것으로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치에 “월마트, 재벌이 지배하는 한국서 빠져나오다(Wal-Mart exits conglomerate-dominated Korea)” 자 기사를 통해, 한국내 사업철수에 대한 월마트와 미국 경제계의 시각을 전달했다.
이 신문은 월마트와 까르푸의 한국철수가 제조업·부동산·유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소수의 족벌장악 재벌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경제에서 많은 글로벌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부각시킨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까르푸와 월마트는 세계적 규모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할인유통업계에서는 4위와 5위에 그쳤다”며 “두 업체는 재벌과의 커넥션으로 비용과 부동산 면에서 협력을 받고 있는 토종업체들과의 힘겨운 경쟁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신세계가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 회장의 누이동생이 지배하고 있는 사실과, 삼성그룹이 삼성-테스코라는 또다른 할인유통업체에 지분을 갖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한국 유통업계는 17% 성장했지만, 이 성장은 대부분 유통업계 3대 선두주자(신세계, 삼성-테스코, 롯데)에게 그 몫이 돌아갔다. 한국의 대표적 재벌들이 유통업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선 부동산·제조업·유통 족벌체제 재벌이 지배”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려운 환경” 한국월마트는 지난해 7억2,000만달러 매출에 약 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월마트 경영진은 신세계가 지난 3월 인수의향을 보이기 전까지는 한국철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월마트는 한국에서의 사업을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 월마트 전략사업개발 담당 브레트 빅스 부사장은 “우리는 제한된 규모로 봐서는 한국시장에서 꽤 성공했다”고 말한다. 수입의 약 20%를 미국 밖에서 올리는 월마트는 철수 발표가 나오기전 한국의 3대 할인유통업체의 하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는 합리적인 기간에 합리적인 입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빅스 부사장은 말했다. 월마트 “우린 한국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세계가 단순한 한국 토종기업이 아니라, 한국 최대기업인 삼성과의 연계 아래 있는 기업이란 점을 지적했다. 신세계는 한국 최대 유통업체로 국내 유수의 백화점 망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와 삼성-테스코 이외에 한국의 대형할인점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50개 계열사의 롯데그룹 산하 롯데쇼핑이라는 점을 기사는 지적했다. 한국의 업계와 전문가들이 외국계 할인점의 한국 철수가 한국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월마트와 까르푸의 책임을 지목한 데 대해, 정작 사업을 철수하는 월마트의 입장은 달랐다. 빅스 부사장은 소비자들과 조화하지 못했다는 한국쪽 해석에 대해 반박했다. 빅스 부사장은 “향후 5년 안에 2~3위로의 성장이 어려워 철수를 결정했다”면서도 “우리 동료들은 한국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이에 대한 한국내 언론의 평가는 공통된다. 한국소비자들의 까다로운 특성에 맞추지 못하고, 미국식 유통방식을 고집하다가 실패한 ‘현지화 부적응’ 때문이라는 게 주된 평가다. 이 평가는 월마트의 ‘창고형 디스플레이’와 이마트의 ‘백화점식 고급스런 디스플레이’로 압축된다. 한국 유통업계는 외국계 유통업체의 실패로 크게 두가지 원인을 지목한다. 하나는 구매력을 좌우하는 규모의 경제에 누가 먼저 도달했느냐이다. 또 하나는 월마트나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고집하는 ‘창고형 매장’ 등 글로벌 운영방식이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월마트나 까르푸는 매장 구성에 있어 창고처럼 물건을 천장까지 쌓아놓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에 견줘 한국형 할인점은 선반 형태의 매장 구성과 고급스런 내부 장식 등 소비자의 눈높이와 욕구에 철저히 맞추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세계적 유통기업’들의 ‘단순한 영업방식’이 한국에서 실패했다는 해석이다. 까르푸와 월마트의 철수에 이어 노키아, 네슬레, 구글 등 해당분야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한국에서 맥을 못추고 토종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사실은 일부 언론으로 하여금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무덤”이라는 식의 기사를 내놓게도 만들었다.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는 “한국은 세계적 상표의 무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월마트의 한국철수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세계적 상표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IHT는 월마트와 까르푸만이 아니라 노키아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2004년부터 사실상 휴대전화 판촉을 중단했으며, 세계적 명성의 구글과 네슬레도 한국시장에서는 제대로 힘을 못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유독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하면 한국 내에서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면서 지난달 한국에서 철수한 까르푸와 마찬가지로 월마트도 한국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소개했다.
까르푸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려운 환경” 한국월마트는 지난해 7억2,000만달러 매출에 약 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월마트 경영진은 신세계가 지난 3월 인수의향을 보이기 전까지는 한국철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월마트는 한국에서의 사업을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 월마트 전략사업개발 담당 브레트 빅스 부사장은 “우리는 제한된 규모로 봐서는 한국시장에서 꽤 성공했다”고 말한다. 수입의 약 20%를 미국 밖에서 올리는 월마트는 철수 발표가 나오기전 한국의 3대 할인유통업체의 하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는 합리적인 기간에 합리적인 입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빅스 부사장은 말했다. 월마트 “우린 한국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세계가 단순한 한국 토종기업이 아니라, 한국 최대기업인 삼성과의 연계 아래 있는 기업이란 점을 지적했다. 신세계는 한국 최대 유통업체로 국내 유수의 백화점 망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와 삼성-테스코 이외에 한국의 대형할인점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50개 계열사의 롯데그룹 산하 롯데쇼핑이라는 점을 기사는 지적했다. 한국의 업계와 전문가들이 외국계 할인점의 한국 철수가 한국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월마트와 까르푸의 책임을 지목한 데 대해, 정작 사업을 철수하는 월마트의 입장은 달랐다. 빅스 부사장은 소비자들과 조화하지 못했다는 한국쪽 해석에 대해 반박했다. 빅스 부사장은 “향후 5년 안에 2~3위로의 성장이 어려워 철수를 결정했다”면서도 “우리 동료들은 한국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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