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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천안문의 마르크스] ② 새로운 인클로저, 개발구

등록 2006-04-20 13:24수정 2006-04-24 10:19

중국 농촌의 풍경. 산업화에 따른 지역격차와 농촌의 붕괴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 농촌의 풍경. 산업화에 따른 지역격차와 농촌의 붕괴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자본이 농민을 잡아먹는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영국 초기 자본주의 발달 시기 농민 공유지에 대한 야만적인 약탈이 자본의 ‘원시적 축적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잔혹사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공유지 약탈을 ‘인클로저(울타리치기) 운동’이라 부른다. 토머스 모어는 소설 <유토피아>에서 “양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로 인클로저 운동을 비판했다.

중국식 자본주의 원시축적 ‘개발구’
1987~2001년 농민 4000만명 축출
항의시위 2003년에만 5만8000건
‘사회주의 신농촌’ 또다른 토지약탈?

“사람이 사람을 먹는” 인클로저=오늘날 중국의 지식인들은 중국에서 “사람이 사람을 먹는”‘중국판 인클로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한다. 산둥대학 경제학과 박사과정의 장저는 2004년 말 발표한 ‘당대 중국농민 토지상실 문제 연구’란 글에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세 차례의 대규모 ‘인클로저 운동’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분석을 보면, 1차 인클로저 운동은 1986년 ‘토지관리법’제정으로 농지의 용도 변경이 가능해지면서 고조됐다. 건설부 통계로는 그 이후 1993년까지 ‘개발구’는 6000여곳을 넘어섰고 전체 개발구 면적은 남한의 6분의 1에 이르는 1만5000㎢에 이르렀다.

2차 인클로저 운동은 1998년 ‘토지관리법’수정안의 통과와 함께 시작됐다. 이 때 중국은 주택 실물 분배를 전면 중단했다. 이는 부동산 개발업을 인정하겠다는 뜻이었다. 1987년부터 2001년까지 모두 3300만무(약 66억3300만평)의 경작지가 ‘전용’됐고, 4000만명의 농민이 땅을 잃었다. 이 즈음부터 땅을 잃은 농민들의 항의시위가 터져나왔다. 1993년 1만건이던 ‘군체성 사건’(집단 시위·소요 사건)은 2003년 5만8000건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토지 관련 항의가 70%를 차지했다. 3차 인클로저 운동은 2002년 국토자원부가 ‘국유토지 사용권 규정’을 발표해 용도 변경 절차 관리를 강화하자, 새 규정을 피해 불법·편법 토지 개발이 난립하면서 일어났다.

땅에서 쫓겨나는 농민들=2003년 7월 국무원은 새로운 개발구 허가를 동결하는 조처를 취했다. 그럼에도 ‘인클로저 운동’에 제동이 걸리지는 않았다. 지난 15일 장신바오 중국 국토자원부 집법감찰국 국장은 “1999년 이후 전국에서 토지 관련 불법행위를 100여만건 적발했다”며, “지방정부의 토지 불법 징발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개발’은 농민에게 ‘날벼락’이다. 보상 평가액이 너무도 낮기 때문이다. 중국의 ‘토지관리법’은 “토지 징발 때 원래 용도에 따라 보상한다”(제47조)고 규정하고 있다. 농민 1인당 1무(약 201평) 정도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때, 벼를 기준으로 한 해 소출액은 약 450위안(약 5만8500원)이다. 30년 사용권을 인정해준다 해도 1인당 보상액은 1만3500위안(약 175만5000원)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토지 사유제로 갈 것인가=국토자원부와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등은 매년 200만~250만명의 농민이 토지를 떠나고 있으며, 이런 추세로 갈 때 2030년까지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은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대한 저임금 산업예비군은 심각한 사회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 사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제학자 류치는 블로그 ‘자유논단’에 발표한 글을 통해 “농민의 토지 사유권을 인정할 경우 개발 보상금을 토지의 시장 가격에 의해 지급해야 하므로 지금처럼 ‘잔혹한 원시적 축적’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변 학자들은 토지를 사유화할 경우 지주제가 부활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올해부터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이 운동이 또다른 인클로저로 변할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기계화와 농촌개선 운동이 다시 농민과 아무런 상의 없이 농토를 갈아엎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연 언제 ‘중국 특색의 인클로저 운동’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인가.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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