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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인제 르포] 물바다에 산사태…주민 200여명 고립

등록 2006-07-16 19:27수정 2006-07-17 02:08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에 내린 무더기비로 16일 오전 마을을 잇는 다리가 유실되자 소방대원들이 로프를 이어 마을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인제/연합뉴스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에 내린 무더기비로 16일 오전 마을을 잇는 다리가 유실되자 소방대원들이 로프를 이어 마을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인제/연합뉴스
폭우 최대피해 인제를 가다
시간당 66㎜ 이상 쏟아져…집·다리 붕괴
마을이장 “내 평생 이런 무서운 비는 처음

강원도로 접어드는 길은 도로를 휩쓸고 다니는 흙탕물과 쏟아지는 비까지 ‘이중 물폭탄’과의 전쟁터였다. 깨끗하기로 이름난 홍천강도 내린천도 온통 시뻘건 황톳빛을 드러냈다. 산허리를 무너뜨리고 사방에서 흘러든 흙탕물은 빠른 속도와 괴력으로 마을과 도로를 삼키며 낮은 곳으로 쏟아져 갔다. 시간당 66㎜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로 물바다가 돼버린 강원도 인제군 곳곳에는 유실된 도로의 아스팔트 바닥이 버려진 철판처럼 휘어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은 인제군 북면 한계리 일대다. 한계2리 이영복(45) 이장은 “평생을 이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런 무서운 비는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주민들은 지난 15일 오전 9시께 홍수가 마을을 가로지르는 한계천의 다리를 무너뜨리는 바람에 완전히 고립됐다. 거대한 물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마을은 온통 아수라장이 됐다.

중풍으로 오른쪽 몸을 거의 쓰지 못하는 박진구(69)씨는 이때 죽을 고비를 넘겼다. ‘우르릉 쾅!’ 다리 무너지는 소리에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온 박씨는 마당을 뒤덮고 집안으로 밀고 드는 큰물에 놀라 집앞 밤나무를 붙들고 버텼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박씨는 16일 오전 소방대원들에게 구출됐다. 한계2리에서만 주민 24명이 지붕이나 마을 언덕에 올라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마을회관에 대피했던 박춘자(69)씨는 “갑작스런 홍수에 정신이 없어 구명줄을 타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한계2리는 한계3리에 견주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3리는 주민 5명이 집이 무너지거나 마을이 급류에 휩쓸리면서 실종된 상태다. 160여 주민이 완전히 고립됐다. 통신도 끊겨 외부 세계와 연락할 수단이라고는 소방대원들의 무전기뿐이다. 소방대원 157명을 비롯해 경찰 120명, 인근 군부대 장병 131명 등 모두 468명이 구조와 복구 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비가 그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 소방본부의 주진복 주임은 “소방대원들이 등짐을 지고 산을 넘어 한계3리 주민들에게 약간의 물과 식량을 공급했으나,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상이 너무 나빠 헬기도 뜨지 못해 구조가 늦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비상대책본부는 북면 일대에서만 1명 사망에 모두 7명이 실종되고 210여명이 고립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날 오후 설악산 장수대 쪽에는 여전히 87명이 고립돼 하루 두 끼만 먹고 버티고 있다.

15일 하룻동안 200~300㎜의 ‘비 폭격’을 맞은 평창 지역도 진부와 봉평·도암·용평면 일대 오대천 지류가 넘치면서 시가지가 침수됐고, 외부와 연결되는 길도 모두 끊겼다. 평창군 진부면~강릉시 성산면을 잇는 영동고속도로는 산기슭이 무너져내리면서 끊겼다. 강원 서북부를 ‘초토화’한 비구름의 위력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강원 남부 영월 지역까지 피해 범위를 넓혔다.

한편, 한명숙 국무총리는 16일 오전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난 강원도 인제군을 방문해 “이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총리로서 국민에게 죄송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인제/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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