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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따뜻한 ‘손편지’로 행복 배달

등록 2007-12-03 18:22

나의 자유 이야기 /

벌써 몇 년 전 일이던가. 이제는 받기도 어려운 편지쓰기를 시작했던 것이….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올 때가 인터넷 세상에서 항해하고 있을 때라지만, 특히나 물 건너 사는 친구의 현재 모습을 마우스 위의 오른쪽 검지손가락으로 만지고 있을 때나 말은 않지만 양손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컴퓨터 수다’를 떨 때면 세상 좋아졌다는 말도 새삼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처음에 ‘손편지’를 쓰게 된 것은 단순히 장난스러운 마음에서였다. 어린시절 유행하던 ‘행운의 편지’를 본따 시작했지만 내용은 무척이나 정감어리게 썼었다. 지인들의 주소를 알아내 왼손으로 괴발개발 써내려가던 나에게서 어느새 그들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따스하게 그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같은 날짜에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보내버린 날, 그리고 며칠 뒤 그들과 함께 모여 편지 발신자를 찾으며 킥킥대던 일, 그 어이없는 장난의 범인이 나라고 자백한 뒤 나는 손편지를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아날로그에 중독되고 말았다.

장난처럼 시작된 그 일 이후 나는 친구들에게 손편지를 쓰곤 한다. 처음에 받는 친구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미니홈피 있는데 왠 편지냐?”, “너 할 일도 되게 없다” 라는 핀잔형에서 “너 글씨 너무 잘쓴다”, “그렇게 이쁜 편지지는 처음본다”라는 아부형에 “너네집 우체통 살펴봐라. 나도 몇 자 적었다”라는 답변형까지…. 단돈 몇 백원으로 이렇게 큰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난 슬퍼졌다.

작은 관심이, 작은 수고가 나를, 너를,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데 우리는 편안함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나 미적지근한 인생들을 살아가고 있는가.


올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누군가 떠민 것처럼 절로 아날로그식 감성을 자극하는 그날(?) 하얀 편지지에 알록달록한 펜으로, 최대한 귀여운 글씨를 적어 생일 맞은 친구를 축하해주고 싶다.

올해가 다 지나가기 전에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써보자.

내가 얼마나 숨가쁘게 살아왔는지, 내가 주위 사람을 얼마만큼 알고 있었는지, 심지어는 그가 살고 있는 집주소는 아는지조차 다시 한 번 곱씹어보는 묵직한 아련함을 맛볼 수 있을 테니까.

박은지/청주시 가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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