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중의 한 부분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를 지금 내가 하고 있다. 언제 연애를 할까 싶더니, 나도 연애를 시작했다. 혹자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 나와 남자친구는 잘 익은 김치다. 아삭아삭 막 담근 김치도 아니고, 시큼한 신 김치도 아니다.
지하철에서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을 보면 덩달아 나의 예전 모습을 떠올린다. 같은 학교를 다니기에, 거의 매일 같이 밥을 먹었다. 주말에도 만날 때가 있었다. 그렇다. 거의 매일 본 셈이다. 학생인지라 어떤 날은 조모임 때문에, 어떤 날은 과제 때문에 만나지 못할 때가 있다. 같은 날 과제가 있고, 조모임이 있으면 좋으련만 언제나 시간은 어긋났다.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시간이 어긋날수록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연애가 언제나 ‘맑음’은 아니었다. 왜 그럴까?
연애를 시작하면 대개 상대방만 바라보게 된다. 내 눈에 보이는 상대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알고 싶어한다. 그렇게 하려면 많은 시간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보통 연인이라는 고리가 맺어지면 ‘주말은 데이트 하는 날’이라는 암묵적 약속이 생긴다. 암묵적 약속은 시간이 흐를수록 습관이 된다. 습관은 스스로를 얽매기 시작한다.
나와 남자친구는 주말마다 만나지는 않는다. 서로 시간이 맞는 주말에 만난다. ‘다른 커플은 주말마다 만나는데 우리는 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 같다. 나를 위한 주말이 새삼스레 소중하게 느껴진다. 평일에 읽지 못한 책을 읽거나, 부족한 잠을 자고 빈둥거리면서 나를 자유롭게 놓아준다.
나는 만남의 횟수와 친밀도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알아가는 서로의 모습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매일 만나는 것보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 노래를 불러보면 안다. 쉼표 없는 곡을 생각할 수 있으랴? 없다. 쉼표가 없으면 노래를 부르다 호흡 곤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연애도 같다. 쉼을 갖지 않으면 자신을 잃기 쉽다. 자신을 잃을 때, 연애는 더 이상 연애가 아니다. 단순 반복 습관 중의 하나일 뿐. 그대에게 쉼을 주어라! 연애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권예지/서울 신수동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