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질주하는 삶, 이젠 걸어서…

등록 2007-12-17 20:19

나의 자유 이야기 /

7년 동안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직장생활을 했다. 투잡족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전에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너무 힘들게 살아서일까. 최근 건강검진 도중 채혈 과정에 일시적인 쇼크증세로 쓰러졌다.

의사는 과체중이니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허리통증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약을 먹고 침도 맞고 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한의사는 나에게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 걸으라고 했다. 기초 체력과 허리가 약해 많이 걸어야 몸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한의사의 말대로 나는 하루에 한시간 이상씩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무조건 걷기로 굳게 결심했다. 출근할 때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 두 곳을 걸어간 뒤 버스를 탔고 회사에 못미쳐 내려 20~30분을 걸어서 사무실로 간다. 그렇게 걸으면서 창경궁길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땀이 살짝 날 정도로 걸어서 출근하면 업무 능률도 오르고 기분이 매우 좋다. 점심식사는 집에서 아내가 맛있게 싸준 점심 도시락으로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도시락을 먹으니 점심을 먹고도 30~40분의 시간이 남아 나는 또다시 산책에 나선다. 이번에는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인사동의 낯선 과거의 모습을 즐기거나, 가까운 영풍문고에 가서 책을 읽고 오는 경우도 있다. 도시락은 ‘이거 먹어도 될까’ 하는 의구심에 가득 찬 음식과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산책도 할 수 있어 또다른 여유를 줬다.

나의 산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퇴근 뒤 나는 청계천 물줄기를 따라 마지막 산보에 들어간다. 청계천이 시작되는 동아일보 사옥 근처의 청계천 광교부터 시작해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눈과 귀로 즐기면서 수표교, 관수교, 새벽다리 등을 통과해 동대문 지하철역 근처의 오간수교까지 걸어간다. 청둥오리, 높이 솟구치는 분수, 징검다리 등을 보며 걷노라면 저절로 신이 난다. 한살배기와 세살배기를 키우느라 꼼짝 못하는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너무 바쁘게 살아온 나도 이제는 조금씩 느리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 걷기로 한 나 자신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 조금만 걸어도 헉헉대고 허리 통증에 잠 못 이뤘지만 창경궁 돌담길과 청계천을 꾸준히 걷다 보면 1년 뒤의 나는 새롭게 바뀌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상민/서울 수유5동

‘느림’을 통해 자유를 늘리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걷기, 불끄고 지내기, 돈 안쓰고 지내는 실천법도 좋겠습니다. 비결을 나눴으면 합니다. bokkie@hani.co.kr로 글(200자 원고지 6장 분량)과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채택되면 고료를 드립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