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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래방 ‘간주 점프’ 그만! 한 박자 쉬면서 즐깁시다

등록 2007-12-24 20:00

나의 자유 이야기 /

랩 많고 영어 많고 템포 빠른 요즘 노래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요즘 노래밖에 부를 줄 모르는 아들딸 동반하여 가끔씩 ‘노래방’을 찾는 엄마의 목적은 그저 ‘소리 지르기’이다.

도통 동네 아줌마 부대와 어울리지 않는 그야말로 전업 주부인 우리 엄마, 밖으로 잘 나서지도 않고 집에만 계시다 보면 가끔씩 가슴이 갑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엄마 소리 한번 속 시원히 질러 보시라고 아들내미, 딸내미 모처럼 기쁨도 되어 손 붙잡고 노래방 나들이에 나섰던 것이다.

딴에는 적당히 놀면서 엄마 스트레스 풀어드린다고, 또 저들끼리 왁자지껄 놀면서 급하게 노래 부르고 마이크 넘기는 문화에 익숙한 탓도 한몫하여 딸내미는 1절만 부르고 ‘취소’ 눌러 버리고, 아들내미는 과감하게 ‘간주 점프’ 누르는 것이 적잖이 신경 쓰이셨던지 노래 부르시던 우리 엄마, 간주는 빨리빨리 생략하자, 고 넌지시 말씀하신다. 다른 시대를 살고, 다른 문화를 즐기고, 따라서 노래 또한 조금 다른 것들을 부를 수밖에 없는 당신 때문에 자식들 지루할까 봐 눈치 보게 해드린 것만 같은 죄송스러움. 잘 부르고 못 부르고를 떠나서 마음껏 소리라도 지르면서 답답함이라도 풀어드릴까 했던 건데, 별안간 ‘간주 점프’ 때문에 당신 노래를 듣는 마음이 찡하기만 하다.

언제부터 친구의, 엄마의 노래 한 곡을 진득이 들어줄 만한 여유조차 사라져버린 걸까. 사실 누가 노래 한 곡 더 부르고 못 부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건만, 즐기자, 놀아 보자라고 말하는 순간의 철없는 순수함마저 ‘빨리빨리’를 외치는 문화 속에서 점차 얼룩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래 한 곡 길어봤자 5분도 안 된다. 주어진 시간 동안 누가 누가 노래 많이 부르나 대회 하듯 급하게 ‘간주 점프’ 할 것이 아니라 가만히 엄마의 목소리, 친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 가사 없이 흐르는 간주는 간주 나름의 울림이 있다. 적어도 즐김의 순간만큼은 공백과 여백마저도 초조해하지 않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탁아름/서울 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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