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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보는 체험 느끼는 체험

등록 2006-04-09 15:17수정 2006-04-10 14:02

아낌없이 주는 나무

몇해전 나와 큰 아이, 친구와 친구네 큰 아이 이렇게 넷이서 서해안 지역으로 답사 여행을 떠났다. 그 답사 여행을 통해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는 시선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기대를 가졌다. 또 우리가 데리고 가는 아이들도 문화유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다.

서산 마애삼존불을 보면서, 삼존불 발견 당시의 재미있는 일화까지 아이들에게 설명하면서, 그런 나의 기대를 아이들이 충족시켜 주기를 은근히 강요(?)하기까지 했다. 추사 고택을 비롯한 몇 군데 유적지도 돌고, 곁다리로 안면도와 삼길포 같은 바닷가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며칠 뒤, 나는 아이에게 기대를 갖고 물었다. 우리가 본 문화유산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 그 문화유산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우리가 갔다 온 곳이 어디였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니 어떤 문화유산을 본 것인지는 알 리가 만무했다.

반면에, 아이는 엉뚱한 것을 오히려 기억했다. 여행 내내 먹은 음식 중에서 회는 제가 싫어하는 것이어서 괴로웠고, 돌아오는 길에 허름한 길가 식당에서 먹은 내장탕이 가장 맛있었다고 했다. 아이는 안면도 백사장 해수욕장의 밀가루같이 곱던 모래와 거기 불던 겨울바람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 댔다.

아마도 아이에게는 그저 바위에 새겨진 불상 조각이나 절, 이름난 위인의 생가 따위는 아무 관심이 없는 물건이었나 보다. 그런 것들보다는 제가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것이 더 마음에 와 닿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은 문화 유적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직접 겪는’ 체험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나이인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나 역시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보는 것’ 보다는 ‘직접 해 보는 것’이 더 좋았다. 나이에 따라 여행이 달라진다는 것을 그때 새삼 느끼기도 했다.


요즘 학교에서는 체험활동이 한참이다. 수학여행이니 수련회니 하는 이름으로 실시되는 그 행사들은 담임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가지 않으려고 하고, 담임으로서는 모든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혹 그 나이에 맞는 여행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최성수/서울 경동고 교사 borisog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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