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프스왕’을 심판하노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프스왕’을 읽고
류기완/광주고 2학년
나 저승의 심판관 류기완은 지금 이 자리에서 너 오이디푸스의 인생을 판결하겠노라. 먼저 너는 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범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을 때, 코린토스의 왕, 즉 네 양아버지와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어야 했다. 너는 네가 받았던 그 저주스런 신탁을,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자중으로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너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네가 떠나감으로 해서 네 양부모님들이 받았을 가슴 속 상처의 깊이를 너는 아마 모를 것이다.
또한 너는 네 친아버지를 길가에서 죽였다. 너는 생명의 무게를 가벼이 여겼느니라. 저주받은 신탁을 피하고자 방랑자의 삶을 택했다면 그만큼 만사에 신중을 기해야 하거늘, 다급한 성격을 주체하지 못한 너는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게다가 너는 선왕의 아내를 취하기까지 하였다. 스핑크스를 처치했다는 공로에 우쭐하여 왕좌를 덥석 차지했어도 제 분수를 모르고, 너는 옛 남편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왕비를 욕보였던 것이나 다름없다.
네 죄가 또 있느니라. 그것은 바로 네가 너의 저주받은 삶의 원인을, 스스로 초래한 자만이 아니라 운명으로 돌렸던 것이니라. 네가 자초한 화의 원인은 네 다급하고 탐욕적인 성품 때문이었음에도 너는 이를 쉬이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아마 네가 네 운명에 대한 분노감에 휩싸여 판단력을 상실하지 않았더라면, 네 어머니이자 아내가 되었던 이오카스테의 죽음을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네게 부여된 것은 ‘숙명’이 아니었다. 네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운명’이었다. 나락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아나간 것은 다름 아닌 네 두 다리였다.
하지만 이렇게 과오로 점철된 네 인생에도 칭찬받을 만한 일이 하나 있었다. 네가 두 눈을 찔렀던 것을 기억하느냐? 너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짧은 생각으로 저질렀던 일이었을지 모르나, 그것이 바로 훌륭한 선택이었다. 너는 스스로 네 눈을 가림으로써 네 감정을 정화할 수 있는 초석을 확보했다. 너는 궁을 떠나 방랑하던 시절에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성격을 다듬을 수 있었고, 사물 내의 진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정상을 참작하여 너를 지옥으로 떨어뜨리지는 않겠다. 최종 언도를 하겠으니, 지금부터 잘 듣도록 하거라. 서기 21세기가 되면,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순간적 쾌락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중략) 그들이 가장 신봉하는 종교의 정상에 설 수 있는 ‘운명’의 끈을 네게 쥐어 주겠다. 너는 신실한 종교인 가정에서 운명을 시작할 것이나, 눈이 먼 채로 태어날 것이다. 부디 눈 먼 교황이 되어 네 깨달음을 널리 퍼뜨려 보아라. 네가 체득한 진리를 강론해 보아라. 그 때는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네 자신뿐만이 아닌, 세계 전체의 운명의 줄기를 바로 네가 바로잡아 나가리란 것을. 자, 이제 가거라! 다시 네 영혼을 시험하겠느니라! 평 -깊이 보고 새롭게 말하기 통합교과형 논술이 화두가 된 시대에 고교 문학수업을 맡아 고민하고 있다. 대단원 끝의 적용학습에 <오이디프스왕>이 자신의 눈을 찌른 까닭을 밝히며 괴로워 하는 장면을 읽고,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고백록 쓰기, 판결문 쓰기를 했다. 그리고 모둠별로 합평하기, 법정 배심원 토론 방식으로 주인공의 삶을 논평하는 수행평가를 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며 독서와 토론의 중요성을 소중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다. 이 글은 책의 내용을 논거로 들어 자신의 주장을 창의적인 관점에서 펼쳐나가 많은 호응을 받았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본수업에서 주제를 잡아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면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다. 박안수/광주고 교사. 문장글틴 비평글 운영자(teen.munjang.or.kr)
이런 정상을 참작하여 너를 지옥으로 떨어뜨리지는 않겠다. 최종 언도를 하겠으니, 지금부터 잘 듣도록 하거라. 서기 21세기가 되면,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순간적 쾌락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중략) 그들이 가장 신봉하는 종교의 정상에 설 수 있는 ‘운명’의 끈을 네게 쥐어 주겠다. 너는 신실한 종교인 가정에서 운명을 시작할 것이나, 눈이 먼 채로 태어날 것이다. 부디 눈 먼 교황이 되어 네 깨달음을 널리 퍼뜨려 보아라. 네가 체득한 진리를 강론해 보아라. 그 때는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네 자신뿐만이 아닌, 세계 전체의 운명의 줄기를 바로 네가 바로잡아 나가리란 것을. 자, 이제 가거라! 다시 네 영혼을 시험하겠느니라! 평 -깊이 보고 새롭게 말하기 통합교과형 논술이 화두가 된 시대에 고교 문학수업을 맡아 고민하고 있다. 대단원 끝의 적용학습에 <오이디프스왕>이 자신의 눈을 찌른 까닭을 밝히며 괴로워 하는 장면을 읽고,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고백록 쓰기, 판결문 쓰기를 했다. 그리고 모둠별로 합평하기, 법정 배심원 토론 방식으로 주인공의 삶을 논평하는 수행평가를 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며 독서와 토론의 중요성을 소중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다. 이 글은 책의 내용을 논거로 들어 자신의 주장을 창의적인 관점에서 펼쳐나가 많은 호응을 받았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본수업에서 주제를 잡아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면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다. 박안수/광주고 교사. 문장글틴 비평글 운영자(teen.munj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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