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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짝꿍 글 고쳐주면서 내 실력도 ‘쑥쑥’

등록 2007-05-13 21:57

단계에 맞춰 육체가 발달하는 것처럼 논술 능력도 ‘정신의 성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권 교사의 생각이다. 학교 교정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는 권 교사의 모습.
단계에 맞춰 육체가 발달하는 것처럼 논술 능력도 ‘정신의 성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권 교사의 생각이다. 학교 교정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는 권 교사의 모습.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상명대 부속여고 권희정 교사

논술이 대학 입시의 화두가 되면서 웬만한 고등학교들에서는 어떤 형태로는 논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통합논술을 연구하는 교사들의 논술동아리 구성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개별 수업에서부터 통합논술적 요소를 도입하려는 교사들의 노력도 점점 많아진다. 그런데 막히는 부분이 있다. 독서토론을 통해서 독해력을 높히고 자기생각을 정리해내는 능력을 높이는 과정까지는 어느 정도 진전되다가도 실제 글쓰기 과정으로 접어들게 되면 ‘첨삭’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첨삭과 퇴고 과정을 밟지 않으면 글쓰기의 질적 도약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의 첨삭 지도 문제는 논술 교육의 주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다.

학원 비해 불리한 첨삭지도
학생 상호·공동첨삭 ‘대안’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에 효과만점

상명대부속여고 권희정(35) 철학 교사는 “학원 논술이 학교 논술에 비해 결정적으로 유리한 지점이 바로 첨삭”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첨삭과 같이 개별화 학습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학원식의 소규모 지도를 학교가 따라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첨삭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 교사는 학생들 사이의 ‘상호첨삭’과 ‘공동첨삭’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이뤄지는 ‘일대일 대면 첨삭’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죠. 그러나 그 방법은 교사의 부담을 늘려 결과적으로 소수의 학생들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학생 처지에서는 다른 또래 학생들과의 차이점이나 자기만의 특징을 판단하기도 어렵죠. 학생들 사이의 상호첨삭은 처음에는 어색해보여도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장 필요한 논술 영역에서는 효과적인 지도법입니다. 학생들끼리 상호첨삭을 하다보면 ‘천편일률’이 뭔지 알게 됩니다. 스스로 느끼는 거죠. 서로 고쳐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글을 객관화한다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됩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평가를 하면 아이들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봉쇄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상호첨삭에서 공동첨삭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교사가 반 아이들 앞에서 대표 첨삭을 한다.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때 학생들이 첨삭의 주요 요소와 기준을 익히도록 한다. 첨삭의 실제 상황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이후부터는 두 명을 한 조로 짜 상호첨삭을 한다. 한시간에 글쓰기와 첨삭이 다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600자 안팎의 분량으로 글을 쓰게 한다. 첨삭이 공격적인 비판이나 비난으로 흐르지 않도록 글을 작성한 학생의 발언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서로의 사고 진행과정을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생각의 폭을 넓히도록 한다. 상호첨삭이 몇달동안 진행되면 그 이후에는 한 학생의 글을 모든 학생이 함께 첨삭하는 ‘공동첨삭’의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공동첨삭 과정에서는 상호첨삭에서 나타나는 장점이 몇배로 늘어난다. 교사 한 사람이 평가할 때보다 더 많은 장점과 단점을 찾아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의 글을 첨삭하는 일은 탐정이 추리소설을 쓰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각 단계마다 마주쳤을 고민들을 고민의 결과물인 글과 연결시켜가면서 하나씩 일깨워주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교사와 학생 사이가 아닌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일어난다면 자기주도적 학습 효과가 배가된다는 게 권 교사의 ‘첨삭 철학’이다.

교내 독서토론과 글쓰기 모임을 몇년동안 꾸려오다보니 권 교사에게는 논술 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노하우가 쌓여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 카페나 클럽을 통해 자료를 쌓아놓고 이를 공유하는 방법이다. “자료가 몇년동안 쌓이다보면 후배들이 선배들이 간 길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에 간 김아무개 선배는 1학년 때 글을 이렇게 못썼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렇게 글이 좋아졌구나’ 하는 식으로 글쓰기 향상 과정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학년별로 차별화한 원칙으로 논술에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도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읽기와 독서토론을 통해 생각의 폭과 깊이를 넓고 깊게 한 뒤에야 본격적인 글쓰기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이 과정을 하나의 매뉴얼로 만들어서 학교 현장에 일률적으로 내려먹이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해당 학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계발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단일한 틀로 묶어두려고 한다면 그것은 논술 교육의 본질적인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글·사진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권 교사가 제시하는 ‘첨삭에서 반드시 살펴야 할 사항’]

1. 논제에 맞게 작성했는가

2. 제시문 분석은 정확한가

3. 제시문 내용을 적절히 활용했는가

4. 개요 작성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가

- 서론-본론-결론은 유기적인가

- 부적절한 논거(예시, 인용, 비유)는 없는가

- 반복된 내용은 없는가

- 논점에서 일탈하는 내용은 없는가

5. 주장을 명확히 드러냈는가

- 단락의 주제 문장이 있는가, 그리고 적절한가

- 주제문장이 길고 모호한 문장인가

- 추상적이고 소화되지 않은 전문용어는 없는가

6. 주장·논거·예시·대안 등이 참신한가

7. 유의사항을 잘 지켰는가

- 분량 조건을 만족시켰나

- 신원 노출의 문제는 없나

- 불필요한 표현이 들어가지는 않았나

8. 표현은 매끄러운가

9. 스스로 퇴고했는가

- 접속사는 점검했나

- 비문을 점검했나

- 어휘 사용을 점검했나

- 어순을 재확인했나

- 문장을 살폈는가(주어-서술어 호응 등)

10. 감점 요인과 가점 요인은 무엇인가

11. 다른 학생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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