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밖 국어여행 / [난이도 수준-중2~고1]
11.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②
12.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③
13.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④ 오늘은 한국어 문장에서 동사가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 살펴보자. 영어 인사말 “Good morning”은 형용사가 명사를 꾸며주는 꼴이다. “Good night”이나 “Good bye”도 마찬가지다. “Happy birthday” “Happy new year” 같은 표현 역시 ‘형용사+명사’ 꼴이다. 영어에서는 이렇게 형용사가 명사를 꾸며주는 표현이 아주 흔하다. 한국어는 어떨까. “잘 잤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잘 자” “잘 가” “생일 축하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인사말들을 잘 들여다보라. 하나같이 동사로 끝나는 문장이다. 이 중에서 가장 간단한 형태인 “잘 자”나 “잘 가”를 보면 부사가 동사를 꾸며주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형용사+명사’가 기본인 영어에 견주어, 이렇게 한국어에서는 ‘부사+동사’ 꼴이 가장 널리 쓰인다. 어순을 살펴보면 두 언어의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영어의 “I love you”는 한국어에서 “난 널 사랑해”가 된다. ‘주어+동사+목적어’였던 것이 “주어+목적어+동사”가 되는 것이다(이 두 가지가 영어와 한국어에서 각각 가장 기본적인 문형이다). 이런 어순의 차이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다. 영어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어를 빼고 말하는 일이 없다. 또 동사가 타동사일 경우 목적어를 생략하는 법도 없다. 웬만한 이유가 없이는 ‘주어+동사+목적어’라는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어떤가. “난 널 사랑해”는 노랫말에나 나오는 표현이지, 실제로 연인 사이에 이렇게 말하는 일은 없다. 그냥 “사랑해”다. 주어도 없고 목적어도 없다.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지, 문장만 봐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도 한국사람들이 이렇게 동사 하나만 달랑 내뱉고 마는 까닭은 뭘까? 답은 뻔하다. 사랑의 주체가 누군지, 사랑의 대상이 누군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친구하고 통화할 때 “너 밥 먹었니?” 하고 묻지 않는다. 그냥 “밥 먹었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언니한테도 “어디 가?” 하지 “언니 어디 가?” 하지는 않는다. 뻔히 아는 주어는 무조건 생략하는 게 한국어다. 목적어도 마찬가지다. ‘너를’을 빼고 그냥 “사랑해” 하듯이, “밥 먹었니?” 하고 물으면 ‘밥’을 생략하고 그냥 “먹었어” 하는 게 자연스런 한국어다. 왜 목적어를 생략할까? 말 안 해도 다 아니까. 뻔히 알고 있는 걸 왜 입 아프게 또 얘기한단 말인가. 한국어에서 주어와 목적어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언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영어는 정반대다. 한국어에서 별로 중시하지 주어와 목적어를 영어에서는 더없이 중요하게 대접한다. 왜 그럴까? 주어와 목적어가 명사이기 때문이다(영어에서 주어나 목적어로 흔히 쓰이는 대명사도 명사의 일종이다). 영어의 기본문형인 ‘주어+동사+목적어’를 품사로 바꾸면 ‘명사+동사+명사’가 된다. 영어는 명사로 시작해서 명사로 끝나는 언어다. 한국어의 기본문형 ‘주어+목적어+동사’는 ‘명사+명사+동사’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이 한국어에서는 명사 두 가지를 빼버리고 마지막의 동사만을 가지고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영어는 명사 빼면 시체요, 한국어는 동사가 없으면 넋 빠져나간 몸뚱이가 되고 만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12.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③
13.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④ 오늘은 한국어 문장에서 동사가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 살펴보자. 영어 인사말 “Good morning”은 형용사가 명사를 꾸며주는 꼴이다. “Good night”이나 “Good bye”도 마찬가지다. “Happy birthday” “Happy new year” 같은 표현 역시 ‘형용사+명사’ 꼴이다. 영어에서는 이렇게 형용사가 명사를 꾸며주는 표현이 아주 흔하다. 한국어는 어떨까. “잘 잤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잘 자” “잘 가” “생일 축하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인사말들을 잘 들여다보라. 하나같이 동사로 끝나는 문장이다. 이 중에서 가장 간단한 형태인 “잘 자”나 “잘 가”를 보면 부사가 동사를 꾸며주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형용사+명사’가 기본인 영어에 견주어, 이렇게 한국어에서는 ‘부사+동사’ 꼴이 가장 널리 쓰인다. 어순을 살펴보면 두 언어의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영어의 “I love you”는 한국어에서 “난 널 사랑해”가 된다. ‘주어+동사+목적어’였던 것이 “주어+목적어+동사”가 되는 것이다(이 두 가지가 영어와 한국어에서 각각 가장 기본적인 문형이다). 이런 어순의 차이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다. 영어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어를 빼고 말하는 일이 없다. 또 동사가 타동사일 경우 목적어를 생략하는 법도 없다. 웬만한 이유가 없이는 ‘주어+동사+목적어’라는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어떤가. “난 널 사랑해”는 노랫말에나 나오는 표현이지, 실제로 연인 사이에 이렇게 말하는 일은 없다. 그냥 “사랑해”다. 주어도 없고 목적어도 없다.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지, 문장만 봐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도 한국사람들이 이렇게 동사 하나만 달랑 내뱉고 마는 까닭은 뭘까? 답은 뻔하다. 사랑의 주체가 누군지, 사랑의 대상이 누군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친구하고 통화할 때 “너 밥 먹었니?” 하고 묻지 않는다. 그냥 “밥 먹었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언니한테도 “어디 가?” 하지 “언니 어디 가?” 하지는 않는다. 뻔히 아는 주어는 무조건 생략하는 게 한국어다. 목적어도 마찬가지다. ‘너를’을 빼고 그냥 “사랑해” 하듯이, “밥 먹었니?” 하고 물으면 ‘밥’을 생략하고 그냥 “먹었어” 하는 게 자연스런 한국어다. 왜 목적어를 생략할까? 말 안 해도 다 아니까. 뻔히 알고 있는 걸 왜 입 아프게 또 얘기한단 말인가. 한국어에서 주어와 목적어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언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영어는 정반대다. 한국어에서 별로 중시하지 주어와 목적어를 영어에서는 더없이 중요하게 대접한다. 왜 그럴까? 주어와 목적어가 명사이기 때문이다(영어에서 주어나 목적어로 흔히 쓰이는 대명사도 명사의 일종이다). 영어의 기본문형인 ‘주어+동사+목적어’를 품사로 바꾸면 ‘명사+동사+명사’가 된다. 영어는 명사로 시작해서 명사로 끝나는 언어다. 한국어의 기본문형 ‘주어+목적어+동사’는 ‘명사+명사+동사’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이 한국어에서는 명사 두 가지를 빼버리고 마지막의 동사만을 가지고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영어는 명사 빼면 시체요, 한국어는 동사가 없으면 넋 빠져나간 몸뚱이가 되고 만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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