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정책에 대해 진단하고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제도] ‘새정부 영어교육정책의 허와실’, 영어교육정책토론회
2010년부터 영어로 수업한다는 영어공교육 정책에 대해 말이 많다. 이명박 당선인의 주장대로 누구나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거침없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 영어입시경쟁을 부추기는 폐해를 낳을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초중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우리사회 영어교육의 문제는 공교육 시간 확대나 교원확보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교육개혁시민연대,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 범국민교육연대 등 이명박정부교육정책대응공동행동 주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관으로 열린 <새정부 영어교육정책의 허와실, 발상의 전환인가? 탁상공론인가?>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 새 정부 영어교육정책을 비판하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홍완기 용산고 교사, 조진희 영일초 교사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고문, 이지혜 고려대 사범대 학생회장, 천세영 인수위 교육상임전문위원, 안용순 배명중 교사, 진영효 신서중 교사 등 6명의 토론자가 함께했다.
“한국의 영어교육문제는 공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병민 서울대 사범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이병민 교수는 서구에서 이뤄지는 학문을 그대로 모방하는 형태의 교육이 이뤄지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자기반성으로 토론회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영어를 10년 배워도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른다’는 과제가 공교육의 확대만으로 해결될 것이냐고 의문을 던졌다. 이 교수는 “한국의 영어교육문제는 영어권 중심으로 벌어지는 세계화, 입시와 평가 중심의 교육활동, 빈부격차에 의한 차별된 교육 수요 등 원인이 복잡하기 때문에 학교라는 틀 안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비판하며 “국가 수준의 영어교육정책들은 국어정책을 포함하여 언어정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서 만들어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수업에 대해서는 자율에 맡겨두면서 초중고 교육에 대해서는 자율권을 억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등 영어교육에 대한 대학, 현장, 정치계의 각 논리가 엇박자를 이루면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영어교육문제, 무엇을 가르칠지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홍완기 용산고교사, 전국영어교사모임 회장 홍완기 교사는 “영어교육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논리는 실용영어교육 강화를 위한 원어민교사 확보와 교육과정만 고치면 된다는 식의 사고”라며 “이는 영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여길지, 교수매체나 교과목으로 바라볼 것인지 시각이 올바르게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즉, 영어교육을 어떻게 볼 것인지,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한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입시 구조에 대한 구조적인 성찰 없는 영어교육 대책은 또 실패할 것임”을 강조하며 “영어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무한 경쟁적인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하기에, 시간을 충분히 갖고 좀 더 세밀하게 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포기한 아이 ‘영포’가 늘고 있다”
-조진희 영일초 교사 “ ‘orange’를 ‘오륀지’로 읽고, ‘friendly’를 ‘후렌들리’로 표기해야만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은, 교육도 청계천처럼 뜯어내고 물 흐르게 하면 될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잘못 만들어진 청계천은 돈을 들여서라도 고치면 되지만 잘못된 영어교육, 잘못 배운 아이들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영어지상주의 한국사회에서 21세기 새로운 인간형으로 ‘영포’가 등장했다. 일명 ‘영어포기 한 아이’의 준말이다.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해온 조진희 교사는 “고학년으로 갈 수록 영어에 아예 관심이 없고 아주 쉬운 단어나 문장도 말하고 듣고 읽고 쓰려 하지않는 영포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3~4학년 때까지는 춤추고 놀면서 영어를 배우다가 5~6학년에 갑자기 영어 읽기, 쓰기를 하면서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는 얘기다. 조 교사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소득과 지역에 따라 영어격차가 벌어지는 현실, 영어에 올인하는 교육풍토를 직시한다면 초등학교 단계의 조기 영어교육은 중지돼야 한다”며 “한국교육을 황폐화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입시교육과 학력·학벌간 임금격차임에도 오히려 고교다양화300, 대입 자율화, 본고사 부활을 감행하고 있어 이명박 교육정책은 아이들을 5번 죽이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사, 학부모 “사교육비, 입시경쟁 부담 커질 것” 불신 한편 토론자로 나선 비영어교과 교사들, 사범대 예비교사 학생, 학부모 대표도 새 정부가 내놓은 영어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경양 고문은 “새정부의 영어교육정책을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실현가능성은 물론 그 효과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며 “이는 초중등학교 영어교육 정책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고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고려대 사범대 이지혜 학생회장은 “사회적 합의과정을 생략하고 진행된 영어교육강화는 교육현장에서 부작용을 지속시키고 이는 교원양성임용체제와 예비교사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패권적인 영어의 세계화는 비영어권 국가 문화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서열화하는데서, 차별과 경쟁을 유도하는 ‘입시지옥’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국어를 가르치는 안용순 배명중 교사는 “(새 정부는)민족의 바탕이 되는 언어의 가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한국의 국어교육과정을 연구하고 논의하는 정책도 예산이나 시간부족으로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영어 몰입교육을 하는 것은 망국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인수위 자문위원, “영어공교육 완성안은 최적아닌, 차선의 정책” 한편 이 자리에는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상임자문위원인 천세영 충남대 교수가 참석해 영어공교육 완성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천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 개편안의 방향에 대해 ▲각급 학교와 교사들의 어려움 해결 ▲실용영어 구사능력 고양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서라도 국가경쟁력 제고 사업으로 추진 ▲학교와 교사들의 자율적 역량 지원 등을 꼽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초등영어교육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해야 한다”며 “인수위가 부득불 제시한 방안은 얼개일 뿐이다. 상세한 것들은 평가와 실험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영어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적은 아니지만 차선의 정책을 내놓았다”며 “영어전용교사 도입 문제를 갖고 임용교사를 준비하는 예비교사들이 굉장히 마음을 상해하시는 것 같은데 그들이 1차적인 자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들이 배제됐다고 생각하는지 안타깝다”고 반론을 폈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병민 서울대 사범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이병민 교수는 서구에서 이뤄지는 학문을 그대로 모방하는 형태의 교육이 이뤄지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자기반성으로 토론회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영어를 10년 배워도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른다’는 과제가 공교육의 확대만으로 해결될 것이냐고 의문을 던졌다. 이 교수는 “한국의 영어교육문제는 영어권 중심으로 벌어지는 세계화, 입시와 평가 중심의 교육활동, 빈부격차에 의한 차별된 교육 수요 등 원인이 복잡하기 때문에 학교라는 틀 안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비판하며 “국가 수준의 영어교육정책들은 국어정책을 포함하여 언어정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서 만들어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수업에 대해서는 자율에 맡겨두면서 초중고 교육에 대해서는 자율권을 억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등 영어교육에 대한 대학, 현장, 정치계의 각 논리가 엇박자를 이루면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영어교육문제, 무엇을 가르칠지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홍완기 용산고교사, 전국영어교사모임 회장 홍완기 교사는 “영어교육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논리는 실용영어교육 강화를 위한 원어민교사 확보와 교육과정만 고치면 된다는 식의 사고”라며 “이는 영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여길지, 교수매체나 교과목으로 바라볼 것인지 시각이 올바르게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즉, 영어교육을 어떻게 볼 것인지,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한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입시 구조에 대한 구조적인 성찰 없는 영어교육 대책은 또 실패할 것임”을 강조하며 “영어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무한 경쟁적인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하기에, 시간을 충분히 갖고 좀 더 세밀하게 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포기한 아이 ‘영포’가 늘고 있다”
-조진희 영일초 교사 “ ‘orange’를 ‘오륀지’로 읽고, ‘friendly’를 ‘후렌들리’로 표기해야만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은, 교육도 청계천처럼 뜯어내고 물 흐르게 하면 될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잘못 만들어진 청계천은 돈을 들여서라도 고치면 되지만 잘못된 영어교육, 잘못 배운 아이들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영어지상주의 한국사회에서 21세기 새로운 인간형으로 ‘영포’가 등장했다. 일명 ‘영어포기 한 아이’의 준말이다.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해온 조진희 교사는 “고학년으로 갈 수록 영어에 아예 관심이 없고 아주 쉬운 단어나 문장도 말하고 듣고 읽고 쓰려 하지않는 영포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3~4학년 때까지는 춤추고 놀면서 영어를 배우다가 5~6학년에 갑자기 영어 읽기, 쓰기를 하면서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는 얘기다. 조 교사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소득과 지역에 따라 영어격차가 벌어지는 현실, 영어에 올인하는 교육풍토를 직시한다면 초등학교 단계의 조기 영어교육은 중지돼야 한다”며 “한국교육을 황폐화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입시교육과 학력·학벌간 임금격차임에도 오히려 고교다양화300, 대입 자율화, 본고사 부활을 감행하고 있어 이명박 교육정책은 아이들을 5번 죽이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사, 학부모 “사교육비, 입시경쟁 부담 커질 것” 불신 한편 토론자로 나선 비영어교과 교사들, 사범대 예비교사 학생, 학부모 대표도 새 정부가 내놓은 영어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경양 고문은 “새정부의 영어교육정책을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실현가능성은 물론 그 효과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며 “이는 초중등학교 영어교육 정책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고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고려대 사범대 이지혜 학생회장은 “사회적 합의과정을 생략하고 진행된 영어교육강화는 교육현장에서 부작용을 지속시키고 이는 교원양성임용체제와 예비교사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패권적인 영어의 세계화는 비영어권 국가 문화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서열화하는데서, 차별과 경쟁을 유도하는 ‘입시지옥’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국어를 가르치는 안용순 배명중 교사는 “(새 정부는)민족의 바탕이 되는 언어의 가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한국의 국어교육과정을 연구하고 논의하는 정책도 예산이나 시간부족으로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영어 몰입교육을 하는 것은 망국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인수위 자문위원, “영어공교육 완성안은 최적아닌, 차선의 정책” 한편 이 자리에는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상임자문위원인 천세영 충남대 교수가 참석해 영어공교육 완성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천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 개편안의 방향에 대해 ▲각급 학교와 교사들의 어려움 해결 ▲실용영어 구사능력 고양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서라도 국가경쟁력 제고 사업으로 추진 ▲학교와 교사들의 자율적 역량 지원 등을 꼽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초등영어교육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해야 한다”며 “인수위가 부득불 제시한 방안은 얼개일 뿐이다. 상세한 것들은 평가와 실험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영어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적은 아니지만 차선의 정책을 내놓았다”며 “영어전용교사 도입 문제를 갖고 임용교사를 준비하는 예비교사들이 굉장히 마음을 상해하시는 것 같은데 그들이 1차적인 자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들이 배제됐다고 생각하는지 안타깝다”고 반론을 폈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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