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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매일 걷기 ‘한스푼’ 자전거 ‘두알’씩

등록 2006-09-11 18:12

오클랜드의 공원에서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고 있는 여성(왼쪽사진)과  넷볼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 스파크는 시민들의 육체적 활동을 권장하기 위해 ‘럭비뿐 아니라 유모차 밀기도 운동’이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오클랜드의 공원에서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고 있는 여성(왼쪽사진)과 넷볼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 스파크는 시민들의 육체적 활동을 권장하기 위해 ‘럭비뿐 아니라 유모차 밀기도 운동’이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으라차차 생활 스포츠 ⑨ 뉴질랜드 녹색처방전 /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사는 40대 여성 엘시 호마. 그는 2년전 마당에 있는 편지함까지 가기도 벅찼다. 155㎏의 몸무게에 천식, 수면 호흡장애, 심장병….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그에게 의사는 “몸무게를 줄이지 않으면 손주들 얼굴보기 힘들 것”이라는 최후통첩과 함께 ‘녹색 처방전’을 내놓았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약만으론 채울 수 없는 치유효과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 운동이 만병통치약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걷기조차 힘들었으니까요.” 처방전을 받아든 호마는 동네에 있는 ‘녹색처방지원센터’로 발길을 향했다. 체육 관련정책을 마련·집행하는 정부 산하기관 스파크(SPARC:Sport & Recreation New Zealand)는 의사와 시민을 대상으로 ‘녹색처방’ 캠페인을 펼치며 지역마다 지원센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상담을 받은 그는 근처 고등학교 레크리에이션센터로 갔다. 거기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아쿠아 에어로빅 등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동병상련을 겪는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힘을 냈다. 얼마 뒤 몸무게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녹색처방’ 프로그램을 마친 호마는 127㎏까지 감량에 성공했다. 여러 병세들이 호전된 것은 물론이다. 다음 목표는 100㎏으로 세웠다. 그는 요즘 지원센터에서 참가자들 상담과 도움을 도맡으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제 경험을 직접 보여주고 들려주면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누구든 지원센터로 오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거, 정말 멋지지 않나요?”

스파크는 ‘하루 30분씩만 걷기·달리기·수영·자전거 등 운동을 해도 암·당뇨·심장병·고혈압·비만·관절염·천식·골다공증·우울증 따위의 병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내용과 지원센터 전화번호를 담은 안내책자를 돌리고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 대신 운동 처방 유모차 밀기도 운동…“움직입시다!”

■ 뭘하든 움직이는 게 좋아

주말 오후 오클랜드의 한 공원. 6개의 코트에서 뉴질랜드 여성들이 가장 즐긴다는 넷볼 경기가 동시 진행 중이다. 언뜻 농구와 비슷하지만, 공을 잡는 순간부터 두발을 땅에 붙인 채 슛이나 패스를 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유니폼을 차려입은 여학생들 사이로 공이 전광석화 같이 빠르게 오간다. 코트 바깥에선 부모들의 응원소리가 뜨겁다. 경기를 마친 제시카 푸트(14)는 “클럽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연습하고 주말마다 다른 팀과 경기를 한다”며 “어른이 돼도 넷볼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럭비·축구·사이클 등 다양한 스포츠 클럽활동을 즐긴다.

하지만 모두가 이처럼 꾸준히 운동하는 건 아니다. 스파크의 미디어담당관 로스 팔머는 “운동을 안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뭘 할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라며 “이런 사람들을 위해 ‘푸시 플레이’(Push Play)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럭비뿐 아니라 유모차 미는 것도 운동이다.’ 이들이 광고에 내보내는 표어다.

스파크는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충분한 운동이 되는 움직임들을 몇가지로 유형화해 나타낸 지침표(가운데 사진)를 20만개나 찍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개 데리고 산책하기, 정원 손질하기, 세차하기, 잔디깎기, 춤추기, 계단 오르기, 버스에서 한두 정거장 미리 내리기…. 하루 30분씩만 투자하면 괜찮은 운동이 된단다. 너무 쉽잖은가!

오클랜드 웰링턴/글·사진 서정민 기자westmin@hani.co.kr

럭비클럽 ‘파쿠랑가 유나이티드’의 클럽하우스에서 회원들이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럭비클럽 ‘파쿠랑가 유나이티드’의 클럽하우스에서 회원들이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바탕 땀흘린 뒤 잔치 한마당 - 주민 사랑방 클럽하우스

오클랜드 로이드 엘스모어 공원 안에 자리잡은 클럽하우스. 럭비클럽 ‘파쿠랑가 유나이티드’의 본거지다. 대여섯살 꼬맹이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수백명의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손에 맥주잔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사람들, 구석에서 당구를 치는 아이들, 감자튀김을 씹으며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학생들…. 오전에 한차례 연습과 경기를 마친 이들은 이제 마을잔치라도 한바탕 벌이는 듯하다.

갑자기 앞쪽에 단상과 마이크를 설치하더니 누군가 나와서 연설을 시작한다. 그리곤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나오게 한 뒤 메달을 걸어준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오클랜드 럭비클럽주니어대회 시상식 자리다. 파쿠랑가 유나이티드의 15살 이하 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오클랜드에만 이런 럭비클럽이 27개나 된다. 3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파쿠랑가 유나이티드에 등록된 회원만도 3500명. 그 중 250~300명 가량이 매주 열리는 대회에 나간다. 90%가 직장인이고 10%가 학생이다. 이 클럽 출신 국가대표도 3명이나 된다. 벽 한쪽에 그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클럽운영은 자원봉사와 회비, 민간후원금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학생·선수 지도는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예산은 1인당 연간 10만원 가량 내는 회비, 의사·지역음식점 등에서 내놓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입구 옆에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긴 동판이 있다.

개인사업을 하며 이 클럽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셀 그레인저(65)는 “30년 전에는 나도 선수로 뛰었다”며 “지금은 나이가 들어 경기에 직접 나설 순 없지만, 젊은이들이 마음껏 뛰는 걸 보며 뒷받침하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즐겁다”고 말했다. 오클랜드/글·사진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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