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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대통령, 다음달 빌게이츠 면담
‘엠에스 종속문제’ 해결 노력해야

등록 2008-04-07 19:04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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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5월 초 우리나라를 찾아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회장이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로봇, 이(e)러닝, 이(e)헬스케어 사업 등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논의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엠에스는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장사를 하는 업체다. 엠에스 쪽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세계 여러 나라 시장 가운데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게이츠 회장의 우리나라 방문은 장사꾼이 시장을 찾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이츠 회장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우리나라를 찾았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만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엠에스 쪽의 설명에 따르면, 게이츠 회장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니면 만나지 않는다. 한국엠에스 임직원들은 그동안 게이츠 회장의 한국 방문 때마다 “게이츠 회장과 우리 회장(사장)님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는 국내 재벌 기업 쪽의 요청을 거절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한국엠에스가 이때 대는 핑계가 “게이츠 회장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니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회장간 만남을 위해 예정에 없던 전략적 제휴 건이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동안의 이런 행태로 볼 때 게이츠 회장이 이 대통령을 만난다면 중요한 비즈니스 건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니면 중요한 비즈니스를 만들려고 하던가.

우리나라의 국가 정보화 수준은 앞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보화를 독려한 결과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엠에스 기술에 종속돼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까지 정보화를 외치며 실적을 챙기니 당장 깔기 쉬운 엠에스 소프트웨어로 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국가 정보화가 엠에스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엄청난 돈을 들여 정보화를 추진하면서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또 컴퓨터 바이러스나 해킹 같은 공격에 노출되고, 엠에스의 마케팅 전략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2006년 엠에스가 윈도98에 대한 보안 지원을 중단한다고 하자, 국가사이버안전센터장이 엠에스 본사까지 찾아가 윈도98에 대한 보안 지원 중단 일정을 미뤄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표준을 따르지 않는 엠에스 소프트웨어 때문에 지금도 매킨토시나 리눅스 운영체제 사용자들은 전자정부와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불편을 겪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공개 소프트웨어 사용을 권장한 것도 엠에스 종속에서 벗어나고, 소프트웨어 산업도 살리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이 정보화를 추진할 때는 공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기존 전산시스템을 공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면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정책도 추진됐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이 국산 공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구축된 것도 이런 정책 덕이다.

게이츠 회장과 이 대통령이 만나는 것 자체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아직 둘의 만남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다만 얘기가 나온 김에, 대통령이 게이츠 회장을 만날 때는 국가 정보화의 엠에스 종속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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