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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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 이용자 윤아무개씨는 가끔 “펀드에 입금이 완료됐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그는 펀드에 가입하거나 돈을 입금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증권회사는 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돈이 입금됐다고 알린다. 어떤 때는 신용카드가 사용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온다. 그는 그 회사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개인정보나 전화번호가 도용되지 않았나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동전화 회사에 따졌는데, 이전에 그 전화번호를 사용하던 사람에게 오는 문자메시지 같단다. 이전 사용자가 증권회사나 카드회사에 이동전화 번호를 알려준 뒤 새 번호로 바꾸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상담원은 “혹시 엉뚱한 사람을 찾는 전화는 오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해지 가입자의 전화번호를 회수해 일정기간 ‘묵힌’ 뒤 새 가입자에게 다시 부여한다. 묵히는 기간은 업체별로 다른데, 에스케이텔레콤(SKT)은 5~19일, 케이티에프(KTF)와 엘지텔레콤(LGT)은 1~3개월 정도다. 이 기간에 이전 사용자가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람이나 업체에 이동전화를 해지했거나 번호를 바꾼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이전 사용자에게 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새 가입자가 받게 된다. 새 가입자 쪽에서 보면 짜증난다. 이전 사용자가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거나 전화번호를 영업용으로 사용한 경우, 욕을 먹거나 주문 전화도 받을 수 있다. 이런 불편은 집전화 가입자들도 겪는다.
이게 해결되기 위해서는 회수된 전화번호를 새 가입자에게 부여하기까지의 기간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업체들은 “전화번호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한결같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전화번호를 추가로 배정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에는 이전에 배정한 전화번호 가운데 80% 이상이 소진돼야 전화번호를 추가로 준다고 못박혀 있다.
지금 상황에선 전화 신규 가입자들이 남의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는 불편을 해결할 길이 없다. 굳이 방법을 찾는다면 이용자들끼리 서로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전화를 해지했거나 전화번호를 바꾼 경우, 이전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던 사람들에게 서둘러 알려 새 가입자가 불편을 겪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특히 증권회사, 보험회사, 은행 등에 이동전화번호를 알려놓은 경우, 전화번호 변경 사실을 서둘러 알리지 않으면 거래내역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엉뚱한 사람에게 통보될 수 있다. 증권·보험업체와 은행들은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거래 내역 등을 문자메시지로 통보한다.
전화번호 변경 안내 서비스를 장기간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전화번호 변경 안내 서비스를 받는 기간에는 이전에 사용하던 전화번호가 다른 가입자에게 부여되지 않는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전화번호 변경 안내 서비스를 1년 동안은 무료로 제공한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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