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성 지출 스스로 불편하게 만들어야
미래로 가는 가계부 이젠, 재무설계다 Q. 보너스 등 불규칙한 소득 관리 어떻게: 택배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기본급이 대단히 적고 수당도 얼마 되지 않지만 아내의 맞벌이로 생활은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너스가 두 달에 한 번 꼴이라 잘 관리하면 저축도 더 늘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보너스달에도 남는 돈은 별로 없습니다. 보너스달이라고 많이 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꼭 도둑 맞은 기분이 듭니다. 몇 년 더 열심히 일해 조그마한 가게를 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좀더 효과적으로 재무설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아무개씨) A. 보통 소득이 불규칙한 경우는 소득이 높아도 돈이 잘 모이지 않습니다. 고정적으로 모아나가야 하는 저축을 주로 소득이 적은 달에 맞춰 놓으니, 보너스달에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재무설계를 통해 자신의 소득구조에 맞는 효율적인 지출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씨의 가정은 격월로 있는 보너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센티브상 추가 소득이 불규칙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합리적인 관리구조를 만들어 놔야 저축도 늘어날 것입니다. 체크카드로 불편한 지출구조 먼저=우선 두 개의 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을 만들어 두 가지 소득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먼저 부부 각자가 버는 월급(고정 수입)을 한 개의 시엠에이통장에 이체하되 매주 지출할 만큼만 부인의 월급통장에 남겨 체크카드로 지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다.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다음 달에 월급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가게 되면 지출통제가 어려워 보너스달의 지출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매주 사용할 만큼만 시엠에이통장에서 체크카드로 이체시키는 것이 불편하겠지만 지출은 불편할 수록 줄어들게 된다. 지출항목을 고정지출과 변동지출로 구분하는 예산을 짠 뒤 소모성 지출에 대해 불편한 지출구조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럴 때 합리적인 지출 습관이 길러진다.
다음으로 보너스달이나 특별 인센티브가 있는 달에는 기존의 시엠에이통장이 아닌 다른 시엠에이통장에 보너스 금액만큼 이체시켜 관리하도록 하자. 지씨의 경우 직업특성상 지금의 격월 보너스뿐 아니라 2~3년 안에 회사 매출이 늘어나 추가 인센티브를 받아 소득이 2배 가까이 늘어날 여지가 크다. 그런데 늘어나는 소득은 규칙적인 고정 월급이 아니고 불규칙한 소득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소득에 대한 관리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지출 통제는 물론 기본적인 소득파악조차 어렵게 된다. 다시 말해 많이 벌어도 저축은 늘지 않고 슬금슬금 돈이 새는 나쁜 재무구조를 갖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막연한 저축이 아니라, 단계별 목표달성을 위한 저축이어야=지씨의 경우 상대적으로 알뜰한 편으로 소득에 견줘 저축의 비중이 낮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저축하는 패턴을 보면 대단히 보수적인 성향으로 주로 예·적금 상품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적립식 펀드에 관심을 갖기로 하고 조금씩 붓고 있지만 올들어 출렁이는 주가지수에 마음이 불편해져서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만 갖고 있다. 그렇게 막연히 저축으로 목돈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는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선택의 폭을 좁힌다. 앞으로는 ‘재무목표’를 단계별로 체계화한 뒤 기간과 수익을 고려해 금융상품을 적절히 선택해야 하겠다. 우선 1단계 재무목표는 5년 뒤 지씨의 대리점 개설을 위한 창업자금 마련이다. 지씨는 3년 전에 내 집 마련을 하면서 갖고 있던 금융자산은 거의 다 쓰고, 현재는 적금과 청약예금 잔액 등 2000여만원을 갖고 있다. 아직 주택 구입으로 인한 빚도 남아 있다. 1단계는 기간을 5년 정도로 잡고 있으니 단기저축 상품으로 한정하지 않아도 된다. 간접투자비중을 조금씩 늘려나가도 된다는 말이다. 지금은 주가지수의 변동성이 커 부담스럽겠지만 적립식 투자는 투자기간만 넉넉하게 잡고 간다면 변동성이 오히려 수익을 늘릴 기회가 될 수 있다. 목돈을 한꺼번에 펀드 같은 간접투자상품에 몰아넣는 것만 아니라면 주가지수의 흔들림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처럼 매월 투자수익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최소한 3년 정도 불입해 나가면서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적립식 펀드의 특징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 기간안에는 특별한 변동사항이 아니라면 전문가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관리에만 집중하면 된다. 2단계 재무목표는 자녀 대학자금 마련이고 3단계는 은퇴자금 준비다. 아직은 1단계 목표인 창업자금 마련에 집중해야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장기투자를 통해 복리효과를 노려보는 것이 좋겠다. 정리/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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