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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명숙을 때리면 박근혜 대표가 멍든다?

등록 2006-03-27 16:15수정 2006-03-27 18:41

한명숙(韓明淑) 총리 지명자가 27일 총리 지명자로서 첫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3층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 서류를 펼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명숙(韓明淑) 총리 지명자가 27일 총리 지명자로서 첫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3층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 서류를 펼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나라, 청문회 보이콧 대신 ‘이념 검증’ 나서기로
여야 모두에게 환영받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사상 첫 여성총리가 탄생할 것인가? 지난날의 행적을 두고 낡은 사상검증의 잣대가 동원되는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 것인가?

한명숙 총리 지명자를 둘러싸고 여야가 미묘한 긴장 국면을 형성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한 총리지명을 ‘딸들의 희망’으로 표현하며 정치 공세의 여지를 없애려는 포석을 두자, 여성표 의식과 야당으로의 정체성 사이에서 한나라당이 모호한 위치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곤혹 속에서 한 지명자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 대신 “당적 이탈”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정치적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은 한 지명자와 열린우리당에 대해 중립적 지방선거 관리를 위해서 한 지명자가 당적을 버려야 한다며 당적 이탈을 촉구했으나,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중립을 위해서는 단체장의 당적이탈이 더 급하다며 한나라당의 요구를 정치 공세로 간주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27일 “당적이탈 요구는 책임정치에 반하는 것이자 대통령중심제를 외면하는 트집잡기”라고 일축했다.

한나라, “당적 안버리면 인사청문회 보이콧할 수도”

그러자 한나라당은 27일 한명숙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이콧 입장을 철회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27일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을 통해 “한 지명자에 대한 인준여부는 청문회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당론”이라고 밝혔다. 한 지명자가 청문회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당적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갑자기 돌아선 것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부터 공조를 기대할 수 없는 마당에다 한나라당이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사상 첫 여성총리의 탄생을 훼방하는 것처럼 비치는 게 부담인 까닭이다.

대신 한나라당은 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을 반기는 여성·사회단체의 분위기에 “검증 수위”를 고심하다가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가문의 보검’을 빼어들었다. 별 효과를 보지 못한 ‘당적 이탈 공세’에 이어 한나라당이 빼어든 ‘전가의 보검’은 ‘사상 검증’이다.

한나라 “남편도, 본인도 이념사건 구속, 이념검증 필요”
27일 청문회 보이콧 철회, “사상 검증” 나서기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지키기 국민운동 여성대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서울=연합뉴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지키기 국민운동 여성대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서울=연합뉴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한 지명자 본인이 남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남편되는 분이 통혁당 사건과 관련이 된 적이 있고 한 지명자 또한 이념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다”며 “한 지명자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한 바 있어 총리는 대통령 다음의 제2인자이기 때문에 이념, 성향, 노선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지금은 연좌제가 폐지된 상황이므로 이에 앞서 한 지명자 스스로 자신의 이념적 좌표가 어디쯤인지 밝혀야 한다는 데도 뜻을 함께 했다”고 밝혀 한 지명자를 대상으로 ‘사상 검증’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변인은 “한 지명자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북인권 외면, 북한 위폐 비호, 새만금 사업 반대 등 우려스러운 급진 과격성향과 이념 편향적인 정책소신을 스스로 보인 바 있어 확인할 내용이 적지 않을 것 같다”며 “총체적 국정위기와 서민경제 파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국정운영 능력도 주요 검증대상”이라고 말했다.

한명숙과 박근혜의 대조적인 인생역정
‘이념검증’ 국면되면 박 대표 과거 도마에

그러나 한나라당의 뜻대로 한 지명자에 대한 ‘이념 검증’이 이뤄질 경우 누구에게 피해가 갈 지는 미지수다.

한명숙 지명자와 박근혜 대표가 대척적인 인생을 살아온 까닭에 한 지명자에 대한 이념 공세는 역으로 박 대표의 ‘과거’를 드러내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27일 한 의원의 총리 지명에 대해 “이 땅의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고 ‘여성 찬가’를 부르며, 한 지명자와 박 대표를 비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7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절대 권력자의 딸’로, 한 지명자를 ‘절대 권력에 대항해 핍박과 고통을 이겨온 분’이라고 규정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개의 지도자들이 아버지 후광으로 성공한 데 반해 한 총리 지명자는 스스로의 역량과 기량으로 왔다”며 “그래서 딸들에게 더 큰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숙 지명자, 독일 메르켈과는 닮은꼴... 박대표와는 정반대

한명숙 지명자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여러 면에서 기이할 정도의 유사성을 보여 ‘닮은 꼴’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박 대표와는 여성 정치 지도자라는 점외에는 유사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조적인 인생역정을 보여줬다.

박근혜 대표가 18년간 독재권력을 휘두른 대통령의 딸로 자라났고 여성운동-민주화운동의 대척점에 서 왔으며 ‘유신의 공주’라는 평을 받는 한편, 한 지명자는 결혼 반년 만에 13년간 남편을 감옥에 빼앗긴 채 여성운동-민주화운동에 투신하다 스스로도 2년간 투옥된 바 있는 ‘유신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과거경험 못지 않게 정치 현실에 대한 인식과 처방은 물론, 정치 입문 이후의 정치적 행로도 대조적이다.

한 지명자, 2005년 10.26 때는 박 대표 향해 날선 발언도

“고문으로 만신창이된 채 감옥에서 유신의 종말을 지켜봤다 ”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던 한명숙 의원은 10.26 26돌을 맞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1979년 10월 26일 감옥에서 유신정권의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유신의 종말을 지켜봐야 했다”며 “"그후 2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분열적 냉전적 사고관이 참다운 민주주의를 옥죄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의원은 당시 이 글에서 “박근혜 대표는 유신정권이 저지른 명명백백한 인권탄압과 독재정치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해명과 사과도 없이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들먹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박 대표가 주장하는 국가정체성은 고문과 탄압으로 국민을 구속하던 유신독재정권의 국가정체성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정치적 환경 속에서 한나라당이 한 지명자에 대해 ‘이념 검증’이라는 말로 ‘사상 공세’를 펼칠 경우, 유신독재정권 시절 한 지명자와 대조적인 자리에서 대척적인 인생행로를 펼쳐온 박 대표에게 부메랑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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