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매일 소독해야 환자도 의료진도 보호
‘병원이 병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이나 일반직원, 환자, 방문객 등이 병원 안에서 병원체에 감염되어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병원 감염의 원인을 찾는 일은 무척 힘들다. 어떤 병원체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며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원 감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서 하나가 밝혀졌다. 의료인이 사용하는 병원 컴퓨터의 자판이 각종 병원성 세균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진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컴퓨터의 자판에서 포도상구균과 디프테리아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포도상구균은 모든 자판에서, 그리고 디프테리아균은 자판의 80%에서 발견되었다. 포도상구균은 가장 흔한 미생물 중 하나로,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패혈증이란 세균이 핏속에 들어가 발생하는 전신감염증을 말한다.
물론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의 컴퓨터 자판에도 포도상구균이나 디프테리아균이 서식할 수 있고, 이를 보고한 연구도 몇몇 있다. 하지만 이 세균들이 병원 컴퓨터 자판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위험의 차원이 다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는 질병 때문에 혹은 치료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가 많아 세균 감염의 위험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의사나 간호사가 각종 세균에 감염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 후 곧바로 환자와 신체적으로 접촉하거나 의료기기를 다루는 상황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균에 오염된 컴퓨터 자판을 소독제로 닦아주었더니 세균의 95%가 제거되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알코올 소독도 효과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병원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자판을 매일 소독제로 닦으라고 권고했다. 또한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 후에는 환자와 접촉하기 전에 손을 소독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덧붙였다.
소독 같은 물리적 대책이 병원 감염을 줄이는 데 기여하겠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병원 감염에 지속적인 관심과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병원은 병을 고치는 곳이 아니라 병을 만드는 병원(病原)이 될 것이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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