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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소방관 명예교사 우리 새아빠 최고!

등록 2006-06-06 19:41수정 2006-06-07 16:16

김옥숙/소설가
김옥숙/소설가
희망나무 /

“여보, 명우 말이에요. 그 활달하던 애가 이상하게 친구들과 사귀려고 하지도 않고 늘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던 아내의 말에 인규씨는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소방서에 근무하는 인규씨는 명우의 새아빠입니다. 올봄에는 관내에 산불이 자주 일어나 출동해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늘 비상출동을 해야 하는 소방관 업무 때문에 명우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인가 해서 죄책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명우와 나들이도 가지 않았고 목욕탕도 한번 가지 않아 친해질 기회가 좀체 없었지요.

인규씨는 명우와 친해질 방법을 이것저것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좋은 방법이 없나 고민하던 차에, 명우의 책상 위에 놓인 쪽지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학부모 일일명예교사 신청서였습니다. 인규씨는 이거다 싶어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학부모 일일명예교사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인규씨는 근무하다가 잠시 짬을 내어 소방서 뒤쪽에 있는 학교로 뛰어갑니다. 제복을 입은 인규씨가 도서실 문을 밀자 학부모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학부모들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명예교사 수업을 하러 온 학부모 중에서 유독 아버지는 인규씨 혼자이고, 더군다나 소방관 제복을 입은 차림이었으니 다들 놀랄밖에요.

명예 학부모교사 위촉장을 받고 5학년 3반 교실로 향하는 인규씨의 얼굴은 약간 긴장된 표정입니다. 담임선생님이 현관 입구까지 나와서 인규씨에게 인사를 하고는 교실로 안내합니다. 교실로 들어가자 아이들의 함성이 터집니다.

“와! 소방관 아저씨다.”


“아저씨, 짱이에요. 끝내줘요.”

선생님이 인규씨를 소개하자 아이들이 교실이 떠나가도록 박수를 칩니다. 남자애들은 잔뜩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일일교사로 온 일도 신기하지만 소방관 제복이 아이들에겐 더없이 멋져 보일밖에요. 쑥스러운 표정을 한 명우도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어서 인규씨는 마음이 놓입니다.

“5학년 3반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생님께서 방금 소개드린 명우 아버지입니다. 오늘 3교시는, 소방서에서 하는 일과 불조심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불을 끄러 다니면서 경험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 드릴 테니 잘 들어보세요. 혹시, 장래 희망이 소방관인 사람?”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인규씨와 명우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인규씨가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하자 명우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그러고는 아빠 최고! 라고 연습장에 쓴, 즉석 플래카드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어요.

김옥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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