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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3월 6일 글쓰기 교실

등록 2006-03-05 19:24수정 2006-03-06 16:40

한 시대의 지도자를 생각하며

갈홍식/전남대사대부고 3학년

요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과 생애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단적으로 말해 ‘좋은 분이었나, 나쁜 놈이었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 살기가 빡빡해서인지는 몰라도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 시대를 겪었던 어른들로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그 연령대는 다양하다. 역시 내 주위 사람들 중에서도 박정희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래서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 나름대로 평을 내리고 싶다.

박정희의 생애를 그려낸 만화 <만화 박정희>를 친구와 함께 읽게 되었는데, 그의 젊을 적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어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머리가 좋았던 탓인지 아니면 피나는 노력 탓인지 그 당시 지주와 맞먹는 교사직을 하다가 만주의 일본군 장교까지 올라간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그는 개인적으로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제하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박정희의 이러한 행동은 민족을 배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민족을 배신한 사람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 것도 어찌 보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일이다. 그는 일제가 망하고 난 뒤에 사회주의로 잠깐 들어섰다가 사회주의가 불리해지자 다시 노선을 바꾸어 철저한 반공으로 돌아섰다. 이런 행위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문제될 것은 없다. 자신이 사상을 바꿀 수도 있고, 그의 처세술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에서 모순을 발견해서 사회주의를 외면했다기보다는 사회주의가 불리해지자 사회주의를 외면했던 기회주의적인 판단을 좋게만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는 4·19 이후 정부의 무능력함 때문에 나라가 혼란해지자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서 최고의 권력자로 올라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또 그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록 병력은 3500여명 정도로 전체 국군에 비하면 하찮은 정도였으나, 군 수뇌부를 재빠르게 장악하고, 재빨리 반공을 국시로 내세워서 미국의 지지를 받으면서 쿠데타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박정희가 최고 권력자가 되면서 국민들의 여러 가지 자유는 박탈당했고, 인권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작게는 머리와 복장, 야간통행을 규제받고, 크게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까지 제한을 받고, 독재에 반대하면 그대로 ‘빨갱이’로 몰려 사회에서 매장당하기 일쑤였다. 경찰 검찰 수사에서는 고문이 일상적이었고, 전태일의 사연에서 보여주듯 노동자들의 권리는 묵살되었고, 그 아래에서 노동자들은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그가 통치하는 방식이 ‘한국식 민주주의’고, 그가 통치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공화국’이었으나 대한민국을 민주주의도 공화국도 아니게 만들었던 사람이 박정희, 바로 그였다.

그래도 그가 인정받는 것이 ‘경제개발’이다. 사실 빡빡한 이 시기에 그의 생각이 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 때 이후로 잘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살기 위해서 농민, 노동자들은 희생을 당했으며, 그 피해는 아직도 농민들과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물론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정권 이전의 절대 빈곤을 벗어났지만,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는 그런 ‘전통’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이다. 이를 통해 볼 때 그의 공을 치켜세우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것을 알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지금도 박정희를 그리워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의식이 낮음을, 그리고 우리의 상식이 빈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야 대다수가 정말 가난했으니 그래도 이해할 만한 구석은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소중한 것은 자유·평등·인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먹고 살 걱정은 덜 해도 되는 시기에 다시 박정희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목이 묶인 채로 주인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개와 다를 바가 없다.


이제는 박정희를 그리워하기보다는 다시 우리의 목에 줄을 매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평] 역사적 인물의 업적과 한계 객관적인 논거 갖춰 주장

중·고교 학생에게 정치적 사안에 대해 수업 시간에 언급하되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을 의식화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학교에서는 그런 시각이 약간 남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글은 독서를 통해 역사적 인물의 업적과 한계를 함께 파악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거를 잘 갖춰 표현하였다. 비판적 의식이 강한 글에 대해 걱정하는 어른들은 이런 학생의 역사인식과 가치관에 대해 무엇이라고 훈수를 두실까? 교육은 결국 바르게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글이다.

박안수/광주고 교사, 문장 글틴(teen.munjang.or.kr) 비평글 운영자 ansu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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